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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폴리시 “한국, 독재시대로 회귀하는가”

포린폴리시 “한국, 독재시대로 회귀하는가”
[경향신문] 워싱턴 손제민 특파원 | 입력 : 2016.07.17 05:49:00 | 수정 : 2016.07.17 15:50:01


▲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 올라온 ‘한국은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 포린폴리시 웹사이트


박근혜 정권이 언론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탄압하면서 박정희 정권을 닮아가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 게재한 ‘한국은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박근혜가 집권한 지난 3년 반 동안 정치적 자유의 후퇴가 두드러진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격월간 잡지인 이 매체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최근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한국에서 평화적인 결사의 자유가 축소됐다”는 국제앰네스티의 지적을 인용했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이 군사독재를 끝내기 전까지 한국에서 집회를 탄압하는 일은 흔했는데 박근혜 정권 몇년 간 다시 그 시절로 후퇴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박근혜의 독재적 성향이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점과 관련됐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면서 박정희 집권 18년은 경제성장과 함께 임의적 구금, 광범위한 고문, 처형, 계엄령 등 심각한 탄압으로 점철됐다고 했다.

포린폴리시는 박근혜가 집권 후 아버지의 강력한 통치를 그리워하는 보수 진영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며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북한의 위협이 제한적이며 마음 속으로는 그리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도 박근혜가 “전국의 모든 베개와 침대 밑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찾아내려는 묘한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약간의 진보적 성향만 있어도 ‘종북’으로 공격하는 일이 흔해졌으며,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아예 열기(fever pitch) 수준이 됐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58년 이후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 해산 조치를 취한 것,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로 주입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들었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언론의 자유도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의 행적을 의문시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과 박근혜의 동생 박지만씨의 살인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어준, 주진우 기자의 보도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한겨레신문이 박근혜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조문 사진 연출’을 보도한 일, 조선일보가 고위직 임명자들에 대해 보도한 것, 세계일보가 박근혜의 측근 정윤회씨 의혹 보도를 한 것 등 박근혜와 관계된 보도들은 여지 없이 고소·고발의 대상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이 발표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180개국 중 70위로 떨어졌고, 언론들은 자체 검열을 하거나 두려움 속에서 취재·보도 활동을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집권 새누리당 대변인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 대해 친북 요원들이 주도한 “불순한” 집회라고 공격한 일, 박근혜가 시위대를 이슬람국가(IS) 테러범에 비유하며 복면시위 금지를 지시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아버지 때처럼 고문·처형하거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하지는 않았지만 자유에 대한 탄압은 분명히 귀환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이렇게 글을 맺었다. “이 모든 것이 반공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오늘날 한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북한이 아니라 불평등과 일자리 부족, 삶의 질 같은 것들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실패한 박근혜에게는 그 책임을 돌려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에게는 진보진영과 공산주의자들만 있으면 족하다.

■ 포린폴리시 기사 원문 (▶원문 보기)


출처  포린폴리시 “한국, 독재시대로 회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