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돼지 아닌, 노동자”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④]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발행 : 2016-09-07 08:57:24 | 수정 : 2016-09-07 09:41:21
"꺼져! 이 xx야!"
욕설과 함께 주먹이 얼굴로 날아왔다. 얼굴을 때리길 수 차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번엔 뒤에서 목을 조르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지난해 10월 초의 일이었다. 폭행이 벌어진 장소는 경기도 안산의 현대자동차 대리점. 가해자는 대리점 소장 김 모씨. 피해자는 대리점 소속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 김선영(45) 씨.
직장에서 벌어진 이 충격적인 폭행 사건은 왜 일어난 걸까?
김 씨는 2001년부터 현대자동차 판매 영업을 했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3학년, 7살 세 자녀를 키우는 가장인 그는 지난 해 큰 결심을 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게 억울했어요. 마음에 안 든다고 '너 내일부터 나오지마' 한 마디로 자르고, 온갖 쌍욕을 하고, 그게 억울해서 시작했어요"
현대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은 원래 모두 정규직이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리점제도를 신설해 지점의 정규직들을 대리점으로 내보냈다.
그 후 지점 영업사원과 대리점 영업사원의 처지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지점과 대리점이 다를 게 없다. 영업사원들도 지점이건 대리점이건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며 소나타, 아반떼 등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차량을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동일노동이다. 그렇다면 동일임금이 주어져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다. 그러나 둘에 대한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점 영업사원은 현대자동차가 채용한 정규직으로 기본급을 보장받는다. 퇴직금, 4대보험, 각종 복리후생 혜택도 있다.
대리점 영업사원은 기본급이 없다. 차량을 한 대도 판매하지 못하면 급여가 0원이다. 4대보험도 없고, 정년도 없고, 퇴직금도 없다. 그들에게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의 탈을 씌웠기 때문이다.
대리점 영원사원들이 차량을 판매하면, 현대자동차는 대리점에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 이중 30%는 대리점이 운영비와 수익 등으로 가져가고 70%가 영업사원들에게 지급된다.
여기서 질문 하나! 대리점 영업사원들을 실질적으로도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노동자로 판단할 수 있는 사실들이 여러가지다.
대리점 영업사원 모집은 현대자동차의 최종 승인을 거쳐 이뤄졌고, 입사시 현대차에서 제공하는 교육내용과 자료로 집합교육을 받았다. 또 현대차에서 제공하는 사내전산망과 태블릿PC를 사용해 영업판매를 했으며, 현대차의 승인을 받아 직급(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을 정했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팀별로 월별 판촉보고서를 대리점 소장에게 올리고, 실제 판촉이 진행됐는지 사진으로 보고했다. 이를 현대차 본사 지역부에서 조사를 했다.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사용자에게 종속돼 일해왔다고 볼 수 있는 근거들이다.
현대차 지점은 전국에 437곳이 있고, 대리점은 384곳이 있다. 지점과 대리점에 소속된 영업사원들이 발로 뛰며 자동차를 판매해 현대차는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한 쪽은 노동자고, 한 쪽은 노동자가 아니다.
그래서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그들의 권리를 찾기로 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뜻을 모은 이들이 전국을 돌며 노조 설립 준비를 했고, 2015년 8월 22일 대전에서 비밀리에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조합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헌법에 보장돼 있는 국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곧바로 탄압이 시작됐다.
김선영 위원장과 사무처장은 버텼다. 그러나 노조 사무처장도 한 달 만에 해고됐다. 사무처장을 해고시키기 전 대리점 소장은 사무처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를 죽이려고 이렇게 하냐? 작은 것도 아니고 핵폭탄이야 이거. 다른 거 생각할 거 없어. 내 입장을 생각하면 답이 나올거야."
노조를 그만두든지, 회사를 그만두든지 하라는 얘기였다. 노조를 그만두지 않은 그는 결국 노조 결성 한 달 만인 2015년 9월 18일 해고됐다.
김선영 위원장은 끝까지 버텼다. 해고 통보를 받았으나 계속 출근했다. 그러자 대리점 소장은 김 위원장 책상 위의 집기를 치웠다. 전화기와 영업용 계약서를 뺏었다. 그래도 출근을 하자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계속 버티자 대리점 소장은 폐업을 선택했다. 지난 1월 15일 대리점 소장은 현대차 본사에 판권을 반납하고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았다.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노다지'를 스스로 반납하며 내세운 명분은 '건강상의 문제'였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현대차 본사의 압박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대리점 소장은 영업사원들 앞에서 "본사나 지역본부에서는 문을 닫으래요. 제가 왜 문을 닫아야 합니까? 앞으로 7년은 더 해먹을 수 있는데"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리점에서는 아침 조회 시간에 소장이 직원들에게 "회사(현대차)에서는 (노조가) 더 번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회사의 그 압박은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어요"라며 문을 닫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노조원인 영업사원들이 노조 탈퇴를 선택해 이 대리점은 문을 닫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5개의 대리점이 폐쇄됐다. 모두 영업사원 다수가 노조에 가입한 곳이다. 노조의 싹을 자르기 위해 아예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정당한 교섭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도 대리점 영업사원들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면서 대리점 소장들에게 교섭을 하라고 명령했는데, 무시하고 있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에 응하라는 명령은 부당하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섭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소송으로 3년은 걸리니까, 절대 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다 내려왔어요." 한 대리점 소장이 아침 조회 때 직원들 앞에서 한 말이다.
왜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대차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노동위원회는 사법기관이 아니지 않냐? 지금 사법기관의 판단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리점 폐쇄에 대해서는 "(대리점주) 본인들이 힘들다고 자진반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리점 폐쇄로 40~50대 나이에 해고자 신세가 된 영업사원들도 일부는 생계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갔다. 버티고 있는 이들 중엔 신용불량자가 된 영업사원들도 있다.
이런 가시밭길을, 김선영 위원장은 상상이나 했을까? 헌법에 보장돼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고, 해고당하고..
김선영 위원장은 지난 7월 말,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현대차를 사용자로 하는 노동자임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낸 것이다.
8월 말, 안산의 한 커피숍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뒤, 마지막으로 노조 활동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무언지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현대자동차는 대리점 일은 현대차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현대차측과 통화를 했으나,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듣진 못했다.
출처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④] “우리는 개돼지 아닌, 노동자”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④]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발행 : 2016-09-07 08:57:24 | 수정 : 2016-09-07 09:41:21
▲ 김선영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 위원장.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인 그는 지난해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민중의소리
"꺼져! 이 xx야!"
욕설과 함께 주먹이 얼굴로 날아왔다. 얼굴을 때리길 수 차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번엔 뒤에서 목을 조르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지난해 10월 초의 일이었다. 폭행이 벌어진 장소는 경기도 안산의 현대자동차 대리점. 가해자는 대리점 소장 김 모씨. 피해자는 대리점 소속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 김선영(45) 씨.
직장에서 벌어진 이 충격적인 폭행 사건은 왜 일어난 걸까?
"억울해서 시작했다"
김 씨는 2001년부터 현대자동차 판매 영업을 했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3학년, 7살 세 자녀를 키우는 가장인 그는 지난 해 큰 결심을 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게 억울했어요. 마음에 안 든다고 '너 내일부터 나오지마' 한 마디로 자르고, 온갖 쌍욕을 하고, 그게 억울해서 시작했어요"
현대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은 원래 모두 정규직이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리점제도를 신설해 지점의 정규직들을 대리점으로 내보냈다.
그 후 지점 영업사원과 대리점 영업사원의 처지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지점과 대리점이 다를 게 없다. 영업사원들도 지점이건 대리점이건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며 소나타, 아반떼 등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차량을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동일노동이다. 그렇다면 동일임금이 주어져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다. 그러나 둘에 대한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점 영업사원은 현대자동차가 채용한 정규직으로 기본급을 보장받는다. 퇴직금, 4대보험, 각종 복리후생 혜택도 있다.
대리점 영업사원은 기본급이 없다. 차량을 한 대도 판매하지 못하면 급여가 0원이다. 4대보험도 없고, 정년도 없고, 퇴직금도 없다. 그들에게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의 탈을 씌웠기 때문이다.
대리점 영원사원들이 차량을 판매하면, 현대자동차는 대리점에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 이중 30%는 대리점이 운영비와 수익 등으로 가져가고 70%가 영업사원들에게 지급된다.
▲ 김선영 위원장의 급여 통장. 2015년 9월 급여는 16,070원이었다.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기본급이 없어서 차를 팔지 못하면 급여가 없다. 김 위원장이 받은 16,070원은 통신비 지원금이다. ⓒ김선영 제공
여기서 질문 하나! 대리점 영업사원들을 실질적으로도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노동자로 판단할 수 있는 사실들이 여러가지다.
대리점 영업사원 모집은 현대자동차의 최종 승인을 거쳐 이뤄졌고, 입사시 현대차에서 제공하는 교육내용과 자료로 집합교육을 받았다. 또 현대차에서 제공하는 사내전산망과 태블릿PC를 사용해 영업판매를 했으며, 현대차의 승인을 받아 직급(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을 정했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팀별로 월별 판촉보고서를 대리점 소장에게 올리고, 실제 판촉이 진행됐는지 사진으로 보고했다. 이를 현대차 본사 지역부에서 조사를 했다.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사용자에게 종속돼 일해왔다고 볼 수 있는 근거들이다.
현대차 지점은 전국에 437곳이 있고, 대리점은 384곳이 있다. 지점과 대리점에 소속된 영업사원들이 발로 뛰며 자동차를 판매해 현대차는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한 쪽은 노동자고, 한 쪽은 노동자가 아니다.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방법으로 판매하는데 왜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노동자가 아니란 말입니까? 현대차와 대리점 소장들은 대리점 판매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4대보험조차 안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찾겠다"
그래서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그들의 권리를 찾기로 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뜻을 모은 이들이 전국을 돌며 노조 설립 준비를 했고, 2015년 8월 22일 대전에서 비밀리에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조합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헌법에 보장돼 있는 국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곧바로 탄압이 시작됐다.
"노조 출범식한 날이 토요일이었어요. 대전에 몰래 숨어서 창립총회를 하고, 일요일 쉬고, 월요일에 출근했는데, 회사에서 이미 다 알고 있는 거예요. 노조 임원 10여 명이 바로 해고통보를 받았어요. '노조를 탈퇴할래? 해고를 당할래?'라고 압박하는데... 결국 열흘도 안 돼서 부위원장들이 못 견디고 전부 노조를 탈퇴했어요."
▲ 김선영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 위원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선영 제공
김선영 위원장과 사무처장은 버텼다. 그러나 노조 사무처장도 한 달 만에 해고됐다. 사무처장을 해고시키기 전 대리점 소장은 사무처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를 죽이려고 이렇게 하냐? 작은 것도 아니고 핵폭탄이야 이거. 다른 거 생각할 거 없어. 내 입장을 생각하면 답이 나올거야."
노조를 그만두든지, 회사를 그만두든지 하라는 얘기였다. 노조를 그만두지 않은 그는 결국 노조 결성 한 달 만인 2015년 9월 18일 해고됐다.
김선영 위원장은 끝까지 버텼다. 해고 통보를 받았으나 계속 출근했다. 그러자 대리점 소장은 김 위원장 책상 위의 집기를 치웠다. 전화기와 영업용 계약서를 뺏었다. 그래도 출근을 하자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계속 버티자 대리점 소장은 폐업을 선택했다. 지난 1월 15일 대리점 소장은 현대차 본사에 판권을 반납하고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았다.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노다지'를 스스로 반납하며 내세운 명분은 '건강상의 문제'였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현대차 본사의 압박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소장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니까요. '본사에서 난리가 났다. 노조원은 다 자르라고 한다. 노조를 안 깨면 재계약은 없다고 한다'라고 직원들을 세워놓고 다 말했어요."
실제 한 대리점 소장은 영업사원들 앞에서 "본사나 지역본부에서는 문을 닫으래요. 제가 왜 문을 닫아야 합니까? 앞으로 7년은 더 해먹을 수 있는데"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리점에서는 아침 조회 시간에 소장이 직원들에게 "회사(현대차)에서는 (노조가) 더 번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회사의 그 압박은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어요"라며 문을 닫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노조원인 영업사원들이 노조 탈퇴를 선택해 이 대리점은 문을 닫지 않았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뉴시스
헌법은 어디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5개의 대리점이 폐쇄됐다. 모두 영업사원 다수가 노조에 가입한 곳이다. 노조의 싹을 자르기 위해 아예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정당한 교섭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도 대리점 영업사원들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면서 대리점 소장들에게 교섭을 하라고 명령했는데, 무시하고 있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에 응하라는 명령은 부당하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섭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소송으로 3년은 걸리니까, 절대 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다 내려왔어요." 한 대리점 소장이 아침 조회 때 직원들 앞에서 한 말이다.
왜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대차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노동위원회는 사법기관이 아니지 않냐? 지금 사법기관의 판단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리점 폐쇄에 대해서는 "(대리점주) 본인들이 힘들다고 자진반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1심과 2심에서 지고도 대법원 판단까지 구하겠다고 시간을 끄는 전략은 사용자들이 노조의 씨를 말리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 사이에 생계가 막막한 노조원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리점 폐쇄로 40~50대 나이에 해고자 신세가 된 영업사원들도 일부는 생계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갔다. 버티고 있는 이들 중엔 신용불량자가 된 영업사원들도 있다.
이런 가시밭길을, 김선영 위원장은 상상이나 했을까? 헌법에 보장돼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고, 해고당하고..
"막상 해고를 당하니 집에 생활비도 못 갖다주고 정말 힘이 든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우리 힘으로 꿋꿋이 버텨왔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김선영 위원장은 지난 7월 말,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현대차를 사용자로 하는 노동자임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낸 것이다.
8월 말, 안산의 한 커피숍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뒤, 마지막으로 노조 활동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무언지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개돼지 취급을 받는 게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대리점 일은 현대차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현대차측과 통화를 했으나,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듣진 못했다.
출처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④] “우리는 개돼지 아닌,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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