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안전 ‘직고용’으로 해고 위기 처한 노동자들
서울메트로, 특수차 업무 ‘면허’ 여부로 고용승계 저울질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발행 2016-07-08 20:20:26 | 수정 2016-07-08 20:20:26
“6년간 이 분야에서만 일한 제가 어떻게 ‘무자격자’가 될 수 있나요”
서울메트로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한승호(36)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서울시가 지하철 안전업무 직영전환을 발표하면서 자신도 직영직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만 오히려 해고를 당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서울메트로 이사회의 ‘조건부 민간위탁 직영전환안’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한씨가 일하고 있는 특수차 용역업체 (주)고암의 고용승계 대상을 전체 대상자 19명 중 9명으로 한정했다. ‘철도장비 운전면허’ 소지 여부에 따라 소지자 9명은 고용승계를, 미소지자 10명은 제외를 결정했다.
(주)고암이 하는 일은 선로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특수차량 운행이다. 특수차량은 지하철 운행으로 발생하는 선로의 요철 현상을 보수하거나 터널 내부를 세척한다.
직원들은 특수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원과 점검, 작업 중 화재감시 등을 담당하는 운영요원으로 나뉜다. 운전원은 당연히 해당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가 필요하고 운영요원들에게는 면허가 필요 없다. 그런데 서울메트로는 운전원만을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운영요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 씨는 고용승계에서 제외된 운영요원 중 한 명이었다.
만일 서울메트로의 이같은 고용승계안이 확정되면 (주)고암의 60세 이하 자체채용자 19명 중 10명은 두달 뒤 계약이 만료되면 당장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한 씨를 비롯한 경력자들은 이제 와서 ‘면허’가 고용승계의 잣대가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면허를 요구한 적이 없을 뿐더러 실제 업무에서는 운전원을 제외하고는 면허의 보유 여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운영요원들은 특수차의 선로 유지보수 작업 과정에서 화재 감시나 기타시설물 경계, 비상상황 발생시 대응조치 등의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면허는 없더라도 현장 투입 전에 철도안전교육, 직무교육 등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업무 전문성 역시 확보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이들을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규채용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 씨는 "작년 11월에 성신여대에서 레일을 연마하는 작업 도중 크게 불이 난 적이 있었다"면서 "연마할 때는 불똥이 항상 튀기 때문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지 않는지 감시하거나 비상시에 조치하는 것이 운영요원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라서 고용승계를 할 수 없다면 서울메트로는 이제까지 무자격자를 현장에 투입해온 거냐”면서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고용승계와 관련해 면허 부분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면허 미보유자 인원에 대한 고용승계 여부는 내부에서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 씨는 지난 2012년 당시 소속해 있던 용역업체인 에코레일(주)이 현재 (주)고암으로 넘어오면서 이미 한 차례 고용승계를 경험했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서울시의 ‘좋은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라 용역업체 선발 과정에서 고용승계 여부를 가산점 항목으로 지정했다. 이 때문에 당시 입찰에 나선 업체들은 모두 고용승계를 약속했고, 그는 별도의 절차 없이 고용승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4년이 지난 뒤 서울시의 직영전환 대책이 발표되면서 또 다시 고용승계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지난 6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 5개 용역업체의 현장 노동자들과 면담계획을 잡았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것은 한 씨가 속한 (주)고암이었다. 창동 차량기지에서 만난 박 시장은 그를 비롯한 현장의 젊은 노동자들을 만나 안전한 일자리를 약속했다.
한 씨는 “박 시장은 당시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과 시설처장 등이 있는 자리에서 ‘코레일보다 나은 직장, 젊은 직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는 직장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면서 “서울메트로는 왜 서울시의 이런 정책기조와는 다른 고용승계방침을 내세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직영 전환시 기존 자체채용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도록 조치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성명에는 “모터카 및 철도장비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중 많은 노동자들이 모터카 면허증이 없다는 이유로 채용조건에서 이미 탈락이 예정되어있다”면서 “이들은 지금껏 수년간 모터카 면허가 없음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해왔고 그 업무에 숙련된 노동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단독] 서울 지하철 안전 ‘직고용’으로 해고 위기 처한 노동자들
서울메트로, 특수차 업무 ‘면허’ 여부로 고용승계 저울질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발행 2016-07-08 20:20:26 | 수정 2016-07-08 20:20:26
▲ 레일연마 작업중인 특수차 노동자 ⓒ민중의소리
“6년간 이 분야에서만 일한 제가 어떻게 ‘무자격자’가 될 수 있나요”
서울메트로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한승호(36)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서울시가 지하철 안전업무 직영전환을 발표하면서 자신도 직영직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만 오히려 해고를 당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서울메트로 이사회의 ‘조건부 민간위탁 직영전환안’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한씨가 일하고 있는 특수차 용역업체 (주)고암의 고용승계 대상을 전체 대상자 19명 중 9명으로 한정했다. ‘철도장비 운전면허’ 소지 여부에 따라 소지자 9명은 고용승계를, 미소지자 10명은 제외를 결정했다.
(주)고암이 하는 일은 선로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특수차량 운행이다. 특수차량은 지하철 운행으로 발생하는 선로의 요철 현상을 보수하거나 터널 내부를 세척한다.
직원들은 특수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원과 점검, 작업 중 화재감시 등을 담당하는 운영요원으로 나뉜다. 운전원은 당연히 해당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가 필요하고 운영요원들에게는 면허가 필요 없다. 그런데 서울메트로는 운전원만을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운영요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 씨는 고용승계에서 제외된 운영요원 중 한 명이었다.
서울메트로, ‘철도장비 운전면허’로 고용승계 여부 저울질
경력자들 “이제 와서 ‘무자격자’ 취급이냐” 거센 반발
경력자들 “이제 와서 ‘무자격자’ 취급이냐” 거센 반발
만일 서울메트로의 이같은 고용승계안이 확정되면 (주)고암의 60세 이하 자체채용자 19명 중 10명은 두달 뒤 계약이 만료되면 당장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한 씨를 비롯한 경력자들은 이제 와서 ‘면허’가 고용승계의 잣대가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면허를 요구한 적이 없을 뿐더러 실제 업무에서는 운전원을 제외하고는 면허의 보유 여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운영요원들은 특수차의 선로 유지보수 작업 과정에서 화재 감시나 기타시설물 경계, 비상상황 발생시 대응조치 등의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면허는 없더라도 현장 투입 전에 철도안전교육, 직무교육 등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업무 전문성 역시 확보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이들을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규채용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 씨는 "작년 11월에 성신여대에서 레일을 연마하는 작업 도중 크게 불이 난 적이 있었다"면서 "연마할 때는 불똥이 항상 튀기 때문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지 않는지 감시하거나 비상시에 조치하는 것이 운영요원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라서 고용승계를 할 수 없다면 서울메트로는 이제까지 무자격자를 현장에 투입해온 거냐”면서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고용승계와 관련해 면허 부분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면허 미보유자 인원에 대한 고용승계 여부는 내부에서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시청 브리핑룸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박원순 시장, 안전한 직장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외주업체가 더 좋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외주업체가 더 좋았다”
한 씨는 지난 2012년 당시 소속해 있던 용역업체인 에코레일(주)이 현재 (주)고암으로 넘어오면서 이미 한 차례 고용승계를 경험했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서울시의 ‘좋은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라 용역업체 선발 과정에서 고용승계 여부를 가산점 항목으로 지정했다. 이 때문에 당시 입찰에 나선 업체들은 모두 고용승계를 약속했고, 그는 별도의 절차 없이 고용승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4년이 지난 뒤 서울시의 직영전환 대책이 발표되면서 또 다시 고용승계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지난 6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 5개 용역업체의 현장 노동자들과 면담계획을 잡았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것은 한 씨가 속한 (주)고암이었다. 창동 차량기지에서 만난 박 시장은 그를 비롯한 현장의 젊은 노동자들을 만나 안전한 일자리를 약속했다.
한 씨는 “박 시장은 당시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과 시설처장 등이 있는 자리에서 ‘코레일보다 나은 직장, 젊은 직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는 직장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면서 “서울메트로는 왜 서울시의 이런 정책기조와는 다른 고용승계방침을 내세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직영 전환시 기존 자체채용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도록 조치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성명에는 “모터카 및 철도장비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중 많은 노동자들이 모터카 면허증이 없다는 이유로 채용조건에서 이미 탈락이 예정되어있다”면서 “이들은 지금껏 수년간 모터카 면허가 없음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해왔고 그 업무에 숙련된 노동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단독] 서울 지하철 안전 ‘직고용’으로 해고 위기 처한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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