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2천볼트 전류가 오른손으로 들어왔다”...‘사선’에 선 그들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 노동자들의 눈물
[민중의소리] 지형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5-06 08:54:22
한국전력공사의 ‘배전공사 협력회사 업무처리기준(생존권·고용권 내용포함)’ 개정 시기(5·6월 초안)를 앞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작업환경’과 ‘하청 계약구조’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중에는 전봇대 사이의 오래된 전선을 교체하던 중 팔다리가 잘려나갈 뻔한 노동자도 포함돼 있다.
황원중 건설노조 강원전기원지부 춘천지회장은 최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직접 경험한 감전사고를 설명했다. 황 지회장은 감전사고를 당해 2년 동안 6번의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바 있다.
90년대부터 일을 시작한 황 지회장은 “2009년부터 무정전 이선공법이 도입되면서 2년 동안 무려 5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라며 전선을 직접 다루는 공법 중 하나인 ‘무정전 이선공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09년도 이전에는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을 이용해 전선 교체 시 전류를 안전하게 차단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하지만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전선에 ‘절연커버’만 씌우는 이선공법은 다수의 사망자를 만들어 냈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황 지부장은 2009년 오래된 전선을 교체하다가 ‘절연커버’가 벗겨지면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를 설명했다. 그는 전선이 출렁이던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절연커버’가 벗겨지면서 스파크가 발생했고, 오른손으로 2만 2천볼트의 전기가 흘러들어 왔다. 잠바에는 불이 붙었고 그 순간 졸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지부장은 의식 차린 뒤 “뼈에 손상이 갔으면 오른쪽 팔 뒤꿈치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었다”라며 당시의 막막함을 전했다. 그는 “4개월 동안 4번의 수술을 받았는데 다행이 뼈에는 손상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황 지부장은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의식을 잃었을 때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당시 음식을 너무 잘 먹는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생각나면서 의식을 차렸다”라며 전화기 사이로 흐느꼈다.
황 씨는 아직까지도 전선을 만지고 있냐는 질문에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니까 힘든데도 어쩔 수 없이 계속 한다”라며 “이걸(상처부위) 보여 주는 게 창피하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 없어지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했으면 하는 심정에 집회를 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팔을 절단할 위기에 놓여 있던 3월 18일에는 그의 둘째 딸이 태어났다.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는 “입찰용 자격증과 관리·감독의 부실로 전기 노동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둘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며 민간자격증을 국가 자격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분과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의 하청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민간자격증이 필요한데, 자격증 심사와 관리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시공을 맡는 하청업체들이 자격증의 명의만 빌려와 입찰에 응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청업체가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소수의 노동자는 과도한 업무를 도맡게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기분과 관계자는 “민간자격증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제 시험의 공정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자격증 소유자가 2만 명이라면 실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3천 명뿐”이라고 말했다.
자격증을 따기위해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위탁한 기업체 들이 모여서 자격증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것을 모두 따려면 800~9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5년 마다는 학원에 150만 원 정도를 내고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28·29일 한전 나주 본사에서 ‘노숙 투쟁’을 진행했다. 노조는 ▲한전배전업무 국가자격증 제도화 ▲전기 노동자 의무 보유인원 법제화 ▲전기현장 직접활선 공법 폐지 및 대체공법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11일 나주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출처 “2만2천볼트 전류가 오른손으로 들어왔다”...‘사선’에 선 그들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 노동자들의 눈물
[민중의소리] 지형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5-06 08:54:22
▲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28·29일 한전 나주 본사에서 ‘노숙 투쟁’을 진행했다. (출처 : 전국건설노조 제공) ⓒ기타
한국전력공사의 ‘배전공사 협력회사 업무처리기준(생존권·고용권 내용포함)’ 개정 시기(5·6월 초안)를 앞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작업환경’과 ‘하청 계약구조’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중에는 전봇대 사이의 오래된 전선을 교체하던 중 팔다리가 잘려나갈 뻔한 노동자도 포함돼 있다.
황원중 건설노조 강원전기원지부 춘천지회장은 최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직접 경험한 감전사고를 설명했다. 황 지회장은 감전사고를 당해 2년 동안 6번의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바 있다.
90년대부터 일을 시작한 황 지회장은 “2009년부터 무정전 이선공법이 도입되면서 2년 동안 무려 5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라며 전선을 직접 다루는 공법 중 하나인 ‘무정전 이선공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09년도 이전에는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을 이용해 전선 교체 시 전류를 안전하게 차단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하지만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전선에 ‘절연커버’만 씌우는 이선공법은 다수의 사망자를 만들어 냈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황 지부장은 2009년 오래된 전선을 교체하다가 ‘절연커버’가 벗겨지면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를 설명했다. 그는 전선이 출렁이던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절연커버’가 벗겨지면서 스파크가 발생했고, 오른손으로 2만 2천볼트의 전기가 흘러들어 왔다. 잠바에는 불이 붙었고 그 순간 졸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지부장은 의식 차린 뒤 “뼈에 손상이 갔으면 오른쪽 팔 뒤꿈치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었다”라며 당시의 막막함을 전했다. 그는 “4개월 동안 4번의 수술을 받았는데 다행이 뼈에는 손상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황 지부장은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의식을 잃었을 때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당시 음식을 너무 잘 먹는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생각나면서 의식을 차렸다”라며 전화기 사이로 흐느꼈다.
황 씨는 아직까지도 전선을 만지고 있냐는 질문에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니까 힘든데도 어쩔 수 없이 계속 한다”라며 “이걸(상처부위) 보여 주는 게 창피하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 없어지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했으면 하는 심정에 집회를 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팔을 절단할 위기에 놓여 있던 3월 18일에는 그의 둘째 딸이 태어났다.
▲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28·29일 한전 나주 본사에서 ‘노숙 투쟁’을 진행했다. (출처 : 전국건설노조 제공) ⓒ기타
“무능한 하청업체 만드는 민간자격증 제도”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는 “입찰용 자격증과 관리·감독의 부실로 전기 노동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둘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며 민간자격증을 국가 자격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분과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의 하청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민간자격증이 필요한데, 자격증 심사와 관리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시공을 맡는 하청업체들이 자격증의 명의만 빌려와 입찰에 응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청업체가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소수의 노동자는 과도한 업무를 도맡게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기분과 관계자는 “민간자격증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제 시험의 공정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자격증 소유자가 2만 명이라면 실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3천 명뿐”이라고 말했다.
자격증을 따기위해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위탁한 기업체 들이 모여서 자격증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것을 모두 따려면 800~9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5년 마다는 학원에 150만 원 정도를 내고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28·29일 한전 나주 본사에서 ‘노숙 투쟁’을 진행했다. 노조는 ▲한전배전업무 국가자격증 제도화 ▲전기 노동자 의무 보유인원 법제화 ▲전기현장 직접활선 공법 폐지 및 대체공법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11일 나주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28·29일 한전 나주 본사에서 ‘노숙 투쟁’을 진행했다. (출처 : 전국건설노조 제공) ⓒ기타
출처 “2만2천볼트 전류가 오른손으로 들어왔다”...‘사선’에 선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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