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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종교와 개독교

참여정부 ‘사학법 개정’ 막은 한기총

참여정부 ‘사학법 개정’ 막은 한기총
교인 앞세우고 단식·삭발도 불사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19-04-14 17:00:06 | 수정 : 2019-04-14 17:00:06


▲ 지난 2007년 6월 2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사립학교법 재개정 특별기도회. 보수개신교의 신도들을 동원한 전면투쟁으로 그해 7월 결국 사립학교법은 재개정되고 말았다. ⓒ뉴시스

학생들을 10여 차례 교장과 그의 가족들의 사적 모임 등 부적절한 공연에 동원해 학습권을 침해. 학교법인 소유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기름값과 통행료를 학교 예산으로 지불.
- S예술고등학교

재단 명예이사장이 법인사무국장 등과 공모해 학교발전 명복의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총 38억 2천5백만 원의 공금 횡령 의혹. 2억3천9백여만 원의 학교법인회계예산을 100만 원짜리 와인부터 고급스타프, 외식비용 등 개인용도로 사용. 명예이사장 아들인 현 이사장 단란주점 등에서 학교법인카드로 900여만 원 사용. 설립자와 전 이사장의 묘소 보수비, 성묘 비용 등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 3천4백만 원을 학교법인 회계에서 지출.
- W고등학교


2007년 다시 개정된 사립학교법
풀려버린 사립학교 비리 통제 장치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사립학교 개혁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의 방향’에서 소개된 사립학교 관련 비리 가운데 일부다. 사립학교 비리가 논란이 된 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사립학교에서 이런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건 왜일까? 노년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사립학교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제도적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법인의 운영과 학교운영에 있어서 권한의 집중, 족벌운영체제, 학교 내 비리에 대한 감시 견제 장치의 부재(학교운영위원회가 국공립학교와 달리 자문기구임, 교원인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 사립학교 부패 행위 신고자(내부비리공익제보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의 부재, 관할청의 지도 감독 부실 및 지도감독권의 법적 한계, 권력기관의 비리 사학 편들어 주기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 2007년 사립학교법(사학법)이 재개정되면서다. ‘개방 이사’, ‘개방 감사’의 의미가 없어지는 등 비리에 대한 통제장치가 약화되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학법 재개정안은 지난 2007년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05년 12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를 뚫고 개정된 사학법은 불과 1년 반 만에 재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2005년 개정된 사학법엔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한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이사 정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개방형 이사와 감사 2명 가운데 1명을 개방감사로 추천하도록 했다. 또 이사장 친인척이 학교장이 되는 걸 금지했고, 재단 이사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이를 방조할 때에도 임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사립학교와 재단을 감시할 수 있는 여러 규정들은 2007년 재개정된 사학법을 통해 무력화됐다. 개방이사와 개방감사는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아닌 재단도 참여한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해, 선임 과정에 재단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도 길을 열어줬다.


사학법 재개정 투쟁 이끈 한나라당과 한기총
이들에게 사학법 재개정은 생존권 투쟁

사립학교법 개악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학교와 재단 예산을 자신의 돈인양 횡령하는 등 비리를 자행하고, 족벌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비리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나라당은 날치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국회 문을 닫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50여 일 넘게 길거리로 나서는 등 100일이 넘는 장외투쟁을 벌였다. 이런 한나라당의 투쟁이 개방이사와 감사제 등 사립학교 감시를 위한 조항 대부분을 무력화시킨 사학법 재개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학법 재개정 투쟁을 지원하며 한나라당과 함께 싸운 최대의 지원세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비롯한 보수개신교였다.

▲ 2005년 12월 14일 사립학교법 무효 장외투쟁 이틀째를 맞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앞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가 의원들과 ‘전교조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 집회를 열고 “사학법 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노년환 전교조 사립학교위원장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한기총은 개방이사와 감사 때문에 종교교육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종교사학이 종교교육을 못한 사례가 없음에도 그런 식으로 홍보하면서 여론화를 했다”며 “이사회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자기들끼리 독단적으로 법인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영남대 재단이사장 지낸 박근혜의 한나라당과
개신교 사학 가진 한기총의 ‘사학법 재개정’ 연대

한나라당과 보수개신교에게 사학법 개정은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된 생존권 투쟁이었다. 당시 사학법 개정 투쟁을 나선 박근혜 대표는 과거 영남대 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누나인 김문희 씨는 용문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나경원 의원의 아버지인 나채성 씨는 홍신학원의 설립자다. 사학법 재개정 당시엔 낙선해 원내에 없었던 홍문종 의원도 지난해 3월까지 경민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개신교도 사립학교와 연관이 깊다. 사립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개신교 재단이다. 지난 2017년 개신교계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한국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자료를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전국에 496개의 개신교 재단 소속 학교가 있으며 초등학교 19개, 중학교 135개, 고등학교 195개, 대학교 105개였다. 전체 종교 사학의 70%가 개신교 사학이다.

한나라당과 보수개신교가 정치투쟁에 함께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건 2004년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이룬 17대 국회에선 첫 정기국회가 열린 9월부터 ‘4대 개혁 입법’이 추진됐다.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진상규명법 제정, 언론관계법 개정이 주요 내용이었다. 참여정부가 열린우리당과 야당이던 민주노동당 등과 연대해 개혁입법을 추진하자 한나라당의 반발은 거셌다. 한나라당의 반발로 첫 정기국회부터 파행을 거듭하는 등 법안 처리는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개혁입법을 반대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가장 큰 우군은 한기총이었다. 2012년 대선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뒤 거리기도회 등을 통해 극우적 성격의 주장들을 쏟아내던 한기총은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지 일주일여 만에 ‘반핵 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집회’를 보수단체들과 함께 20만 명을 동원해 여는 등 거리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심판의 위기에 몰리자 정치적 성격의 투쟁을 더욱 확대하면서 노무현 정부를 몰아세웠다. 그러다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둔 뒤 잠시 주춤하던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개신교는 ‘4대 개혁 입법’을 계기로 다시 거리로 나섰다.


2004년 4대 개혁입법에 맞서 “국보법 폐지와 사학법 개정 반대”
태극기와 성조기 들고 거리로 나선 한기총

한기총은 2004년 10월 4일 극우단체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와 함께 서울광장에서 ‘대한민국수호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국민대회는 1부 한기총의 비상구국기도회, 2부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로 열렸다. 한기총이 기도회를 통해 극우세력이 주최하는 집회의 사전집회를 담당하는 형태의 극우집회가 이때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태극기집회와 유사하게, 당시 대회장엔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렸다.

▲ 2017년 3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 반대 집회에 등장한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극우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등장하는 풍경은 지난 2004년 한기총 등이 주최한 집회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한기총은 선언문을 통해 “국보법과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규명 등 이념 문제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민들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국보법 폐지를 고집해 국가안보와 좌파세력의 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특히 사학법과 관련해 “교육발전과 인재양성에 기여해 온 사립학교들이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없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이 추진됨에 따라 인성교육의 보루가 무너지고 신앙교육의 자유와 권리가 위협받는 종교탄압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한기총은 11월 1일에 또다시 목사, 장로, 권사 1만여 명이 참여하는 ‘한국교회 통곡기도회’를 11월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었다.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오늘의 비상시국이 초래된 것은 바로 우리 목사 장로 권사 등 한국교회와 재직들의 죄와 허물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며 “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회개하기 위해 ‘통곡’이라는 표제를 붙인 기도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기도회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기도회에서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한기총은 “우리는 안보불안과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국보법 폐지와 사학법 개정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은 보수세력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개정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사학법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한나라당이 거리투쟁에 나섰고,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개신교도 본격적인 투쟁에 들어갔다.


사학법 개정되자
한기총 “순교의 각오로 사학법 재개정”

한기총은 개정사학법이 공표되자 사학단체 및 보수단체 등과 함께 ‘사학수호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을 주도했다. 2005년 12월 29일 열린 발족 선언 기자회견에서 한기총은 “우리는 순교의 정신으로 사학 악법의 철폐 및 재개정을 끝까지 관철한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우리는 불순세력으로부터 사학과 우리 자녀들을 보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한기총은 사학법 개정을 요구하며 “사학법 개정이 공산화 일환”이고, “사학 재산의 사회화를 강요해 사유재산권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주의 등 헌법상 기본이념을 침해”하고 있으며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기독교 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등의 색깔론과 종교탄압 논리를 동원해 평신도들에게 관련 내용을 유포했다.

노년환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사학재산이 사유재산이라는 주장에 대해 “설립 초기 들어가는 일부 출연금을 가지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자기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학교를 만들 때도 그린벨트를 해제하거나 국가에서 건축비를 지원하는 등 세금도 많이 지원됐다. 또 학생 납입금, 세금 등으로 운영하고 재단전입금은 내지 않으면서 자기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이치에 안 맞는다”며 “학교법인이 만들어지면, 공공재로 바뀌는 것이다. 영리기관이 아니어서 수익이 나올 수 없는데, 수익을 내려니 비리가 생기고, 그런 걸 덮으려 친인척을 이사진으로 채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학법 개정은 공산화 일환이자 사유재산 침해”
너무 닮은 2006년 한기총과 2019년 한유총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한기총의 논리는 얼마 전 ‘에듀파인’ 도입에 반대하며 집단 휴원 사태를 벌여 국민적 비난을 받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주장과 놀랄 만큼 닮아있다. 지난 2월 25일 한유총이 주최한 집회에서 김동률 한유총 수석부이사장은 “설립자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교육당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유아교육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는 공산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비슷한 논리를 동원한 투쟁이 10여 년 전에는 성공했지만, 이번엔 실패하고 만 것이다.

▲ 한나라당 원내부대표인 이군현, 신상진, 김충환 의원이 2007년 2월 2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삭발하며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전면 투쟁에 나선 한기총은 교회마다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화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무력화를 위해 사립학교법의 재개정 때까지 학교법인의 정관 개정을 유보하도록 했다. 2016년 12월 21일엔 예장통합한국교회연합을위한교단장협의회영락교회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총회 총대 비상기도회’와 ‘한국교회 목사 장로 비상기도회’를 열고 이철신 목사, 이수영 목사, 서경석 목사 등 40여 명이 삭발했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장인 이광선 목사가 삭발을 한 바 있고,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한 김동권 목사와 이용규 목사도 삭발했다.

한나라당도 원내부대표인 이군현, 신상진, 김충환 의원이 2007년 2월 2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사학은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기총에 힘을 실었다.


국회의원 대상으론 ‘낙선운동’
여신도들까지 나서 ‘삭발’ 투쟁

한기총은 더욱 수위를 높여갔다. 2007년 3월 5일 예장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소속 여성교인 300여명이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정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열고 사립학교법의 재개정 실현을 위해 기도를 하고, 삭발하는 등 평신도들도 동참했다. 아울러 한기총은 2007년 5월 1일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130여 명에 이르는 기독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정치인과 신앙인으로서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낙선운동본부를 결성한 한기총은 6월 27일엔 이해찬, 장영달, 정세균, 유기홍, 최재성 등 열린우리당 의원을 이듬해 총선 낙선 대상자로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 이유를 한기총은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 깊게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2007년 3월 5일 예장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소속 여성교인 300여명이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정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열고 사립학교법의 재개정 실현을 위해 삭발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개신교의 투쟁은 결국 사학법 재개정을 이끌었다. 그리고, 교인들을 동원해 표를 바탕으로 정치권을 압박하는 이런 수법은 번번이 정치권을 흔들어 보수개신교의 정치적 이익을 관철하는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종교인 과세법’, ‘차별금지법’ 한기총 등
보수개신교의 정치권 압박으로 번번이 실패

대표적인 것이 종교인 과세법이다. 지난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성직자 근로소득세 부과를 주장했다가 종교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이후 50년 가까이 도입이 미뤄졌다. 한동안 논의조차 하지 못하던 종교인 과세는 지난 2012년부터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2년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쳤다. 정부는 2013년과 2014년 종교인 과세를 포함하는 세법개정안을 마련했지만 보수개신교 등 종교계 반발과 과세 대상의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미뤄졌다. 지난 2015년 또다시 세법개정안을 마련해 드디어 법제화에 성공했다. 당시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미 2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하도록 했다.

올해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 더 유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그러나 도입을 요구하는 압도적 국민 여론이 논란을 잠재우며 2019년 종교인 과세는 처음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종교인의 경우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근로소득을 납부하는 국민과 형평성에서 차이가 있어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보수개신교는 끊임없이 종교인 과세 무효화를 위해 정치권을 압박했고, 지난 3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종교인과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목사, 스님, 신부 등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 범위를 종교인 과세 시행 이후인 2018년 1월 이후 재직분에 대한 퇴직금으로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종교계만을 위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7년 발의 논의가 시작된 이후 보수개신교의 압력에 시달려왔다.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보수개신교의 압력으로 애초 법안에 포함돼 있던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경력,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 7개 차별사유를 삭제했다. 18대 국회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주도해 차별금지법을 제출했고, 법무부가 2010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분과위원회를 만들어 10개월 동안 운영했지만, 보수개신교가 ‘동성애 허용 법안’이라며 차별금지 항목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지난 2013년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던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보수개신교 단체의 조직적 파상공세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각각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보수개신교는 “법이 통과되면 학교에서 동성간의 성행위를 가르쳐야 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들을 처벌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항의메일은 물론 해당 의원실은 날마다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지역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낙선 운동까지 공언했다. 결국,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자진 철회하고 말았다.

점차 극우화되는 보수개신교가 기독교적 메시지와 색깔론을 교묘히 활용해 교인들을 현혹한다면, 우리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이 가볍지 않음을 사학법 재개정 투쟁 등은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대중적 영향력이 크지 않더라도 보수개신교의 극우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  [극우개신교를 파헤친다④] 참여정부 ‘사학법 개정’ 막은 한기총...교인 앞세우고 단식·삭발도 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