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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고엽제 전우회가 벌어들인 돈은 어디로 갔을까

고엽제 전우회가 벌어들인 돈은 어디로 갔을까
골재 사업 수익률 1.4~2.4% 산출했지만 경쟁업체는 “20~30%” 추정
2013년 보훈처 일괄 승인에서 주택 사업과 함께 빠뜨려

[한겨레21 제1246호]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9-01-11 13:04 | 수정 : 2019-01-13 14:32


▲ 서울 서초동 고엽제전우회 중앙회 건물. 2015년 국가보훈처에서 지원받은 보조금 60억 원으로 매입했다. 류우종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4대강 준설토 사업.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는 4대강 모래를 팔아먹는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손쉽게 따낼 수 있었다. 과연 얼마나 돈을 벌었을까? 그리고 그 돈은 투명하게 처리되고, 회원들의 복지 증진에 요긴하게 쓰였을까?

전우회는 2011년 3월 여주 지회장 명의로 경기도 여주시에 보낸 수의계약 요청 공문에서 “준설토 사업의 수익금은 단체 목적사업과 운영 기금으로 쓰고, 생활이 어려운 회원들의 매달 생계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그렇게 쓰였을까. 핵심 간부들의 주택 사업 비리가 확인되면서 전우회원들의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


보훈처 승인에서 골재와 주택 빠뜨린 이유는

국가보훈처는 2012년 말 고엽제법을 개정하면서 보훈처 승인 없이는 수익사업을 수행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대신 이전까지 보훈처 승인 없이 수행하던 사업은 2013년 1월 일괄 승인을 받도록 길을 터놓았다. 이때 전우회는 모든 수익사업의 보훈처 승인을 신청하면서, 주택 사업과 골재 사업 2개만 대상에서 빼놓았다. 왜 그랬을까?

2013년 1월 이후, 보훈처 승인이 없는 수익사업 추진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회원들은 정부 감시를 받지 않고 두 사업을 은밀하게 추진하려는 저의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한다. 실제로 전우회 핵심 간부들이 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뒷돈을 챙긴 것이 2018년 1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전우회원들은 주택 사업이 보훈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유령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그때까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전우회는 2007년 이사회에 주택 사업 수익금의 20% 이상을 목적사업 기금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주택 사업의 수입 명세와 사용처 등의 기록은 어떤 공식 보고에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골재 사업은 2014년 감사원이 준설토 사업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보훈처 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 지적을 받은 전우회는 부랴부랴 보훈처에 사업 승인을 신청했으며, 보훈처는 “전우회의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해” 2015년 1월 사후에 사업을 승인해주었다.

다행히 골재 사업의 각종 거래 명세는 보훈처의 사업 승인을 받기 이전인 2011~2014년에도 총회와 이사회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나치게 낮은 수익금 비율이다. 한 해 70억~80억 원대로 보고된 2011~2013년 총매출 중 전우회의 순이익에 해당하는 수익금(고유 목적사업 전입금) 비율은 2% 초반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은 1.4%로 더 낮았으며, 무려 77억 원 감액(최초계약 기준으론 63억 원 감액)을 받았던 2015년의 수익금 비율 또한 2.0%에 불과했다.

여주시의 골재 업계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숫자”라고 했다. 한 업체 대표는 “우리는 경쟁입찰을 따내기 위해 가격을 낮게 써내고 파쇄기 등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면서도, 그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우회는 3천 원(1㎥당)의 생산비를 하청업체에 지급하면서 투자 리스크를 모두 떠넘겼다”면서 “판매 단가에서 준설토 매입 단가와 생산비 3천 원을 뺀 나머지를 고스란히 가져갔으니, 수익률이 20~30%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생산비 5,715원 대 2,331원

감정평가기관의 구체적인 감액 산정에 대해서도 특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재 업체인 거성산업 관계자는 “모래 판매가격 1㎥당 1만 원, 생산비 5,715원으로 임의로 잡아, 어마어마한 감액 금액(77억 원)을 산출했다”면서 “우리는 1㎥당 2,331원의 낮은 생산비로 충분히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6천 원 가까운 생산비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골재 사업을 새로 시작한 2011~2015년 사이 전우회의 회원 복지 사업 지출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공식 회계에 기록된 골재 사업 수익금도 연 2억~3억 원대로 미미했다. 회원들은 사업종료 시점에 77억 원(전우회 63억 원 주장)이나 감액받고도 큰돈을 벌지 못했다는 전우회의 회계 보고를 믿을 수가 없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수사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출처  고엽제 전우회가 벌어들인 돈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