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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영장판사·전관변호사가 대놓고 합작한 증거인멸 범죄

대법원·영장판사·전관변호사가 대놓고 합작한 증거인멸 범죄
[민중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8-09-11 10:04:51 | 수정 : 2018-09-11 10:48:47


▲ 9일 오전 검찰에 출석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시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던 유해용 변호사가 빼돌린 대법원 기밀 문건들이 모두 삭제됐다. 유해용 변호사는 박근혜 측근의 특허소송 관련 대법원 기밀 문건을 무단 유출하고,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자료를 법원행정처로부터 전달받은 당사자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는 데 관여한 의혹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달 초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자 서울중앙지법에 압수수색 영장을 세 차례나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수사를 용이하게 하고자 대법원에 고발을 의뢰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법원행정처는 10일 저녁 “오늘 오후 6시 무렵 유해용 변호사에게 전화해 보관하고 있는 보고서 등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에서 근무할 때 취득한 자료 등의 목록을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유해용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출력물 등은 파쇄하였고, 컴퓨터 저장 장치는 분해하여 버렸다’는 등의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전관 변호사가 증거인멸 범죄를 대놓고 합작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 그들

대법원과 영장판사, 유해용 변호사는 근무지가 각기 다름에도 마치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당초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유해용 변호사의 재판거래 관여 의혹 및 기밀 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이달 초 첫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지난 5일에는 두 번째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해용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이 이미 확보해 놓고 있던 문건 1건에 대해서만 수색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 범위를 제한했다.

제한적으로나마 유해용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데 성공한 검찰은 현장에서 대량의 대법원 기밀 문건들을 확인했다. 그러나 법원이 발부해준 영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들이라 검찰은 불법 증거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도 가져오지 못했다.

검찰은 현장에서 유해용 변호사에게 임의 제출을 요구했으나, 유 변호사는 “영장을 가져오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추후에 있을 법원의 영장 기각을 예견한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이 당일 오후 곧바로 청구한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 또한 기각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날 밤 대법원에 ‘유해용 변호사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죄, 형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죄 등 혐의로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틀 후 대법원으로부터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해용 전 연구관이 대법원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기정 사실화된 상황에서 피해 당사자인 대법원이 고발 등 형사상 조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절차다. 검찰이 먼저 이를 요청한 것도 대법원의 수사 협조 의지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형사상 조처를 취하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검찰은 대법원 기밀 유출 건과 관련한 수사를 더 이상 진척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심지어 대법원은 “유해용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는 문서 등은 그 보유 여부를 확인 후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법원이 유해용 변호사가 유출한 문건을 회수한다면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이 용이해질 수 있었다. 또한 문건 회수를 통한 완전한 증거인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지난 9일 세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사실상 기각됐다. 법원은 또 다시 문건 1건을 수색 범위로 특정한 제한적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대법원의 미온적인 대처와 영장판사들의 잇따른 영장 기각이 거듭되는 동안 유해용 변호사는 자신이 유출했던 대법원 기밀 자료들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었다. 애초에 제기된 증거인멸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해용 변호사가 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일종의 ‘구명 운동’을 벌인 정황도 포착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해용 변호사는 검찰의 마지막 증거 확보 시도가 진행되던 중인 지난 10일 동료 판사들에게 “억울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유해용 변호사는 이메일에서 박근혜 측근의 특허소송,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대법원 기밀 유출에 대해서는 ‘법원 근무 시절의 추억’을 언급하며 불법성이 없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화답하듯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유해용이 대법 재판 자료를 반출, 소지한 것은 대법원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출처  대법원·영장판사·전관변호사가 대놓고 합작한 증거인멸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