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한국 정부, 삼성 ‘노조와해 문건’ 수사결과 통보하라”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 삼성전자서비스 관련 보고서 채택
대법 “삼성 작성 문건 맞다” 판결에도 고용부, 재수사 방침 없이 ‘미적’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탄압’ 관해
“심각한 반 노조행위…심각한 우려 간접고용 결사의 자유 강화방안 만들라”
[한겨레] 박태우 기자 | 등록 : 2017-03-26 18:55 | 수정 : 2017-03-27 01:17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문건인 ‘S(에스)그룹 노사전략’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를 지체없이 국제노동기구에 통보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는 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강화할 방안을 정부에서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가 삼성의 노조탄압 의혹과 관련해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29차 이사회에서 2013년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국제노총(ITUC), 국제통합제조노련(IndustriALL) 등이 “삼성이 하청·간접고용을 배경으로 무노조 정책을 펴고, 삼성전자서비스와 그 협력업체에서 노조 조합원을 차별하고 괴롭히고 협박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의 중간보고서를 채택했다.
제소한 단체들은 “삼성이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바탕으로 무노조 정책을 펴고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2012년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를 만들려 했던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회장 등에 대한 징계와 노조를 결성하려는 ‘문제인물’에 대한 채증, 친기업 노조 설립과 단체협약 체결방안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문건에 대해 “제소 내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검찰 조사 결과를 지체없이 알려줄 것과 노동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동자 조직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했다. 삼성은 공개 직후 “그룹 내부 검토용 문건”이라고 자신들이 작성한 것을 시인했다가, 일주일 뒤부터 “우리가 만든 문건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문건을 “삼성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수사결과를 2014년 11월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조 부지회장이 낸 부당해고 관련 소송에서 “삼성이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삼성이 처음에 자기들 내부문건이라고 밝혔고, 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이며 그 내용이 실제로 집행됐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이지만 대법원이 삼성 문건임을 인정했고, 국제노동기구가 문건 내용의 심각성을 지적하는데도 고용부는 재수사를 미적대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발인의 추가적인 증거 제출을 통한 재수사 요청 등 사정변경이 있으면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위원회는 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탄압을 “심각한 반 노조 행위”(serious anti-union actions)로 규정했다. 2013년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은 업체를 폐쇄하거나 조합원들에 일감을 주지 않고 표적감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최종범·염호석씨가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었다.
위원회는 “노조 파괴 및 탄압의 결과로 조합원들이 경제적·정신적 고통에 처해 최씨와 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러한 탄압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는 부당노동행위 조사를 거쳐 위법행위에 대한 조처가 취해졌다고 진술했으나, 노조가 강조한 수많은 탄압에 대해 조사 결과를 상세하게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정부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용역·도급 등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지만,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을 할 수 없는 데다, 노조가 생기면 원청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는 등의 방식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위원회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한국 법에 따른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가 단결권·단체교섭권을 효과적으로 누리는 데 걸림돌이 됐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결사의 자유에 대한 다양한 걸림돌을 충분히 고려하고 노사단체와 협의하여 하청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을 개발하기 위해 취한 조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제노동기구 권고에 대해서 “우리 법 절차가 끝난 사안에 대해서는 끝났다고 보고를 하고, 권고 내용 중에 수긍할 내용이 있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ILO “한국 정부, 삼성 ‘노조와해 문건’ 수사결과 통보하라”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 삼성전자서비스 관련 보고서 채택
대법 “삼성 작성 문건 맞다” 판결에도 고용부, 재수사 방침 없이 ‘미적’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탄압’ 관해
“심각한 반 노조행위…심각한 우려 간접고용 결사의 자유 강화방안 만들라”
[한겨레] 박태우 기자 | 등록 : 2017-03-26 18:55 | 수정 : 2017-03-27 01:17
▲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문건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문건인 ‘S(에스)그룹 노사전략’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를 지체없이 국제노동기구에 통보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는 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강화할 방안을 정부에서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가 삼성의 노조탄압 의혹과 관련해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29차 이사회에서 2013년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국제노총(ITUC), 국제통합제조노련(IndustriALL) 등이 “삼성이 하청·간접고용을 배경으로 무노조 정책을 펴고, 삼성전자서비스와 그 협력업체에서 노조 조합원을 차별하고 괴롭히고 협박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의 중간보고서를 채택했다.
제소한 단체들은 “삼성이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바탕으로 무노조 정책을 펴고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2012년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를 만들려 했던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회장 등에 대한 징계와 노조를 결성하려는 ‘문제인물’에 대한 채증, 친기업 노조 설립과 단체협약 체결방안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문건에 대해 “제소 내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검찰 조사 결과를 지체없이 알려줄 것과 노동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동자 조직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했다. 삼성은 공개 직후 “그룹 내부 검토용 문건”이라고 자신들이 작성한 것을 시인했다가, 일주일 뒤부터 “우리가 만든 문건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문건을 “삼성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수사결과를 2014년 11월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조 부지회장이 낸 부당해고 관련 소송에서 “삼성이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삼성이 처음에 자기들 내부문건이라고 밝혔고, 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이며 그 내용이 실제로 집행됐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이지만 대법원이 삼성 문건임을 인정했고, 국제노동기구가 문건 내용의 심각성을 지적하는데도 고용부는 재수사를 미적대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발인의 추가적인 증거 제출을 통한 재수사 요청 등 사정변경이 있으면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위원회는 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탄압을 “심각한 반 노조 행위”(serious anti-union actions)로 규정했다. 2013년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은 업체를 폐쇄하거나 조합원들에 일감을 주지 않고 표적감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최종범·염호석씨가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었다.
위원회는 “노조 파괴 및 탄압의 결과로 조합원들이 경제적·정신적 고통에 처해 최씨와 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러한 탄압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는 부당노동행위 조사를 거쳐 위법행위에 대한 조처가 취해졌다고 진술했으나, 노조가 강조한 수많은 탄압에 대해 조사 결과를 상세하게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정부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용역·도급 등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지만,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을 할 수 없는 데다, 노조가 생기면 원청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는 등의 방식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위원회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한국 법에 따른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가 단결권·단체교섭권을 효과적으로 누리는 데 걸림돌이 됐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결사의 자유에 대한 다양한 걸림돌을 충분히 고려하고 노사단체와 협의하여 하청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을 개발하기 위해 취한 조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제노동기구 권고에 대해서 “우리 법 절차가 끝난 사안에 대해서는 끝났다고 보고를 하고, 권고 내용 중에 수긍할 내용이 있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ILO “한국 정부, 삼성 ‘노조와해 문건’ 수사결과 통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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