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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막고 집회물품 빼앗기, 경찰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일까?

행진 막고 집회물품 빼앗기, 경찰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일까?
시민들 “인권도둑·깔판도둑,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하라” 도심 행진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6-07-07 23:51:15 | 수정 : 2016-07-07 23:51:15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열린 ‘노란리본, 깔판도 가로막는 경찰청 규탄행진 7.7 경찰폭력 규탄의 날’ 사전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정병혁 객원기자

‘깔판’과 ‘비닐’을 양손에 든 시민들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서울 도심에서 행진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깔판과 비닐에 “도둑질 지시한 경찰청장 규탄한다”, “인권도둑, 깔판도둑, 나쁜경찰” 등의 문구를 썼다.

백남기대책위와 세월호 유가족, 4.16연대, 유성범대위 그리고 시민들 150여명은 7일 농성장에서 사용하는 깔판과 비닐 등을 들고 종로구청에서부터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지나 서대문구 경찰청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행진을 시작한 종로구청 사거리는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곳이다.

하지만 경찰은 “300명을 넘지 않아 차도로 행진할 수 없다”며 참가자를 막아섰고,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간의 대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해산명령 불응을 이유로 집회 참가자 3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부에게 준 국가 공권력은 약자들을 위해 써야한다”며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힘없는 이들을 탄압하고, 재벌들의 권력을 비호하는데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이 이같은 행진을 벌인 이유는 최근 경찰이 농성장에서 집회물품으로 신고 된 은박지 롤과 비닐을 빼앗는 등 집회·시위를 방해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열린 ‘노란리본, 깔판도 가로막는 경찰청 규탄행진 7.7 경찰폭력 규탄의 날’에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병혁 객원기자


#1. 세월호 유가족 은박지 롤 빼앗고 전력 질주하는 경찰

지난 6월 27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세월호 특조위 강제해산 중단과 조사기간 보장’을 촉구하며 철야 농성을 벌이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하루 종일 경찰과 신경전 벌여야만 했다. 경찰이 농성장에 필요한 은박지 롤 반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유가족들이 택시에서 내리는 은박지 롤을 빼앗고 정부서울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에는 다시 은박지 롤을 농성장으로 반입하려는 유가족들을 세종로 공원에서 막아서고 “은박지 롤을 반입하려면, ‘2m’ 간격으로 잘라서 반입하라”고 요구해 대치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은박지 롤을 반입을 막은 이유에 대해 “이를 통째로 들고 농성장에 들어가면 움막을 치고 장기농성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해명했다.

416가족협의회 측은 “은박 롤을 불법 시위용품이라며 막는 경찰의 황당한 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경찰은 26일에도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서 ‘신고되지 않은 물품’이라며 강제로 노란리본을 떼고, 그늘 막을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항의하던 유가족 4명이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관련기사 : 박주민 “경찰, 법적 근거 없이 세월호 농성장 노란리본 뗐다”)

집회·시위 관련한 소송 변호에 경험이 많은 김종보 변호사는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6조에 따라 불법한 일을 막기 위해 행정상 즉시 제지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그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다. 주변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가한다거나 재산상에 피해가 발생하는 등 범죄행위가 목전에 이루어질 우려가 있을 시, 경찰 행정력을 발동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고 된 집회에서 은박지를 깔고 장기농성을 한다고 해서 범죄행위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위해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상황도 아니었다”며 “즉 농성물품을 막거나 빼앗은 경찰의 행위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6조에 위반되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세월호 유가족, 416연대, 백남기농민 대책위, 유성범대위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노란리본, 깔판도 가로막는 경찰청 규탄행진 7.7 경찰폭력 규탄의 날’을 열고 있다. ⓒ정병혁 객원기자


#2. 유성범대위 농성장 난입해 농성에 필요한 물품들을 빼앗은 경찰

지난 6월 29일,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농성 중이던 고 한광호씨의 동료들 또한 은박지 롤과 비닐, 스티로폼 등을 경찰과 구청 관계자에 의해 빼앗겼다.

집회신고 물품에 포함돼 있던 물품이었지만, 경찰은 “신고 된 물품이 아니다”라며 농성장에 난입해 빼앗아갔다.

유성범대위 측은 “장대비가 내릴 것을 예상해 최소한의 비를 피하기 위해 준비했던 물건이다”라며 “경찰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는 경찰이 유성기업 양재동 시민분향소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24시간 항의집회를 하던 노동자들의 음향시설을 빼앗아갔다”며 “집회 음향이 ‘76 데시벨’이 나온다며 집회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14조 관련 확성기등의 소음기준에 따르면, 공공도서관과 학교 등지 외 그 밖의 지역에선 ‘75 데시벨’(주간) 이하까지 허용한다. ‘1 데시벨’을 초과한 것을 확인한 경찰이 농성장 음향시설을 빼앗은 것이다.

김종보 변호사는 “데시벨 기준 자체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가 있지만, 만약 이를 넘었더라도 관계인에게 주의를 주고 볼륨을 낮추라고 요청을 먼저 해야만 한다”며 “그런 후에도 시정되지 않았을 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구해야하는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차를 무시하고 빼앗는 행위는 그 순간 있어야 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열린 ‘노란리본, 깔판도 가로막는 경찰청 규탄행진 7.7 경찰폭력 규탄의 날’ 사전집회를 마치고 행진하던 도중 경찰에 가로막히자 김태연 유성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이 집회신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병혁 객원기자


“교통 장애 유발은 핑계,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날(7일) 대치상황에서 발언에 나선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지난 백남기 농민의 사고를 비롯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시민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집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교통을 일시적으로 방해할 수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그것은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권력과 비열한 자본에 대해 비판하고 우리 사회를 좀 더 민주적인 사회로 발전시키는 밑거름을 만드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집회시위의 자유란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통의 장애를 유발한다는 것 이것은 핑계다. 아주 짧은 시간, 교통이 한 두 차선 막힐 수 있다”며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사회가 감수해야 할 대목이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종합] 행진 막고 집회물품 빼앗기, 경찰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