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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요양보호사들 “노조로 단결해 인간답게 살아보자”

요양보호사들 “노조로 단결해 인간답게 살아보자”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출범식 국회서 열려
노조 “처우개선비 원상회복하고, 사회서비스공단 원안대로 설립하라”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18-03-03 18:13:33 | 수정 : 2018-03-03 18:15:07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출범식'을 열고 있다. ⓒ임화영 기자

“우리는 당당한 요양노동자다”

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선 전국에서 모인 요양보호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이곳에서 노조 출범식을 열었다. 출범식엔 400여 명의 요양보호사들이 LED 불빛이 반짝이는 하얀 풍선을 들고 참석했다. 출범식은 ‘처우 개선비 원상회복하라’, ‘사회서비스공단 원안대로 설립하라’ 등의 힘찬 구호·함성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창립한 노조는 올해 1·2월 전국적으로 80여 회에 걸쳐 지역 설명회를 했다. 그 결과 3일 기준 2000명가량의 전국의 요양보호사가 노조에 가입했다. 그만큼 요양보호사들은 그동안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견뎌오며 노조의 필요성을 느껴온 것이다.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출범식'을 열고 있다. ⓒ임화영 기자


요양보호사가 들어야만 했던 호칭 “아줌마”, “김여사”, “어이”, “야!”

행사 1부는 ‘이제는 말하고 살자’라는 주제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무대 위에 올라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의 이야기에 조합원들은 함께 분노하고 기뻐했다.

성남시 노인보건센터에서 일하는 최영숙 조합원은 “등골이 빠지고 지문이 닳도록, 물리거나 뜯기면서 일하면서도 처우 개선비를 주겠다고 하여 위안으로 삼았는데 갑자기 그걸 없앴다”며 “노조를 통해서 힘을 모아 처우 개선비를 받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지역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는 김용원 요양보호사는 “청소·빨래하고 남자 속옷까지 빨아줬다. 요양원에 들어가서는 폭언과 폭행이 잦았고, 요양원 원장은 환자가 있든지 없든지 폭풍 잔소리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휴지를 왜 이렇게 막 써?’, ‘기저귀는 아껴 써’ 등 모든 일에 잔소리가 이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들어야만 했던 호칭은 더욱 가관이었다. ‘아줌마’, ‘김 여사’, ‘어이’, ‘야!’ 등은 요양원에서 흔히 듣는 호칭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건의라도 하면, ‘그만두면 청소나 할 사람들이 왜 말이 많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그는 한탄했다.

김 요양보호사는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가면서 일을 해야 하나”라며 “노조로 함께 뭉쳐서 ‘아줌마’, ‘김여사’, ‘어이’, ‘야’ 그런 얘기 듣지 않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요양보호사가 되자”고 외쳤다.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출범식'에 참석해 요양서비스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임화영 기자

전남 순천은빛마을 주선옥 요양보호사는 “2012년에 노조를 만들고 5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 힘들고 억울할 때마다 얼마나 외로웠는지 모른다”며 “그럴 때마다 연대를 갈망했다”고 토로했다. 주 요양보호사는 “그런데 이렇게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연대가 이뤄짐에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덕분에 단체협약이 있기도 전에 노동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이금희 태백지회장은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전국요양서비스노조에 문을 두드렸다”며 “노조를 만들고 대부분의 요양보호사가 노조에 가입하니, 센터장이 깜짝 놀라서는 ‘민주노총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아느냐 당장 탈퇴하라’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 날 저는 노동부에 고발했다. 그러자 센터장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 집에 찾아왔다”며 “그 자리에서 시급 천원이 올라갔다”고 전했다. 그러자 출범식에 있던 조합원들이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동백꽃 노조조끼 입은 요양보호사들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

행사 2부에선 본격적인 노조 출범식이 진행됐다. 동백꽃 색의 노조조끼를 입은 요양보호사들은 민중의례와 함께 ‘임을위한행진곡’을 다 함께 불렀다.

이날 모인 노조 조합원들은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출범선언문’을 통해 “자주·민주·통일·연대의 원칙에 따라 굳게 뭉쳐 요양보호사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그날을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34만 요양보호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최근 일부 관료들에 의해 폐기가 되려는 흐름이 있었다”며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그 이후 이러한 얘기는 다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그 누군가가 바로 여기 앉아있는 조합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처럼 주는 대로 받고 불만 있으면 혼잣말로 속앓이하는 개인이 아닌 노조를 중심으로, 이젠 니들 마음대로가 아니라 처우 조건과 관련한 모든 것을 상의해서 협의가 아닌 합의로 한다는 것을 선포하는 자리”라며 “서비스연맹 온 조직이 힘을 합쳐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조합원이 1만, 3만 명이 될 때까지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출범식'을 열고 있다. ⓒ임화영 기자

▲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출범식'을 열고 있다. ⓒ임화영 기자

출범 축사로 김창한 민중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렇게 단기간에 이 정도의 조합원이 모이고 있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며 “저도 당의 한 대표이기 전에 노동자이고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여러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분은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조 깃발 아래 단결했다”며 “이 말은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내 삶을, 나아가 우리 사회를 바꾸겠다는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앞날에 항상 승리만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범식에 함께하지 못한 수급자 가족들의 영상편지 상영도 있었다. 김지혜 수급자 가족은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 3년 동안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보살펴주고 있다”며 “그 덕분에 가족들이 정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 출범 정말 축하드리고, 힘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윤숙자 수급자 가족 또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힘들게 일하는 만큼 대우를 받고 편안해져야만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며 “부디 노조를 통해 노동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올해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시간당 625원씩 최대 월 10만 원 한도로 지급됐던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비 지급 조항을 삭제했다. 그러자 요양기관들은 처우 개선비 지급분을 임금에서 누락하거나 아예 삭감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에 노조는 이날 출범식에 이어 오는 6월 30일 총궐기로 처우 개선비 예산 확보를 촉구할 계획이다.


출처  요양보호사들 “노조로 단결해 인간답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