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테러’ A군, 당당하게 일베 활동
[주장] 형식적인 반성문에 돌변한 보호자 태도... 피해자는 참담하다
[오마이뉴스] 곽성준 | 15.12.19 15:30 | 최종 업데이트 15.12.19 15:30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일어난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 콘서트 사제폭발물 사건이 이제 꼭 1년 지났습니다. 당시 행사 스태프로 현장에 있었던 저는 사고로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 화상 자국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사제폭발물을 투척한 A군은 올해 5월 집행유예 2년(징역 1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 받았으며 그것으로 형사재판은 항소심 없이 종결됐습니다. 지금은 민사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손해배상 관련 서류 작업을 진행하며 재판을 준비하던 저는 지난 6일자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에서는 당시 폭발물을 투척한 A군을 두둔하는 트위터 글이 실렸습니다. 어느 인터넷 매체의 대표가 A군을 '투사'로 부르며 "옥고를 치르고 나와서도 홀로 좌파들의 강연회를 찾아가 소신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해당 트위터 글은 A군을 "애국세력의 영원한 보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내용도 황당했지만 A군이 '민노총 불법집회 반대 대회'로 이름 붙인 집회에 직접 참석해 사진도 찍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기사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아득해졌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집회 당시 현장 근처를 지나다가 A군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집회 참석은 자유지만, 거기서 꼭 사진을 찍고 발언을 해야 했을까요? 저는 A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재판을 위해 관련서류들을 준비하던 중 A군의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A군의 아버지 한 말은 "합의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직접 전화로 연락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에서 저는 "변호사를 통해 얘기해 달라"는 말로 통화를 짧게 마쳤습니다. A군의 아버지 역시 "합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며 공손한 말투로 대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A군의 아버지 오씨가 제안한 '합의'를 어떻게 처리할지 담당 변호사를 포함한 지인과 상의했습니다. 그 결과, 우선 반성문을 받아보고 '진심어린 반성'이 전제된다는 조건 아래에 합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A군 측에 반성문 작성을 요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A군이 작성했다는 반성문을 제가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전달받은 A군의 반성문은 내용도, 성의도 부족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으며 사회적 파장이 컸는지를 안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이런 반성문이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통해 A군 측에 "반성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당일 바로 A군의 아버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의 요지는 "반성문을 써서 보냈는데 왜 합의가 안되느냐? 매우 화가 난다,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통화하는 것이 적절치 않으니 "변호사를 통해서 이야기하겠다"고 했지만 오씨는 막무가내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설명하니 "재판이 끝나고 배상금이 청구되어도 돈을 받을 수는 없을 거다, 이건 협박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말을 하더군요.
피해자와 통화하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합의를 이야기하며 공손히 말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면서 '처음의 공손한 태도는 조금이라도 책임을 면해보려는 생각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군이 소위 '민노총 불법집회 반대 대회'에 참석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게 되더군요.
전주지법 재판에서 A군은 "반성하며 자숙하겠다"고 했고, 아버지 오씨도 "보호자로서 잘 보살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보를 보면, 당시 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A군은 여전히 일베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정치 집회에도 참석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아는 것처럼 A군은 집행유예 2년에 보호관찰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민사재판 중입니다.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두 제도 모두 '피고의 갱생과 개과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군요.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조건에서 재판부의 선처를 받은 것인데, A군의 경우는 비록 똑같은 사제폭발물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은 채 일베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미 A군은 지난 2월에 소위 '출소 인증샷'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폭발물 테러' 고교생 이번에는 '출소 인증샷') 인증샷을 보고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모두 한결같이 'A군은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A군은 "출소 인증샷을 일간 베스트에 올린 것은 저의 생각없는 불찰"이라고 반성문을 썼는데요. 피해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그것을 알아야 할 가해자가 반성문에 '불찰'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튼 당시에는 반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다시 일베 활동을 하는 A군을 보며 참담한 심정입니다. A군의 인증샷 이후 제가 받은 두 번째 충격인 셈입니다. 자숙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A군은 일베에 인증샷을 올리고 집회에도 참석했습니다. 멀리 서울까지 올라와서, 하필이면 그 집회에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집행유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테러범은 이토록 당당한데 테러 피해자를 이토록 참담하게 하는 나라. 이게 과연 올바른 처사인지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습니다.
출처 '폭발물 테러' A군, 당당하게 일베 활동
[주장] 형식적인 반성문에 돌변한 보호자 태도... 피해자는 참담하다
[오마이뉴스] 곽성준 | 15.12.19 15:30 | 최종 업데이트 15.12.19 15:30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일어난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 콘서트 사제폭발물 사건이 이제 꼭 1년 지났습니다. 당시 행사 스태프로 현장에 있었던 저는 사고로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 화상 자국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사제폭발물을 투척한 A군은 올해 5월 집행유예 2년(징역 1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 받았으며 그것으로 형사재판은 항소심 없이 종결됐습니다. 지금은 민사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손해배상 관련 서류 작업을 진행하며 재판을 준비하던 저는 지난 6일자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 트위터 갈무리 내용도 황당했지만 A군이 집회에 참석해 사진도 찍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 신혜식 트위터 갈무리
기사에서는 당시 폭발물을 투척한 A군을 두둔하는 트위터 글이 실렸습니다. 어느 인터넷 매체의 대표가 A군을 '투사'로 부르며 "옥고를 치르고 나와서도 홀로 좌파들의 강연회를 찾아가 소신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해당 트위터 글은 A군을 "애국세력의 영원한 보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내용도 황당했지만 A군이 '민노총 불법집회 반대 대회'로 이름 붙인 집회에 직접 참석해 사진도 찍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기사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아득해졌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집회 당시 현장 근처를 지나다가 A군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집회 참석은 자유지만, 거기서 꼭 사진을 찍고 발언을 해야 했을까요? 저는 A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반성문, 바뀐 보호자의 태도
재판을 위해 관련서류들을 준비하던 중 A군의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A군의 아버지 한 말은 "합의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직접 전화로 연락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에서 저는 "변호사를 통해 얘기해 달라"는 말로 통화를 짧게 마쳤습니다. A군의 아버지 역시 "합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며 공손한 말투로 대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A군의 아버지 오씨가 제안한 '합의'를 어떻게 처리할지 담당 변호사를 포함한 지인과 상의했습니다. 그 결과, 우선 반성문을 받아보고 '진심어린 반성'이 전제된다는 조건 아래에 합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A군 측에 반성문 작성을 요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A군이 작성했다는 반성문을 제가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 A군의 반성문 중 일부분 A군의 두 번째 반성문 중 일부. 내용도, 성의도 부족한 반성문이었다. ⓒ A군 반성문
두 차례에 걸쳐 전달받은 A군의 반성문은 내용도, 성의도 부족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으며 사회적 파장이 컸는지를 안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이런 반성문이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통해 A군 측에 "반성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당일 바로 A군의 아버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의 요지는 "반성문을 써서 보냈는데 왜 합의가 안되느냐? 매우 화가 난다,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통화하는 것이 적절치 않으니 "변호사를 통해서 이야기하겠다"고 했지만 오씨는 막무가내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설명하니 "재판이 끝나고 배상금이 청구되어도 돈을 받을 수는 없을 거다, 이건 협박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말을 하더군요.
피해자와 통화하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합의를 이야기하며 공손히 말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면서 '처음의 공손한 태도는 조금이라도 책임을 면해보려는 생각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군이 소위 '민노총 불법집회 반대 대회'에 참석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게 되더군요.
전주지법 재판에서 A군은 "반성하며 자숙하겠다"고 했고, 아버지 오씨도 "보호자로서 잘 보살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보를 보면, 당시 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A군은 여전히 일베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정치 집회에도 참석했습니다.
“일베 인증샷은 불찰”이라던 A군, 다시 사진 올려
▲ 원광대 강연에 참석한 A군. 인증샷을 찍어 일베 게시판에 올렸다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강연에 참석한 A군. 인증샷과 강연후기를 일베에 올렸다. 현재 일베게시판에는 삭제된 상태. ⓒ 일간베스트 저장소 갈무리
많은 사람이 아는 것처럼 A군은 집행유예 2년에 보호관찰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민사재판 중입니다.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두 제도 모두 '피고의 갱생과 개과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군요.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조건에서 재판부의 선처를 받은 것인데, A군의 경우는 비록 똑같은 사제폭발물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은 채 일베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미 A군은 지난 2월에 소위 '출소 인증샷'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폭발물 테러' 고교생 이번에는 '출소 인증샷') 인증샷을 보고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모두 한결같이 'A군은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A군은 "출소 인증샷을 일간 베스트에 올린 것은 저의 생각없는 불찰"이라고 반성문을 썼는데요. 피해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그것을 알아야 할 가해자가 반성문에 '불찰'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튼 당시에는 반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다시 일베 활동을 하는 A군을 보며 참담한 심정입니다. A군의 인증샷 이후 제가 받은 두 번째 충격인 셈입니다. 자숙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A군은 일베에 인증샷을 올리고 집회에도 참석했습니다. 멀리 서울까지 올라와서, 하필이면 그 집회에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집행유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테러범은 이토록 당당한데 테러 피해자를 이토록 참담하게 하는 나라. 이게 과연 올바른 처사인지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습니다.
출처 '폭발물 테러' A군, 당당하게 일베 활동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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