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삼성, 노조원 체포 의뢰·가족 나들이까지 감시

삼성, 노조원 체포 의뢰·가족 나들이까지 감시
강경훈 부사장 등 공소장…에버랜드 노조설립 방해공작 적시
[경향신문] 조미덥 기자 | 입력 : 2019.01.13 21:42:00 | 수정 : 2019.01.13 23:20:35



삼성이 계열사 에버랜드에 노동조합이 생기려 하자 주요 노조 참여자를 해고하기 위해 경찰에 체포를 의뢰하고 가족 나들이까지 감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삼성 에버랜드 노조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13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6월 4일 현 노조 부위원장인 조장희씨 사무실에서 노조 설립 준비 문건을 발견한 뒤 상황실을 꾸리고 노조방해 공작을 벌였다.

삼성은 조씨를 해고할 빌미를 찾던 중 조씨가 ‘대포차량’을 탄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수차례 수사 전략을 협의했다. 상황실 직원 김모씨는 조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보닛을 몰래 열어 차대 기록을 적은 뒤 경찰에 제공했다. 조씨는 삼성 의도대로 사무실에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고, 삼성은 이를 근거로 조씨를 해고했다.

상황실은 ‘문제 인력’과 가까이 근무하는 ‘대항사원’을 통해 동향을 파악했다.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노조 탈퇴를 유도할 ‘퇴로관리자’도 지정했다. 수집된 동향은 상황실을 거쳐 그룹 미래전략실에도 보고됐다.

삼성은 2011년 10월 휴일에 조씨가 자녀들과 에버랜드에 놀러 오자 보안업체 직원을 붙여 5시간 동안 감시했다. 이 직원은 조씨 가족이 어떻게 이동하고 식사 시간에 무엇을 주문했는지, 흡연을 했는지 등 동향을 다음날 일일동향 문건으로 정리해 보고했다. 삼성은 이 밖에도 에버랜드 문제 인력들의 출신 학교와 재판 진행상황, 금융거래내역, 건강 등 민감 정보 226건을 불법 수집했다.

삼성은 당시 회사 인사에 불만이 있었던 직원 임모씨를 포섭한 뒤 어용노조 위원장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는 노조 경험이 없는 임씨를 대신해 노조 설립신고서를 준비하고 단체교섭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줬다. 어용노조는 2011년 6월 20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9일 만에 사측 요구를 그대로 반영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틀 뒤 복수노조가 시행됐지만 조씨 등이 설립한 ‘삼성에버랜드노조’는 교섭에 참여하지 못했다.


출처  삼성, 노조원 체포 의뢰·가족 나들이까지 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