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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캐비닛? 미국에서 ‘최순실 사건’이 발생했다면

키친 캐비닛? 미국에서 ‘최순실 사건’이 발생했다면
탄핵사유 한 가지만 해당돼도 미국에서는 즉각 사퇴... ‘미국’ 거론하며 국민 기만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6-12-20 09:21:06 | 수정 : 2016-12-20 09:40:45


▲ 이중환 변호사(가운데) 등 박근혜 대리인단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의견서를 제출한 뒤 브리핑실을 찾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비선 실세를 활용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권한 정지자'가 뜬금없이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란 용어를 쓰며 미국을 걸고넘어지고 있다. 그 뻔뻔스러움이 할 말을 잃게 하지만, 만약 미국에서 최순실 사건이 터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름의 양해를 구하고 가상으로 나열해 보자.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을 1년 정도 남겨 둔 올해 초 미 유명 방송의 A 기자는 기업가로 알려진 B 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오바마와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제보를 접하고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물론 B는 A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한두 번 만나기는 했으나, 상원의원이 되고 난 다음에는 만난 적도 없는데, 대통령이 된 다음에야 어찌 만날 수나 있겠냐"며 딱 잡아떼고 난 다음이었다.

B의 사무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A 기자는 사무실 서재에 있는 책들을 살펴보다 다소 구형인 한 태블릿PC가 서재 모퉁이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동해 이 태블릿을 켜서 그 안에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A 기자는 거의 심장이 멎고 말았다. 그 태블릿 안에는 몇 년 전 오바마 취임 초기부터 최근까지 오바마의 연설문 초안을 물론이고 백악관 내부 회의 자료, 인사 자료 등 국가 기밀문서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태블릿PC를 확보한 A 기자는 방송사 데스크에서 여러 기자들과 그 태블릿PC에 있는 내용을 조사하고 관련 취재를 비밀리에 했다. 해당 방송사 기자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 B 씨가 오바마를 쥐락펴락하며 국정을 농단한 내용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방송사의 저녁 메인 뉴스 단독 보도로 일순간 미국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모두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방송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 지도부도 긴급회의를 열고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충격에 빠진 백악관도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오바마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날 오전 7시,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보도된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미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했다"며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했다. 충격에 빠진 백악관은 부통령 이하 전 내각도 일괄 사퇴서를 제출했다. 민주당도 오바마 대통령 선출은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다며 고위급 지도자들이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은 즉각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착수를 지시했다. FBI는 B 씨는 물론 사임한 오바마도 긴급 체포하고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B 씨가 오바마의 일부 측근 비서관들과 내통하고 백악관에 무단으로 출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백악관 비밀경호국 관계자들도 줄줄이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에 비밀리에 마약류가 반입된 사실도 드러나자, 미 국민들은 충격으로 치를 떨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결국, 국가기밀 누설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대통령 권한 대행인 하원의장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의 역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는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뼈를 깎는 교훈으로 미국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써 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의 정신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내용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이러한 가상의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가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무슨 '키친 캐비닛'이니 '백악관 버블'이니 하면서 아직도 자신이 범한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미국과 비교하는 박근혜 권한 정지자의 그 뻔뻔함이 황당하기 때문이다.

한 번 속인 국민은 영원히 속일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독재자의 말로와 다름없다.


키친 캐비닛, 민심 청취하는 공개적 대화 자리

미국에서 '키친 캐비닛'이라고 함은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 정치나 국정에 전혀 관계없는 대통령의 지인을 백악관으로 불려 식사를 함께하면서 의견을 듣는 자리이다. 모든 일정이 공개되고 종종 대통령은 감사의 의미로 명예 임명장을 주기도 한다.

어디 국민도 행정부도 모르는 인물을 비밀리에 백악관으로 부르고 그것도 인사는 물론 국가기밀 자료를 제공해 국정을 농단하면서 대기업에는 돈을 내라고 협박하는 일이 미국의 '키친 캐비닛'이라는 말인가.

대통령의 지시로 백악관 비서관이 민간인에게 국가기밀 서류를 제공하고 지침을 받았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사임과 탄핵감이다.

즉, 박근혜의 10여 가지 탄핵 사유 중 단 한 가지만 사실이라도 미국에서는 가장 치욕적인 탄핵감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우리 국민을 조롱하고 미국을 비유하는 박근혜 권한 정지자의 행태는 정말 우방국이라는 미국이 알까봐 부끄러워 얼굴을 들기 힘들 정도이다.

우리 국민들이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그나마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독재자의 딸은 그대로 30년 전으로 돌려놨다. 그럼에도 외신들이 꼬집은 '무당(shaman) 정치'보다 못한 파렴치한 행위로 국정을 농단한 당사자가 아직도 '미국' 운운하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제 외신들은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치욕적이며 부끄러운 오욕의 역사를 썼고 아직도 국민을 기만한 사람은 바로 박근혜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나마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지키고 있는 한국 국민들의 인내가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말과 함께.


출처  키친 캐비닛? 미국에서 ‘최순실 사건’이 발생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