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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대강도’ 물대포로 ‘최장시간’ 백씨 직사했다

경찰, ‘최대강도’ 물대포로 ‘최장시간’ 백씨 직사했다
상하좌우·높낮이 조절 가능한 물대포로 백씨 조준 직사 논란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17 18:16:06


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캡사이신 물대포’에 맞아 백 모(69) 씨가 머리를 다쳐 중태에 빠진 가운데 경찰이 당시 물대포 차량(살수차)으로 가능한 최대 물살, 최장 시간 백씨를 향해 직사살수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씨는 2,500~2,800rpm으로 15초 이상 물대포를 맞았는데, 이는 경찰 물대포 차량이 가능한 최대 물살 세기와 최장 발사시간이다.

사람이 20m 거리에 있으면 2,000rpm 이하 압력으로 물대포를 발사해야 한다는 살수차 운용 지침도 무시하고 경찰이 최대 rpm으로 최장시간 ‘직사 살수’해 백씨가 상처를 입은 것이어서 ‘과잉 진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14일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도로에서 경찰 차벽과 대치하던 중 한 시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있다. 그런데도 쓰러진 시민을 향해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서울 중구 기동본부에서 살수차의 내부구조와 작동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살수차 시연’을 펼쳤다. 시연은 살수차 내부구조와 작동원리를 공개하고, 거리와 rpm을 조절해 물대포를 발사하는 상황을 참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물대포 물살 세기는 최고 3,000rpm까지 조절, 발사할 수 있다. 3,000rpm에 레버를 맞춰놓고 물대포를 발사해도 평균 2,800rpm이 나온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3,000rpm으로 발사 가능한 시간은 최장 15~20초 남짓이다. 실제로 시연 과정에서 3,000rpm으로 15초가량 발사했을 때 엔진 과열로 인해 타는 냄새가 나 시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백씨는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를 맞고 넘어진 이후에도 2,500~2,800rpm 물살 세기로 15초 이상 직사살수를 당했다. 경찰 발표와 시연을 종합하면 경찰은 물대포 차량이 가능한 최고 물살 세기로 최장시간 백씨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 것이다.

경찰 살수차 운용 지침에는 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으면 2,000rpm 이하로 물대포를 쏘게 돼 있지만, 당시 경찰은 해당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백씨가 물대포에 맞을 당시 “지침을 100% 지킬 수 없고, 백 씨의 불법행위가 이뤄져 집회 해산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시연을 진행한 경찰 관계자는 “최대 위력인 3,000rpm으로 발사해도 실제 2,800rpm 정도까지 나온다”면서 “(3,000rpm으로)15초 이상 발사하면 (엔진 과열로) 차량이 고장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좌우·높낮이 조절 가능한 물대포, 백씨를 겨냥했다?

▲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살수차 시연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에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농민 백 모 씨가 경찰 살수차를 맞고 의식불명이 되어 경찰의 살수차 운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양지웅 기자

또 민중총궐기 당시 사용했던 물대포 차량이 상하좌우 높이를 조절해 조준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대포 차량의 ‘살수관’ 상부에 설치돼 백씨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에도 백씨가 이동하는 모습 등이 찍혀 경찰이 백씨를 조준해 물대포를 발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동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 살수차의 물대포 높낮이는 상하 최대 10m까지 조절할 수 있고, 물이 발사되는 ‘살수관’ 또한 상하 90도, 좌우 70도가량 조절된다. 물대포가 닫는 범위 안에만 목표물이 있으면 어느 위치도 조준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대포 상단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조준하는 지점의 상황 또한 차량 내부에 설치된 15인치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다. 내부 모니터를 통해 밖의 상황과 목표지점을 파악하고 물대포를 발사하는 원리다.

경찰이 공개한 사고 당시 밖의 상황이 담긴 차량 모니터 CCTV 영상에도 백씨가 물대포를 맞는 장면이 보인다. 영상에는 백씨가 물대포를 맞는 장면과 참가자들이 쓰러진 백씨를 부축해 이동하는 모습이 찍혀있다.

경찰은 살수차를 조종한 경찰이 당시 백씨가 물대포에 맞은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 모니터를 보면서 물대포를 발사하는 작동원리에 비추어 살수차 운용자가 백씨를 보지 못하고 발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시연을 한 살수차는 2011년 서울지방경찰청 소유 차량으로 백씨가 물대포를 맞은 05년식 충남지방경찰청 소유의 차량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씨의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운용자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설명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시연 과정에서 기자단이 물살 세기를 가늠하기 위한 ‘마네킹’을 세워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이 “사고 당시 재연이 아니라 시연”이라는 입장을 고집하며 허공에 물대포를 쏘는 시연을 진행해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살수차 물탱크 양의 10% 수준의 물을 채워 3~4차례 시연을 하고 마치려는 과정에서 기자단의 반발로 물을 채워 다시 시연을 진행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출처  경찰, ‘최대강도’ 물대포로 ‘최장시간’ 백씨 직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