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를 배신한 고엽제전우회를 고발합니다
고엽제전우회 골재사업법… 자치단체와 경쟁 없이 수의계약하고,
고집부려 단가 내리고, 하청 줘서 후려치고, 경쟁업체 가서 멱살 잡고…
[한겨레21 제1246호]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9-01-11 13:03 | 수정 : 2019-01-13 14:45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경기도 여주의 이포대교. 그 바로 아래 큼지막한 산더미가 솟아 있다.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의 골재 채취장이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처럼 2017년에 여주시와 수의계약으로 238만㎥ 규모 준설토를 매입했다. 강을 따라 상류로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쪽에 거성산업의 준설토 사업장이 또 나타난다. 현장에서는 한강 바닥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모래와 자갈로 선별하고 가공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근처 도로는 준설토 적치장을 드나드는 15t 덤프트럭의 소음과 먼지 공해로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전우회는 2010년 4대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한다. 4대강의 ‘황금알 낳는 거위’로 준설토 사업이 주목받던 터였다. 국가 위임을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준설토 매각을 담당한다는 점도 전우회로서는 유리한 지점이었다. 그해 10월 전우회 안에 골재사업소를 꾸렸다. 전우회장의 친척이 소장을 맡았다.
2011년 6월, 전우회는 여주시와 대형 수의계약 체결에 성공한다. 남한강의 이포대교 상류인 보통·초현 지구에 쌓인 314만㎥ 준설토 산더미를 188억 원에 사들이는 내용이었다. 전우회는 2015년까지 만 4년 동안 이곳 준설토에서 모래와 자갈을 선별해 파는 사업을 벌인다. 당시 계약에 관여했던 여주시 공무원은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일대일 수의계약이었고, 주변 시세에 맞춘 1㎥당 6천 원으로 단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전우회는 충남 공주시와 금강 운암지구에 쌓인 43만㎥의 준설토를 10억 원에 사는 수의계약 체결에 또 성공한다. 공주시와는 2013년 5월 소학지구의 준설토 47만㎥를 29억 원에 공급받는 수의계약을 추가로 체결한다. 전남 나주시와는 그보다 앞선 2011년 5월 10만㎥ 영산강 준설토를 무상으로 받는 특혜성 협약을 맺었다.
이렇게 전우회가 2011~2013년 3개 지자체에서 수의계약이나 무상으로 사들인 준설토는 여주의 계약 물량이 중간에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모두 438만㎥, 매입 대금만 240억 원에 이른다. 전우회는 준설토에서 모래와 자갈을 선별하는 공정을 거쳐 대략 그 두 배인 400억~500억 원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13~2014년에는 경북 칠곡군과 18만㎥(18억 원)의 낙동강 준설토를 협약 판매하는 수의계약을 맺는다.
전우회 준설토 사업의 문제점은 2014~2015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난다. 당시 감사원은 국가보훈처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고엽제전우회가 보훈처장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골재 사업을 벌인 것은 ‘고엽제 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전우회의 수익사업을 철저하게 지도 감독하지 못한 국가보훈처에 대해 기관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전우회 쪽은 “골재 사업은 2011년부터 이미 시작했고, 고엽제법 개정으로 수익사업에 대한 보훈처장 승인 조항이 생긴 것은 그 뒤인 2012년 말이어서, 내부 행정 착오로 그 절차를 챙기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감사원 지적을 받은 국가보훈처는 “전우회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2015년 1월 사후적으로 보훈처장 승인을 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폐청산위원회의 전우회원들은 “전우회가 보훈처장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골재 사업을 은밀하게 수행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다. 고엽제법 개정 이후인 2013년 5월에 공주시와 체결한 금강 소학지구 수의계약은 불법성이 더욱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적폐청산위는 전우회에서 ‘직접’ 골재 생산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골재업자한테 하청을 주는 식으로 모래와 자갈을 생산했다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전우회는 ㄱ사 등 3곳의 골재 업체에 1㎥당 3천 원의 생산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골재 채취의 전 공정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업계 관계자는 “하청업체들한테 투자 설비 위험을 몽땅 떠안기는 대신 전우회는 시장가격과 생산비의 차액을 안정적으로 취했다”면서 “그 때문에 투자 부담을 못 이긴 거래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발장에 첨부된 전우회의 일부 세금계산서를 보면, 사업 초기 1㎥당 6천 원에 산 준설토를 가공해(생산비 1㎥당 3천 원) 1만~1만2천 원을 받고 판 것으로 나타났다.
전우회가 계약 조건으로 정해진 투자조차 미루면서 여주시 쪽과도 수시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주시 관계자는 “준설토에서 나온 굵은 자갈을 규격형 자갈 골재로 깨는 대규모 파쇄기 설치가 골재 채취 공장의 기본 설비인데, 초기 2년 동안 그것조차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래를 선별하는 간단한 장치만 돌리다 보니, 남아있는 준설토 더미에 모래 이외의 자갈과 펄이 계속 쌓이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준설토 단가를 대폭 깎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2013년 3월, 전우회는 준설토의 품질이 떨어진다며 모래 함유량 재시험을 요구했다. 준설토 중 모래 함유량이 60% 이상이어야 하는데, 그에 미달한다는 게 전우회 쪽 주장이었다. 전우회 쪽이 강하게 거듭 요구하자, 여주시가 이를 받아들여 그해 5월 전문기관에 재시험을 의뢰했다. 이때의 결과도 모래 함량 63~65%로 합격으로 나왔다. 그러자 전우회는 또다시 ‘재재시험’을 요구했고, 두 달 뒤인 7월 모래 함량 53%라는 불합격 결과를 받아냈다.
결국 여주시와 전우회는 2년 뒤인 2015년 9월 단가를 재산정했고, (재재검사 시점까지 반출되지 않은 235만㎥에 대해) 단가를 6천 원에서 2,710원으로 절반 이하로 크게 낮춘다는 계약 변경을 하기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준설토 총대금은 애초 203억 원에서 125억 원으로 무려 77억원(중간 계약 변경에서 물량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63억 원 감액)이나 줄어들게 된다. 전우회는 이에 앞서 공주시 운암지구에서 산 43만㎥ 준설토에 대해서도, 이듬해인 2012년 5월 대폭 감액 요구를 관철했다. 최초 준설토 대금 10억3천만 원의 3분의 2가 넘는 7억 원을 깎는 데 성공했다.
적폐청산위는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여주 남한강 준설토의 재검사 시점엔 이미 전체 물량의 3분의 1에 가까운 102만㎥에서 모래를 골라 판 뒤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적폐청산위는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모래만 골라 빼내 간 상태의 준설토 더미였으니, 남아있는 준설토의 평균 모래 함량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런 상태에서 진행한 비정상적인 검사 결과를 채택해 계약 대금을 깎아줌으로써 부당하게 국가재정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계약 내용에, 품질을 이유로 가격 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준설토 더미가 워낙 크다 보니 단가를 좌우하는 품질검사 결과를 놓고 흔히 왈가왈부가 벌어지곤 한다”면서, “하지만 전우회 준설토의 재검사와 재재검사 및 감액 과정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
남한강의 골재 업계에서도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다. 거성산업의 조동윤 회장은 “우리가 경쟁입찰로 받은 준설토도 품질 미달이 확인돼 전우회처럼 계약액을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우리한테는 ‘품질을 이유로 가격을 변경할 수 없다’는 계약 조항을 들어 여주시에서 감액을 거절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군복 입고 구급차를 탄 전우회 사람들이 우리가 골재를 자기보다 싸게 판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현장에 와서 차량 통행을 막고 멱살잡이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면서 “전우회의 비정상적인 골재 사업 추진은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계약 조건의 해석을 놓고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같은 조건인데, 한쪽은 예외를 인정해 감액을 해주고 다른 쪽은 안 해주니 더 문제가 커지고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시의회의 김영자 부의장은 “아직 남아 있는 준설토를 전우회가 또다시 수의계약으로 매입하려는 모양”이라면서 “그런 부적절한 일이 더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주시 남한강 사업소 관계자는 “전우회와 특수임무유공자회가 우리 지역의 준설토 사업 1개씩을 가져갔다”면서 “보훈단체와의 수의계약은 각각 한 번으로 족하고 앞으로 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수임무유공자회도 여주의 남한강 지역에서 뒤늦게 전우회 모델의 준설토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주시는 지난해 6월 남한강 이포대교 바로 아래 양촌지구의 238만㎥를 특수임무유공자회에 파는 수의계약을 맺었다. 계약대금은 108억 원이다. 특수임무유공자회는 이를 위해 올해 초 보훈처에서 골재 사업 승인을 받아냈다.
사업 추진 방식도 전우회와 판박이다. 하청업체에 골재 채취 공정을 모두 맡기고 가격 차액을 남기는 방식이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파쇄기를 상당 기간 설치하지 않은 채 모래만 선별해 파는 식으로 출발한 것도 똑같다. 현재는 뒤늦게 파쇄기를 설치해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김영자 부의장은 여주시의회에서 “특수임무유공자회의 수의계약 또한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고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자, 지난해 여름 유공자회 대원 수십 명이 시의회로 몰려와 소동을 부렸다. 그 과정에서 전임 시장이 대원들이 뿌린 경유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고엽제 피해를 본 14만 명 군인들의 국가보훈단체다. 지금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회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우회는 각종 수익사업으로 한 해 1천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중견 그룹 수준의 사업체이기도 하다. 공공기관 사업을 일대일 수의계약(경쟁·입찰하지 않고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으로 따낼 수 있는 합법적인 힘이 전우회의 최대 사업 경쟁력이다.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내기만 하면 이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우회는 다른 국가보훈단체들과 마찬가지로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특권을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전우회의 숨은 힘의 원천이 두 가지 더 있다. 하나는 관제 데모다. 과거 정권에서 관제 데모의 첨병으로 나서면서 전우회는 특별한 비호를 받았다. 또 하나는, 공공기관을 찾아가 웃통 벗고 석유나 똥물을 뿌리는 식의 거친 폭력 행사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전우회는 투자비를 들이지 않고 돈을 벌어들인다. 공공기관 사업을 따내면 동종 업계의 기존 사업자한테 그 일을 맡긴다. 하청을 주고 중간 수수료를 가져가는 식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다. 2012년 말 개정된 ‘고엽제법’(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회원들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공공기관에선 전우회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했다. 다만 전우회에서 ‘직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수의계약 혜택의 대전제다. 전우회 쪽은 “법으로 정한 ‘직접’ 생산 기준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법적 요건을 맞춘 데 불과하고 국가보훈처의 현장검증도 허술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의계약과 수익사업의 혜택을 회원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터진 전우회의 주택 사업 비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형규(69) 당시 회장 등 전우회의 핵심 삼인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택지를 ㅅ 건설사에 특혜 분양받도록 해주면서 무려 33억 원을 받아 챙겼다. 전우회 간판으로 추진한 ㅅ 건설의 주택 사업 수익금은 한 푼도 전우회 회계에 잡히지 않았다.
4대강 준설토를 가공해 파는 골재 사업은 주택 사업에 버금가는 전우회의 대규모 사업이다. 주택 사업과 비슷한 구린내를 짙게 풍긴다.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추진위원회(배상환 공동위원장)는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에 ‘고엽제전우회 4대강 사업 준설토 계약 비리’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골재 사업 추진 과정에 불법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전우회 간부들이 막대한 뒷돈을 챙겼을 것”으로 의심한다. 2014년엔 감사원에서 여주시와 전우회의 준설토 매매 계약에 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출처 전우를 배신한 고엽제전우회를 고발합니다
고엽제전우회 골재사업법… 자치단체와 경쟁 없이 수의계약하고,
고집부려 단가 내리고, 하청 줘서 후려치고, 경쟁업체 가서 멱살 잡고…
[한겨레21 제1246호]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9-01-11 13:03 | 수정 : 2019-01-13 14:45
지난해 주택사업 비리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4대강의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준설토 사업(골재 사업)에서 막대한 부당 이익을 얻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고엽제전우회는 2011년 남한강 지역(경기도 여주시)에서 338만㎥ 준설토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2013년까지 금강(충남 공주시), 영산강(전남 나주시), 낙동강(경북 칠곡군)에서도 같은 사업을 벌였다. 특히 여주시와 공주시를 상대로는 계약 당시의 준설토 대금 213억 원 중 84억 원을 수년 뒤 감액받는 ‘특혜’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나주시에서는 무상으로 받은 준설토를 팔아서 알짜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엽제전우회가 지자체를 상대로 위력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분노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부고발을 이끄는 배상환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추진위원장은 “과거 정부에서 고엽제전우회가 관제데모에 앞장서면서 누구도 못 건드리는 무소불위의 단체가 됐고 그 힘을 바탕으로 여러 공공 수익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4대강 골재 사업 규모가 400억~500억 원이 넘을 텐데 고엽제전우회 수익금으로 잡힌 금액은 미미하다”면서 “간부들이 뒷돈을 받았는지 당장 수사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규 회장 등 핵심 간부 3명은 지난해 위례신도시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특혜 분양받는 과정에서 33억 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1심 재판에서 5~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분노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부고발을 이끄는 배상환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추진위원장은 “과거 정부에서 고엽제전우회가 관제데모에 앞장서면서 누구도 못 건드리는 무소불위의 단체가 됐고 그 힘을 바탕으로 여러 공공 수익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4대강 골재 사업 규모가 400억~500억 원이 넘을 텐데 고엽제전우회 수익금으로 잡힌 금액은 미미하다”면서 “간부들이 뒷돈을 받았는지 당장 수사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규 회장 등 핵심 간부 3명은 지난해 위례신도시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특혜 분양받는 과정에서 33억 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1심 재판에서 5~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2013년 7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당뇨병 및 폐암과 고엽제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에 항의 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경기도 여주의 이포대교. 그 바로 아래 큼지막한 산더미가 솟아 있다.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의 골재 채취장이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처럼 2017년에 여주시와 수의계약으로 238만㎥ 규모 준설토를 매입했다. 강을 따라 상류로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쪽에 거성산업의 준설토 사업장이 또 나타난다. 현장에서는 한강 바닥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모래와 자갈로 선별하고 가공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근처 도로는 준설토 적치장을 드나드는 15t 덤프트럭의 소음과 먼지 공해로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 4대강 준설토에서 기회 포착
여주 지역 남한강 주변에서 2009년 이후 쌓아 올린 준설토는 3,500만㎥가 넘는다. 그렇게 19개의 모래 산이 생겨났다가 절반이 사라졌다. 모래 산의 크기는 평균 200만㎥에 이른다. 그 정도 산더미이면 15t 덤프트럭(10㎥) 200대가 1,000일 동안 매일 쉴 새 없이 퍼 날라야 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지금까지 9개의 인공 산더미가 모래와 자갈 반출을 마무리하고 평평한 농지로 돌아갔지만, 아직 10개가 강변을 따라 남아 있다.
전우회는 2010년 4대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한다. 4대강의 ‘황금알 낳는 거위’로 준설토 사업이 주목받던 터였다. 국가 위임을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준설토 매각을 담당한다는 점도 전우회로서는 유리한 지점이었다. 그해 10월 전우회 안에 골재사업소를 꾸렸다. 전우회장의 친척이 소장을 맡았다.
2011년 6월, 전우회는 여주시와 대형 수의계약 체결에 성공한다. 남한강의 이포대교 상류인 보통·초현 지구에 쌓인 314만㎥ 준설토 산더미를 188억 원에 사들이는 내용이었다. 전우회는 2015년까지 만 4년 동안 이곳 준설토에서 모래와 자갈을 선별해 파는 사업을 벌인다. 당시 계약에 관여했던 여주시 공무원은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일대일 수의계약이었고, 주변 시세에 맞춘 1㎥당 6천 원으로 단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전우회는 충남 공주시와 금강 운암지구에 쌓인 43만㎥의 준설토를 10억 원에 사는 수의계약 체결에 또 성공한다. 공주시와는 2013년 5월 소학지구의 준설토 47만㎥를 29억 원에 공급받는 수의계약을 추가로 체결한다. 전남 나주시와는 그보다 앞선 2011년 5월 10만㎥ 영산강 준설토를 무상으로 받는 특혜성 협약을 맺었다.
이렇게 전우회가 2011~2013년 3개 지자체에서 수의계약이나 무상으로 사들인 준설토는 여주의 계약 물량이 중간에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모두 438만㎥, 매입 대금만 240억 원에 이른다. 전우회는 준설토에서 모래와 자갈을 선별하는 공정을 거쳐 대략 그 두 배인 400억~500억 원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13~2014년에는 경북 칠곡군과 18만㎥(18억 원)의 낙동강 준설토를 협약 판매하는 수의계약을 맺는다.
전우회 준설토 사업의 문제점은 2014~2015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난다. 당시 감사원은 국가보훈처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고엽제전우회가 보훈처장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골재 사업을 벌인 것은 ‘고엽제 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전우회의 수익사업을 철저하게 지도 감독하지 못한 국가보훈처에 대해 기관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전우회 쪽은 “골재 사업은 2011년부터 이미 시작했고, 고엽제법 개정으로 수익사업에 대한 보훈처장 승인 조항이 생긴 것은 그 뒤인 2012년 말이어서, 내부 행정 착오로 그 절차를 챙기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감사원 지적을 받은 국가보훈처는 “전우회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2015년 1월 사후적으로 보훈처장 승인을 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폐청산위원회의 전우회원들은 “전우회가 보훈처장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골재 사업을 은밀하게 수행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다. 고엽제법 개정 이후인 2013년 5월에 공주시와 체결한 금강 소학지구 수의계약은 불법성이 더욱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가 남한강의 이포대교 바로 아래 경기도 여주시 양촌지구에서 골재 채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수임무유공자회는 지난해 6월 여주시와 238㎥ 준설토를 매입하는 수의계약을 했다. 류우종 기자
‘재재시험’에서 63%가 53%로
적폐청산위는 전우회에서 ‘직접’ 골재 생산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골재업자한테 하청을 주는 식으로 모래와 자갈을 생산했다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전우회는 ㄱ사 등 3곳의 골재 업체에 1㎥당 3천 원의 생산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골재 채취의 전 공정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업계 관계자는 “하청업체들한테 투자 설비 위험을 몽땅 떠안기는 대신 전우회는 시장가격과 생산비의 차액을 안정적으로 취했다”면서 “그 때문에 투자 부담을 못 이긴 거래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발장에 첨부된 전우회의 일부 세금계산서를 보면, 사업 초기 1㎥당 6천 원에 산 준설토를 가공해(생산비 1㎥당 3천 원) 1만~1만2천 원을 받고 판 것으로 나타났다.
전우회가 계약 조건으로 정해진 투자조차 미루면서 여주시 쪽과도 수시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주시 관계자는 “준설토에서 나온 굵은 자갈을 규격형 자갈 골재로 깨는 대규모 파쇄기 설치가 골재 채취 공장의 기본 설비인데, 초기 2년 동안 그것조차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래를 선별하는 간단한 장치만 돌리다 보니, 남아있는 준설토 더미에 모래 이외의 자갈과 펄이 계속 쌓이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준설토 단가를 대폭 깎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2013년 3월, 전우회는 준설토의 품질이 떨어진다며 모래 함유량 재시험을 요구했다. 준설토 중 모래 함유량이 60% 이상이어야 하는데, 그에 미달한다는 게 전우회 쪽 주장이었다. 전우회 쪽이 강하게 거듭 요구하자, 여주시가 이를 받아들여 그해 5월 전문기관에 재시험을 의뢰했다. 이때의 결과도 모래 함량 63~65%로 합격으로 나왔다. 그러자 전우회는 또다시 ‘재재시험’을 요구했고, 두 달 뒤인 7월 모래 함량 53%라는 불합격 결과를 받아냈다.
결국 여주시와 전우회는 2년 뒤인 2015년 9월 단가를 재산정했고, (재재검사 시점까지 반출되지 않은 235만㎥에 대해) 단가를 6천 원에서 2,710원으로 절반 이하로 크게 낮춘다는 계약 변경을 하기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준설토 총대금은 애초 203억 원에서 125억 원으로 무려 77억원(중간 계약 변경에서 물량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63억 원 감액)이나 줄어들게 된다. 전우회는 이에 앞서 공주시 운암지구에서 산 43만㎥ 준설토에 대해서도, 이듬해인 2012년 5월 대폭 감액 요구를 관철했다. 최초 준설토 대금 10억3천만 원의 3분의 2가 넘는 7억 원을 깎는 데 성공했다.
적폐청산위는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여주 남한강 준설토의 재검사 시점엔 이미 전체 물량의 3분의 1에 가까운 102만㎥에서 모래를 골라 판 뒤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적폐청산위는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모래만 골라 빼내 간 상태의 준설토 더미였으니, 남아있는 준설토의 평균 모래 함량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런 상태에서 진행한 비정상적인 검사 결과를 채택해 계약 대금을 깎아줌으로써 부당하게 국가재정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계약 내용에, 품질을 이유로 가격 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준설토 더미가 워낙 크다 보니 단가를 좌우하는 품질검사 결과를 놓고 흔히 왈가왈부가 벌어지곤 한다”면서, “하지만 전우회 준설토의 재검사와 재재검사 및 감액 과정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
전우회는 해주고 일반 업체는 안 해주고
남한강의 골재 업계에서도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다. 거성산업의 조동윤 회장은 “우리가 경쟁입찰로 받은 준설토도 품질 미달이 확인돼 전우회처럼 계약액을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우리한테는 ‘품질을 이유로 가격을 변경할 수 없다’는 계약 조항을 들어 여주시에서 감액을 거절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군복 입고 구급차를 탄 전우회 사람들이 우리가 골재를 자기보다 싸게 판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현장에 와서 차량 통행을 막고 멱살잡이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면서 “전우회의 비정상적인 골재 사업 추진은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계약 조건의 해석을 놓고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같은 조건인데, 한쪽은 예외를 인정해 감액을 해주고 다른 쪽은 안 해주니 더 문제가 커지고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시의회의 김영자 부의장은 “아직 남아 있는 준설토를 전우회가 또다시 수의계약으로 매입하려는 모양”이라면서 “그런 부적절한 일이 더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주시 남한강 사업소 관계자는 “전우회와 특수임무유공자회가 우리 지역의 준설토 사업 1개씩을 가져갔다”면서 “보훈단체와의 수의계약은 각각 한 번으로 족하고 앞으로 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수임무유공자회도 같은 사업 뛰어들어
특수임무유공자회도 여주의 남한강 지역에서 뒤늦게 전우회 모델의 준설토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주시는 지난해 6월 남한강 이포대교 바로 아래 양촌지구의 238만㎥를 특수임무유공자회에 파는 수의계약을 맺었다. 계약대금은 108억 원이다. 특수임무유공자회는 이를 위해 올해 초 보훈처에서 골재 사업 승인을 받아냈다.
사업 추진 방식도 전우회와 판박이다. 하청업체에 골재 채취 공정을 모두 맡기고 가격 차액을 남기는 방식이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파쇄기를 상당 기간 설치하지 않은 채 모래만 선별해 파는 식으로 출발한 것도 똑같다. 현재는 뒤늦게 파쇄기를 설치해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김영자 부의장은 여주시의회에서 “특수임무유공자회의 수의계약 또한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고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자, 지난해 여름 유공자회 대원 수십 명이 시의회로 몰려와 소동을 부렸다. 그 과정에서 전임 시장이 대원들이 뿌린 경유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란
특권 보장받는 ‘중견 사업체’
특권 보장받는 ‘중견 사업체’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고엽제 피해를 본 14만 명 군인들의 국가보훈단체다. 지금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회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우회는 각종 수익사업으로 한 해 1천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중견 그룹 수준의 사업체이기도 하다. 공공기관 사업을 일대일 수의계약(경쟁·입찰하지 않고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으로 따낼 수 있는 합법적인 힘이 전우회의 최대 사업 경쟁력이다.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내기만 하면 이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우회는 다른 국가보훈단체들과 마찬가지로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특권을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전우회의 숨은 힘의 원천이 두 가지 더 있다. 하나는 관제 데모다. 과거 정권에서 관제 데모의 첨병으로 나서면서 전우회는 특별한 비호를 받았다. 또 하나는, 공공기관을 찾아가 웃통 벗고 석유나 똥물을 뿌리는 식의 거친 폭력 행사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전우회는 투자비를 들이지 않고 돈을 벌어들인다. 공공기관 사업을 따내면 동종 업계의 기존 사업자한테 그 일을 맡긴다. 하청을 주고 중간 수수료를 가져가는 식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다. 2012년 말 개정된 ‘고엽제법’(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회원들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공공기관에선 전우회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했다. 다만 전우회에서 ‘직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수의계약 혜택의 대전제다. 전우회 쪽은 “법으로 정한 ‘직접’ 생산 기준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법적 요건을 맞춘 데 불과하고 국가보훈처의 현장검증도 허술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의계약과 수익사업의 혜택을 회원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터진 전우회의 주택 사업 비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형규(69) 당시 회장 등 전우회의 핵심 삼인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택지를 ㅅ 건설사에 특혜 분양받도록 해주면서 무려 33억 원을 받아 챙겼다. 전우회 간판으로 추진한 ㅅ 건설의 주택 사업 수익금은 한 푼도 전우회 회계에 잡히지 않았다.
4대강 준설토를 가공해 파는 골재 사업은 주택 사업에 버금가는 전우회의 대규모 사업이다. 주택 사업과 비슷한 구린내를 짙게 풍긴다.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추진위원회(배상환 공동위원장)는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에 ‘고엽제전우회 4대강 사업 준설토 계약 비리’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골재 사업 추진 과정에 불법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전우회 간부들이 막대한 뒷돈을 챙겼을 것”으로 의심한다. 2014년엔 감사원에서 여주시와 전우회의 준설토 매매 계약에 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출처 전우를 배신한 고엽제전우회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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