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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찍는데 석달…국군병원 치료 기다리다 골병

MRI 찍는데 석달…국군병원 치료 기다리다 골병
무릎 다쳐 극심 통증 호소 병사에 “대기자 많으니 석달 기다려라”
부대도 무관심해 아픔 참으며 훈련… MRI 찍자 인대 파열로 드러나
민간병원서 넉달만에 수술, 복무 불가 판단받아 의병 제대

[한겨레] 부산/김광수 기자 | 등록 :2016-07-07 21:08 | 수정 :2016-07-08 09:49


▲ 군 복무 중 축구를 하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된 당시 서아무개 병장이 지난 3월 부산 ㅂ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뒤 병실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5월 의병 제대한 서 병장은 현재 병원을 오가며 재활치료중이다. 서 병장 아버지 제공



지난해 11월 2일 경기도 한 육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서 아무개(22) 병장은 부대원들과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쳤다. 걷기가 힘들어 대대 의무반에 갔더니 “2차 의료기관인 국군양주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열흘 동안 끙끙 앓던 서 병장은 같은 달 12일 국군양주병원에 들렀다. 엑스선(X-ray) 촬영에서 특별한 증상이 발견되지 않자 군의관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으라고 했다. 자기공명영상 접수대에서는 “대기 환자가 많으니 석 달 뒤에 오라”고 했다.

소속 부대로 돌아온 서 병장은 무릎이 아파 초소에 앉아서 근무했다. 하지만 근무지인 초소로 이동하기 위해 트럭을 타고 내릴 때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1~2주 뒤부터는 통증을 참으며 평소처럼 초소에서 선 채로 근무했고 훈련도 받았다.

서 병장은 지난 2월 11일 국군양주병원에 다시 갔다. 석 달 전 예약한 날이었다. 자기공명영상을 찍으니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의관은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서 병장의 아버지(53)는 “무릎을 다치고 석 달이나 지난 뒤에 수술을 받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 제때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했다면 바로 수술 또는 재활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고, 통증과 후유증도 덜할 것이 아니냐”며 군에 항의했다.

화가 난 아버지 서 씨는 지난 2월 16일 국군양주병원에서 찍은 자기공명영상 기록물을 들고 아들과 함께 서울의 민간병원으로 갔다. 의료진은 “찢어진 인대가 오래됐기 때문에 재활은 어렵고 수술을 하라”고 했다. 부대 쪽은 서 병장의 병가를 허락했다.

아버지는 2월 26일 아들을 집과 가까운 부산 ㅂ 병원으로 옮겨 자기공명영상을 다시 촬영했다. 의료진이 무릎 십자인대가 90%가량 끊어졌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서 병장은 3월 3일 끊어진 인대를 연결하는 수술을 했다. 무릎을 다치고 정확히 4개월이 지난 뒤였다.

서 병장은 재활 치료를 위해 4월 4일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했으나 정상 복무가 어렵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애초 전역 예정일보다 석 달가량 이른 5월 4일 의병 전역했다.

서 병장이 3월 23일 퇴원할 때까지 민간병원을 오가며 낸 입원·수술비만 500여만 원에 이르렀다. 매주 두 차례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ㅂ 병원을 가는데 한차례당 6만~16만 원이 든다.

전역한 서 씨와 가족은 후유증이 걱정이다. 서 씨는 “현재는 목발 없이 걸을 수 있는데 무릎을 완전히 펼 때는 불편하다. 의료진이 1년 동안의 재활치료가 끝나더라도 가벼운 운동만 가능하다고 말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씨가 근무했던 부대 쪽은 “국군양주병원에서 석 달 뒤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서 병장의 외상이 뚜렷하지 않았고 서 병장이 근무도 잘 서고 훈련도 잘 받아 민간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감기 등으로 두 차례 서 병장을 양주병원에 데려갔을 때와 정기적인 면담에서도 서 병장이 무릎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군 병원을 담당하는 국군의무사령부는 “군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을 찍으려면 보통 7~26일 기다려야 한다. 국군양주병원의 환자가 다른 국군병원에 견줘 많은 편이지만 대기기간이 3개월이나 걸렸다면 일시적으로 응급환자가 몰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기공명영상 촬영일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협의한다”고 밝혔다. 2014년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군의무사령부 예하 14개 군 병원이 보유한 자기공명영상 장비는 모두 14대로 한 병원에 한 대꼴이다.

하지만 서 씨는 “무릎이 아프다고 계속 호소했고 근무일지에도 기록했지만, 소속 부대의 간부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내가 근무나 훈련에서 빠지면 동료한테 피해가 가기 때문에 통증을 참았다. 통증이 심해서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빨리해달라고 했으나 군 병원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고 되받았다.


출처  MRI 찍는데 석달…국군병원 치료 기다리다 골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