“교과서 국정화는 사지선다 암기세대의 구습”
[인터뷰] 안희정 충남도지사 ①
[민중의소리] 박상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05 21:59:06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의 발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2005년 1월 당시 박근혜 대표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경우든 역사에 관한 것을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랬던 박근혜가 현재 국가가 위촉한 역사학자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새로 쓰도록 하겠다며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는 “무망하고 위험한 짓”이라고 규정했다.
5일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만난 안희정 지사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사지선다형 암기세대의 구습”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광역단체장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던 안 지사는 이날 작심한 듯, 정부의 국정 교과서 강행에 비판을 쏟아냈다.
“2005년, 박근혜가 명언을 남겼다. ‘역사는 국가권력이 정할 수 없다.’ 그 명언은 사실상 지난 500, 600년의 역사를 지켜온 전통이기도 하다. 현실권력은 사관과 사초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게 불문법이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더라도 어렵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기술하고 누가 정하나? 내 생각엔 사지선다형 암기세대의 낡은 구습이라고 본다. 왜 불가능한 일을 자꾸 하려고 하나.”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른 것이며, 국가권력이 ‘획일화’하려는 것은 ‘무망하고 위험한 짓’이라는 것이다.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사지선다형 질문을 주면서 ‘①5·16은 군사정변이다. ②5·16은 혁명이다. ③5·16은 쿠데타다. ④5·16은 민족을 위기에서 건져 일으킨 구국의 혁명이다’ 이 중 하나를 교과서에 싣겠다는 문제의식인 것이다. 김구의 죽음에 대해 더 비통해 하는 사람이 있고,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사실을 놓고 해석하는 건 각자의 처지에서 다 다른 것 아닌가. 왜 통일시키려 하고, 획일화를 하려고 하나. 무망하고 위험한 짓이다.”
안 지사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을 재차 언급했다. 헌법에서 적시하고 있는 ‘4·19 계승’, 이 자체로,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는 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 이후, 1960년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인해 막을 내린 이승만 정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팩트’라고 거듭 지적했다.
“나라의 큰 골간이 되는 부분에 대해선 서로가 시비를 안 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기술할 때 자꾸 해석을 붙이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서 이야기 하는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를 알고도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는 건 헌법을 위반하는 것 아닌가. 일부는 (이승만 정권이) 대한민국을 수립한 공이 크지 않냐고 하는데, 대체 그것을 (교과서에서) 어떻게 조화해 기술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을 수립한 공도 크지만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했던 이승만 정권까지 위대하다고 해선 안 된다. 엄연한 사실을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틀을, 역사를 깨고 있다고 하는 (정부여당의)문제(의식) 자체가 너무 정파적이다. 사실 기술만 해도 된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했고 3·15 부정선거와 함께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은 축출됐다’ 이것이 끝이다.
자꾸 어떤 해석에 방점을 두려 한다. 이는 박근혜가 (2005년에) 말한 정치권력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안 지사는 박근혜를 비롯 정치인들이 자신이 했던 주장을 그대로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 잣대는 야당 정치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도자가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수백 개 만든다고 해도 ‘말 바꾸기’ 태도 하나로 사회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정말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자기가 했던 주장을 지켜줬으면 하는 점이다. (같은 논리로) 참여정부 때 FTA 추진했던 분들이 이제 와서 FTA를 반대해선 안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KBS 수신료 올리려고 했는데, 지금 야당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 새누리당도 당시엔 수신료 인상을 반대했다가 여당 되니 올리자고 한다. 이것은 서로 어깃장 놓자는 태도 밖에 안 된다.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정치인을 싫어하는 것 아닌가.
(정치인들에게) 국가 살림을 하라고 했더니 예산 정국되면 자기 지역 예산 챙기기 바쁘고, 우리 동네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예산 더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도자가 나서 이런 비상식적이고, 아이러니한 구조를 깨야 하는데 오히려 쳇바퀴를 더 빨리 돌리고 있다. 2005년 당시 박근혜의 발언 취지 그대로라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새누리당 정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실망스러운 건 과거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해야 하는데 그냥 쭉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복장이 터진다. 국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사회적인 흐름과 미풍양속을 깨버리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수백 개 만들더라도 지도자가 그렇게 언행을 바꾸는 단 한 번의 태도가 사회를 망가뜨린다고 생각한다.”
안희정 지사는 지금의 국내외 환경을 극심한 경쟁, 총칼없는 전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청년들의 극심한 고통 등 현재의 대한민국은 일종의 평화가 깨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드는 게 가장 먼저라고 설명했다.
“과거 손학규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공감을 얻었고, 몇 년 전 대선 때는 ‘행복’이라는 주제가 나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극심한 경쟁, 총칼없는 전쟁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해마다 전쟁 상태다. 물론 우리가 경쟁 없는 상황에서 살 수는 없지만 지금과는 다른 삶의 질을 원한다.
분단된 국가에서 포격사건이니, 지뢰사건이니 계속해서 사건이 터지고 그러다보니 사람들 간에 분노만 쌓여 심성이 모두 사나워져있다. 21세기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들어 삶의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민주화’, ‘반독재’, ‘산업화’, ‘정의사회’ 등을 거쳐왔다. 지금은 그런 것이 모아져 이뤄지는 평화를 구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 자살률 1위라거나,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들 이런 것들은 일종의 평화가 깨진 상태다. 평화라는 주제가 바로 미래에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은 국가 간 무력 전쟁으로부터의 평화였다면, 지금은 소리없는 전쟁 그리고 무수한 죽음으로부터의 평화일 것이라고 본다.”
안희정 지사는 최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수십번 곱씹어 본다고 했다. 학생운동 시절, 가슴을 뜨겁게 했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목 놓아 부르던 그 때를 떠올리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자문한다. 지도자의 철학과 목표는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근혜를 겨냥한 말이기도 했다.
“전두환이 물러나면 민주주의가 실현이 된 것인가. 대통령선거를 하면 민주주의가 된 것인가. 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이냐. 좋은 민주주의를 확산하고 좀 더 심화시키는 것, 이 질문을 계속 해오고 있고 제 직업적 목표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 있어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였다.
처음 들었던 민주주의라는 깃발은 광주학살 원흉인 전두환 반대투쟁이었고, 전태일 열사 등 노동자들을 핍박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면서 빛바랜 깃발 같이 느껴졌던 민주주의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특권과 반칙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면서 다시 빛을 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지키기 위한 기술과 제도, 시스템으로서의 민주주의였다.
더 나아가면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공존하기 위한 사상이다. 사상이고 철학이며, 구체적인 혁명의 깃발이기도 했다. 나의 정치적 목표이자 포부는 좋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선거제도나 의회제도, 지방자치도 더 발전해야 하고 시민기본권과 언론ㆍ출판 ㆍ집회 ㆍ결사의 자유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이런 것이 높아진 수준에서 조직력을 발휘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높은 수준의 평화와 번영을 구현할 수 있다. 모든 민주주의 공화국 지도자들의 철학과 목표는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겠다, 부자 나라 만들겠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능력이 있는 분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기업을 하시는 게 좋겠다. 그런 것은 정치지도자들의 자질과 덕목이라고 보기 어렵다.”
출처 “교과서 국정화는 사지선다 암기세대의 구습”
[인터뷰] 안희정 충남도지사 ①
[민중의소리] 박상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05 21:59:06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5일 충남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의 발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2005년 1월 당시 박근혜 대표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경우든 역사에 관한 것을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랬던 박근혜가 현재 국가가 위촉한 역사학자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새로 쓰도록 하겠다며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는 “무망하고 위험한 짓”이라고 규정했다.
5일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만난 안희정 지사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사지선다형 암기세대의 구습”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광역단체장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던 안 지사는 이날 작심한 듯, 정부의 국정 교과서 강행에 비판을 쏟아냈다.
“2005년, 박근혜가 명언을 남겼다. ‘역사는 국가권력이 정할 수 없다.’ 그 명언은 사실상 지난 500, 600년의 역사를 지켜온 전통이기도 하다. 현실권력은 사관과 사초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게 불문법이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더라도 어렵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기술하고 누가 정하나? 내 생각엔 사지선다형 암기세대의 낡은 구습이라고 본다. 왜 불가능한 일을 자꾸 하려고 하나.”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른 것이며, 국가권력이 ‘획일화’하려는 것은 ‘무망하고 위험한 짓’이라는 것이다.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사지선다형 질문을 주면서 ‘①5·16은 군사정변이다. ②5·16은 혁명이다. ③5·16은 쿠데타다. ④5·16은 민족을 위기에서 건져 일으킨 구국의 혁명이다’ 이 중 하나를 교과서에 싣겠다는 문제의식인 것이다. 김구의 죽음에 대해 더 비통해 하는 사람이 있고,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사실을 놓고 해석하는 건 각자의 처지에서 다 다른 것 아닌가. 왜 통일시키려 하고, 획일화를 하려고 하나. 무망하고 위험한 짓이다.”
안 지사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을 재차 언급했다. 헌법에서 적시하고 있는 ‘4·19 계승’, 이 자체로,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는 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 이후, 1960년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인해 막을 내린 이승만 정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팩트’라고 거듭 지적했다.
“나라의 큰 골간이 되는 부분에 대해선 서로가 시비를 안 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기술할 때 자꾸 해석을 붙이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서 이야기 하는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를 알고도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는 건 헌법을 위반하는 것 아닌가. 일부는 (이승만 정권이) 대한민국을 수립한 공이 크지 않냐고 하는데, 대체 그것을 (교과서에서) 어떻게 조화해 기술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을 수립한 공도 크지만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했던 이승만 정권까지 위대하다고 해선 안 된다. 엄연한 사실을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틀을, 역사를 깨고 있다고 하는 (정부여당의)문제(의식) 자체가 너무 정파적이다. 사실 기술만 해도 된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했고 3·15 부정선거와 함께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은 축출됐다’ 이것이 끝이다.
자꾸 어떤 해석에 방점을 두려 한다. 이는 박근혜가 (2005년에) 말한 정치권력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과거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시치미 떼니 복장터져…
언행 바꾸는 태도가 사회를 망가뜨리는 일”
언행 바꾸는 태도가 사회를 망가뜨리는 일”
안 지사는 박근혜를 비롯 정치인들이 자신이 했던 주장을 그대로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 잣대는 야당 정치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도자가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수백 개 만든다고 해도 ‘말 바꾸기’ 태도 하나로 사회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5일 충남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KBS 수신료 올리려고 했는데, 지금 야당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 새누리당도 당시엔 수신료 인상을 반대했다가 여당 되니 올리자고 한다. 이것은 서로 어깃장 놓자는 태도 밖에 안 된다.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정치인을 싫어하는 것 아닌가.
(정치인들에게) 국가 살림을 하라고 했더니 예산 정국되면 자기 지역 예산 챙기기 바쁘고, 우리 동네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예산 더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도자가 나서 이런 비상식적이고, 아이러니한 구조를 깨야 하는데 오히려 쳇바퀴를 더 빨리 돌리고 있다. 2005년 당시 박근혜의 발언 취지 그대로라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새누리당 정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실망스러운 건 과거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해야 하는데 그냥 쭉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복장이 터진다. 국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사회적인 흐름과 미풍양속을 깨버리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수백 개 만들더라도 지도자가 그렇게 언행을 바꾸는 단 한 번의 태도가 사회를 망가뜨린다고 생각한다.”
안희정의 화두...평화 그리고 민주주의
안희정 지사는 지금의 국내외 환경을 극심한 경쟁, 총칼없는 전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청년들의 극심한 고통 등 현재의 대한민국은 일종의 평화가 깨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드는 게 가장 먼저라고 설명했다.
“과거 손학규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공감을 얻었고, 몇 년 전 대선 때는 ‘행복’이라는 주제가 나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극심한 경쟁, 총칼없는 전쟁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해마다 전쟁 상태다. 물론 우리가 경쟁 없는 상황에서 살 수는 없지만 지금과는 다른 삶의 질을 원한다.
분단된 국가에서 포격사건이니, 지뢰사건이니 계속해서 사건이 터지고 그러다보니 사람들 간에 분노만 쌓여 심성이 모두 사나워져있다. 21세기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들어 삶의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민주화’, ‘반독재’, ‘산업화’, ‘정의사회’ 등을 거쳐왔다. 지금은 그런 것이 모아져 이뤄지는 평화를 구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 자살률 1위라거나,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들 이런 것들은 일종의 평화가 깨진 상태다. 평화라는 주제가 바로 미래에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은 국가 간 무력 전쟁으로부터의 평화였다면, 지금은 소리없는 전쟁 그리고 무수한 죽음으로부터의 평화일 것이라고 본다.”
안희정 지사는 최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수십번 곱씹어 본다고 했다. 학생운동 시절, 가슴을 뜨겁게 했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목 놓아 부르던 그 때를 떠올리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자문한다. 지도자의 철학과 목표는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근혜를 겨냥한 말이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5일 충남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처음 들었던 민주주의라는 깃발은 광주학살 원흉인 전두환 반대투쟁이었고, 전태일 열사 등 노동자들을 핍박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면서 빛바랜 깃발 같이 느껴졌던 민주주의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특권과 반칙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면서 다시 빛을 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지키기 위한 기술과 제도, 시스템으로서의 민주주의였다.
더 나아가면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공존하기 위한 사상이다. 사상이고 철학이며, 구체적인 혁명의 깃발이기도 했다. 나의 정치적 목표이자 포부는 좋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선거제도나 의회제도, 지방자치도 더 발전해야 하고 시민기본권과 언론ㆍ출판 ㆍ집회 ㆍ결사의 자유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이런 것이 높아진 수준에서 조직력을 발휘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높은 수준의 평화와 번영을 구현할 수 있다. 모든 민주주의 공화국 지도자들의 철학과 목표는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겠다, 부자 나라 만들겠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능력이 있는 분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기업을 하시는 게 좋겠다. 그런 것은 정치지도자들의 자질과 덕목이라고 보기 어렵다.”
출처 “교과서 국정화는 사지선다 암기세대의 구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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