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는 부자들의 ‘순결한 절친’인 게지
[한겨레] 구본준 기자 | 등록 : 20120120 21:20 | 수정 : 20120120 21:26
부자들의 대통령
미셸 팽송ㆍ모니크 팽송샤를로 지음, 장행훈 옮김/프리뷰ㆍ1만4500원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부자친구들 세금 깎아주고
방송도 확실하게 장악했다 친구들만 챙겼을까?
고향·출신학교 같으면 발탁하고 토목사업에 주력했다
사르코지 얘긴데 친숙하다
“대통령 졸부근성이 프랑스 변질 99%가 각성하면 맞설 수 있어”
2007년,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대통령은 ‘우정’을 무척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대통령 친구들은 그 이전까지 무척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세금이 너무 많아서. 대통령은 그래서 곧바로 감세 정책을 펴 친구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뺐다.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대통령은 의욕이 충만해진 그들을 중요한 자리에 기용해 열심히 나랏일을 시켰다.
대통령의 친구들은 신기하게도 한결같이 부자였다. 언론을 소유한 진짜 부자들도 많았다. 대통령 친구들도 우정이 대단했다. 친구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면 담당자를 쫓아냈다. 민영방송 경영자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방송 현실을 알게 된 대통령은 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민영방송만 밀어주면 안 되니까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더 공영방송에 나와 국민들과 만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물론 대통령이 친구만 챙기면 안 되는 법. 출신 지역이 같으면, 그리고 같은 학교를 나왔으면 과감하게 발탁했다. 검찰이 늘 예측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열과 성을 다해 신경을 썼고, 검찰도 이전 정권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바쁘게 일하다 보니 기쁜 일도 생겼다. 제3세계 어느 나라가 대통령네 나라에서 막대한 금액의 제품을 사주기로 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 경사를 직접 국민들에게 알렸다. 다만 발표 이후 실제 구매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을 뿐이다.
한 사회학자 부부는 이전 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새 대통령이 참 놀라웠다. 대통령은 과거와의 단절 의지가 분명했고, 자신을 구세주로 생각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계급들 간의 차이가 명확해졌고, 온나라가 계급전쟁의 싸움터가 됐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와 연대의식마저 사라져가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이렇게 됐지?
학자 부부는 그래서 대통령 분석 작업에 나섰다. 대통령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을 뽑아보니 ‘부자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었다. 전에 없는 이 이상한 대통령이 만든 이상한 세상을 바로잡는 법을 고민해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물론 <부자들의 대통령> 말고 없었다.
혹시 우리나라를 떠올렸다면 틀렸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이야기다. 우리 대통령은 사르코지처럼 자기 아들을 공직에 앉히는 그런 대통령이 아니다. 사르코지는 2009년 파리 일대 라데팡스경제지구 책임자로 둘째 아들 장 사르코지를 앉히려고 했다가 맹비난을 받았다. 장 사르코지는 당시 겨우 스물세살짜리 법대생이었다.
이 사르코지 대통령 정책의 문제와 부작용을 분석한 책 <부자들의 대통령>은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연구소 소속인 사회학자로 25년 동안 부자 계층의 조직과 특성을 연구해온 유명 저술가 미셸 팽송과 모니크 팽송샤를로 부부가 펴낸 책이다. 주저리주저리 자료를 나열하는 법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징과 문제점을 콕콕 짚는다. 그리고 ‘자유, 평등, 박애’를 지향해온 프랑스가 대통령 한 명으로 인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정리했다. 대통령의 모든 것을 정의하는 단어 ‘부자’는 그냥 부자가 아니라 ‘재벌’들이다. 프랑스의 현실을 프랑스 학자가 프랑스 서민의 눈으로 다룬 책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더욱 와닿는 책으로 여길 이들이 많을 성싶다.
책은 사르코지가 취임 이후 친구 부자들에게 건넨 선물보따리를 하나하나 복기한다. 부자들에게 최대 60%까지 걷던 납세 대상 소득의 조세상한선을 50%로 내렸다. 대신 노동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했다. 방송은 확실하게 장악했고, “프랑스 텔레비전의 제1 주주가 국가인데 왜 내가 그 사장을 임명해서는 안 되는지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고 선언했다. 방송이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데 권력에 종속되어야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파리의 덩치를 키우는 개발에 올인하면서 대규모 토목사업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기 전 몸담았던 조직 사람들이 정권에 들어가 승승장구했다.
프랑스 이야기라는데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들이어서 예습하듯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지은이는 이런 사르코지 정부의 속성을 ‘뻔뻔한 졸부근성’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사르코지 같은 최악의 대통령이 나오게 된 원인이 중산층에게 각자 자신만 생각하는 소극적 개인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부자 엘리트들이 왜곡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정치의식의 각성을 주문하면서 부자 기득권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것이 그 첫번째 투쟁목표라고 선언한다. 그래야 ‘그들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금융 과두권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유럽에서 이미 시작된 ‘은행 국유화’를 강조한다. 부자들의 세금을 다시 많이 걷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과연 그게 가능하겠냐고? 평생 부자들만 연구한 두 학자 지은이는 타락한 부자 권력이 힘은 세졌지만 여전히 그들은 소수란 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99%가 각성하면 언제나 맞설 수 있다고 단언한다.
출처 : ‘가카’는 부자들의 ‘순결한 절친’인 게지
[한겨레] 구본준 기자 | 등록 : 20120120 21:20 | 수정 : 20120120 21:26
부자들의 대통령
미셸 팽송ㆍ모니크 팽송샤를로 지음, 장행훈 옮김/프리뷰ㆍ1만4500원
▲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부자들의 대통령> |
방송도 확실하게 장악했다 친구들만 챙겼을까?
고향·출신학교 같으면 발탁하고 토목사업에 주력했다
사르코지 얘긴데 친숙하다
“대통령 졸부근성이 프랑스 변질 99%가 각성하면 맞설 수 있어”
2007년,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대통령은 ‘우정’을 무척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대통령 친구들은 그 이전까지 무척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세금이 너무 많아서. 대통령은 그래서 곧바로 감세 정책을 펴 친구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뺐다.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대통령은 의욕이 충만해진 그들을 중요한 자리에 기용해 열심히 나랏일을 시켰다.
대통령의 친구들은 신기하게도 한결같이 부자였다. 언론을 소유한 진짜 부자들도 많았다. 대통령 친구들도 우정이 대단했다. 친구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면 담당자를 쫓아냈다. 민영방송 경영자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방송 현실을 알게 된 대통령은 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민영방송만 밀어주면 안 되니까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더 공영방송에 나와 국민들과 만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물론 대통령이 친구만 챙기면 안 되는 법. 출신 지역이 같으면, 그리고 같은 학교를 나왔으면 과감하게 발탁했다. 검찰이 늘 예측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열과 성을 다해 신경을 썼고, 검찰도 이전 정권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바쁘게 일하다 보니 기쁜 일도 생겼다. 제3세계 어느 나라가 대통령네 나라에서 막대한 금액의 제품을 사주기로 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 경사를 직접 국민들에게 알렸다. 다만 발표 이후 실제 구매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을 뿐이다.
한 사회학자 부부는 이전 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새 대통령이 참 놀라웠다. 대통령은 과거와의 단절 의지가 분명했고, 자신을 구세주로 생각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계급들 간의 차이가 명확해졌고, 온나라가 계급전쟁의 싸움터가 됐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와 연대의식마저 사라져가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이렇게 됐지?
학자 부부는 그래서 대통령 분석 작업에 나섰다. 대통령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을 뽑아보니 ‘부자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었다. 전에 없는 이 이상한 대통령이 만든 이상한 세상을 바로잡는 법을 고민해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물론 <부자들의 대통령> 말고 없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프랑스 칸의 르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
이 사르코지 대통령 정책의 문제와 부작용을 분석한 책 <부자들의 대통령>은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연구소 소속인 사회학자로 25년 동안 부자 계층의 조직과 특성을 연구해온 유명 저술가 미셸 팽송과 모니크 팽송샤를로 부부가 펴낸 책이다. 주저리주저리 자료를 나열하는 법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징과 문제점을 콕콕 짚는다. 그리고 ‘자유, 평등, 박애’를 지향해온 프랑스가 대통령 한 명으로 인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정리했다. 대통령의 모든 것을 정의하는 단어 ‘부자’는 그냥 부자가 아니라 ‘재벌’들이다. 프랑스의 현실을 프랑스 학자가 프랑스 서민의 눈으로 다룬 책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더욱 와닿는 책으로 여길 이들이 많을 성싶다.
책은 사르코지가 취임 이후 친구 부자들에게 건넨 선물보따리를 하나하나 복기한다. 부자들에게 최대 60%까지 걷던 납세 대상 소득의 조세상한선을 50%로 내렸다. 대신 노동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했다. 방송은 확실하게 장악했고, “프랑스 텔레비전의 제1 주주가 국가인데 왜 내가 그 사장을 임명해서는 안 되는지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고 선언했다. 방송이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데 권력에 종속되어야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파리의 덩치를 키우는 개발에 올인하면서 대규모 토목사업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기 전 몸담았던 조직 사람들이 정권에 들어가 승승장구했다.
프랑스 이야기라는데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들이어서 예습하듯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지은이는 이런 사르코지 정부의 속성을 ‘뻔뻔한 졸부근성’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사르코지 같은 최악의 대통령이 나오게 된 원인이 중산층에게 각자 자신만 생각하는 소극적 개인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부자 엘리트들이 왜곡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정치의식의 각성을 주문하면서 부자 기득권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것이 그 첫번째 투쟁목표라고 선언한다. 그래야 ‘그들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금융 과두권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유럽에서 이미 시작된 ‘은행 국유화’를 강조한다. 부자들의 세금을 다시 많이 걷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과연 그게 가능하겠냐고? 평생 부자들만 연구한 두 학자 지은이는 타락한 부자 권력이 힘은 세졌지만 여전히 그들은 소수란 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99%가 각성하면 언제나 맞설 수 있다고 단언한다.
출처 : ‘가카’는 부자들의 ‘순결한 절친’인 게지
'세상에 이럴수가 > 오사카산 쥐새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겨레21] 이명박 일가, 싱가포르로 간 이유는? (0) | 2012.02.12 |
---|---|
조각가 `도겐우` 가카에게... (0) | 2012.01.23 |
아이돌 가수, ‘MB 헌정곡’ 발표? (0) | 2012.01.22 |
MB 손녀, ‘명품 패딩’ 입고 시장 나들이? (1) | 2012.01.22 |
박정근 “에리카 김 만나 사랑도, 내곡동에 살고 싶기도” (0) | 2012.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