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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조윤선 전 장관이 고엽제 ‘후원자’ 나선 이유는

조윤선 전 장관이 고엽제 ‘후원자’ 나선 이유는
관제데모와 수익사업의 함수관계는…
2017년 총수입 1,206억 원, 수익률은 비상식적으로 낮아 ‘뒷돈 거래’ 의심돼

[한겨레21 제1246호]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9-01-11 13:06 | 수정 : 2019-01-13 14:54


▲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2015년 11월 23일 서울 저동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 앞에서 ‘관제데모’를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국세청에 보고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의 2017년 수익사업 매출액은 1118억3500만 원이다. 26억5천만 원의 정부 보조금과 기타 사업 수입까지 합친 그해 총수입은 1206억 원에 이른다. 중견 기업 규모다.

전우회 중앙회에서 국가보훈처 승인을 받아 벌이는 공식 수익사업은 18개나 된다. 각 도 지부에서도 자체 용역 사업을 벌인다. 특징은 모두 공공기관 대상 수의계약 사업이라는 점이다. 중견 기업인데, 문어발식으로 공공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번다.


‘사업지원단’이라는 특별 조직, 월급은 300만 원

골재 사업이 한창이던 2012년의 사업별 매출과 이익금을 보면, 용역 사업 매출이 191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쇄 사업과 골재 사업의 매출 규모가 다음으로 커서, 각각 80억 원대에 이르렀다. 종량제봉투를 생산하는 수지 사업 매출 66억 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제조하는 산전 사업도 47억 원 매출을 올렸다. 가장 규모가 작은 가구 사업 매출이 유일하게 10억 원대 아래에 머물렀다.

각 도 지부에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다양한 용역 사업을 벌인다. 사업 수완이 가장 좋다는 경기도 지부의 2017년 수의계약 실태를 살펴봤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노점상 정비와 버스 승강장 청소 용역으로 1억6800만 원, 용인의 처인구청(옥외광고물과 노점상 정비)과 수지구청(노점상 정비와 지하 보도 청소)을 상대로 각각 3억5200만 원과 2억5400만 원의 용역 사업을 수행했다. 안양에서는 시설관리공단 주차장 관리를 맡아 6,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경기도 지부장은 지난해 주택 사업 비리로 전임 회장단이 구속된 뒤에 고엽제 중앙회 회장을 맡은 황규승 씨다.

전우회는 해마다 1천억 원이 넘는 중앙회의 18개 수익사업과 9개 도 지부의 용역 사업 총매출에서 대략 3% 중반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 돈을 중앙회와 각 도 지부에서 단체 운영비와 회원 복지금 등으로 쓴다. 2017년엔 총 수익사업 매출의 3.6%에 해당하는 40억2700만 원을 수익금(고유 목적사업 전입금)으로 잡았다. 2015년과 2016년의 수익금 비율도 3.4%와 3.7%에 머물렀다. 사업별로는 최소 0%에서 8.8%까지 다양하다.

전우회는 수의계약으로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공공사업을 따낸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보고되는 수익률은 통상의 경쟁 기업보다 떨어진다. 골재 사업도 여타 수익사업도 마찬가지다. 비상식적이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직접 사업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하청 또는 협력 구조로 사업을 한다. 전우회는 사업권만 확보하고, 생산 또는 용역 사업은 제3의 파트너가 한다. 사업은 하나인데 이익을 나눠 가지는 사업자는 둘인 셈이다. 이익금이 반 토막 난다. 하청 방식 사업 추진은 국가보훈단체의 수익사업을 용인하는 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보훈단체는 사업을 직접 수행해야 하고, 회원들은 그 사업수익을 직접 복지 혜택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뒷돈 거래 가능성이다. 많은 회원이 분노하고 의심하는 부분이다. 중앙회에서 근무했던 한 전우회원은 “지난해 주택사업의 뒷돈 거래 비리가 처음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예전부터 사업소장들이 정기적으로 사업본부로 상납하거나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돈 가방을 전달하는 일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14만 회원들에게 돌아간다. 수익사업이 1천 원대로 커졌지만, 회원들의 복지는 예나 지금이나 빵점이다. 서울시의 한 지회장은 “‘핵심 3인방’이 전우회 조직과 수익사업을 자신들의 사유물인 양 주물렀다”고 지적했다.

전우회 수익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마음먹으면 수의계약을 반드시 따낸다는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조폭’ 중견 기업이다. 이를 위해 전우회에서는 사업지원단이란 비공식 조직을 운영한다. 중앙회나 사업소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군복 입고 출동한다. 웃통을 벗고 활보하거나, 똥물을 뿌리고, 얼굴에 침을 뱉고, 썩은 고등어를 구워 악취에 질리게 한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사업지원단에서 일했던 ㅇ 씨의 말을 들어보자.

“사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고엽제와 무관하다. 그냥 사업자들이다. 그 사람들이 공공기관 가서 수의계약으로 사업 달라고 하면 주겠나. 어렵다. 그럴 때 내가 출동한다. 해병대 군복 입고 전우회 구급차 사이렌을 울리면서 쳐들어간다. 월남전 참전 군인의 미망인도 많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한번 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찾아가고, 그래도 안 되면 행동으로 나선다.” ㅇ 씨는 위례신도시 택지 특혜 분양을 받을 때도, 4대강 준설토 수의계약을 따낼 때도 공공기관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업 내용이 뭔지도 모른 채 찾아가서 일을 성사시켰다. 전우회에서는 매달 300만 원(활동비)을 받았다.


정부 보조금 지원받아 서초동 건물 사

전우회는 보훈단체이면서 동시에 중견 기업체이다.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중견기업이 아니라 가장 힘센 권력형 중견기업이다. 그 권세의 원천은? 바로 관제 데모이다. 2017년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밝힌 ‘조윤선 전 장관의 관제 데모 지시’ 관련 보도에서 전우회의 이름이 등장한다. 2014년 6월 당시 조 전 정무수석이 전우회를 동원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판결을 비난하는 관제 데모를 열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권이 위태롭거나 곤란한 지경에 몰릴 때마다, 완력 센 전우회원들이 가장 먼저 나섰다. 내 몸 사리지 않고 맨 앞에서 총대 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전우회는 경제적 반대급부도 톡톡히 누렸다. 손쉽게 돈 버는 공공기관 수익사업을 챙기고, 정부 보조금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중앙회관 건물도 장만했다. 조 전 장관이 서초동 회관 매입에 도움을 주었다는 기록 또한 특검 수사내용에 나온다. 실제로, 보훈처는 2016년 전우회의 회관매입자금 60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그때 관제 데모에 동원됐던 전우회원 ㅎ 씨는 “그때 장마철이었는데, 서울의 25개 지회와 경기 지부에서 고엽제 구급차 차로 사람들을 날마다 300여 명씩 동원해, 한 달 내내 서초역 서울중앙지검 출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각 지회장한테 출동 명령을 내리는데, 인력 동원 못 하면 무능력자가 되고 팩스로 해임 통보를 받기도 한다”면서 “서울의 한 지회장이 내 친구여서 도와줄 요량으로 집회에 나갔던 것”이라고 했다. 중앙회에서 일했던 다른 회원은 “주택 사업 비리에서 뒷돈 챙긴 사실을 보면서, 관제 데모를 이끌고 정치에 앞장섰던 전우회 간부들의 종국적 목적은 결국 돈이었다는 배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비 지출 9%에 불과

보훈단체 수익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회원 복지 증진이다. 하지만, 전우회는 그 일에 소홀했다. 국가보훈처의 전우회 등에 대한 2016년과 2017년 수익사업 감사 결과를 보면, 2013~2015년에 전우회의 수익사업 수익금 중 회원 복지비 지출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익금의 33%가 회원 복지비였으나 그나마 그중 72.7%가 회원 복지와 무관한 지부•지회 지원금이었다. 실제 복지비 지출은 전체 수익금의 9%에 불과했던 셈이다.

또 회원 복지비 계정에서 임원과 지부장 등의 급여성 경비를 매달 근거 없이 줬으며, 특정 사업소장의 급여를 1억 원 이상 책정하고, 소장의 아들을 채용해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직원보다 2배 많은 급여를 주는 등의 파행 운영도 지적됐다.


출처  조윤선 전 장관이 고엽제 ‘후원자’ 나선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