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 위에 명성교회?…세습금지법 폐지 움직임
‘부자세습 무효 판결’ 불복, 재재심 신청·세습금지법 폐지 운동 움직임
[한겨레] 이용필 <뉴스앤조이> 기자 | 등록 : 2019-08-19 15:43 | 수정 : 2019-08-19 17:15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교단 총회 재판국이 8월 5일 재심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불가’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명성교회 손을 들어준 재판국 전원을 교체하는 우여곡절 끝에 내려진 판결이었다. 새로 구성된 재판국은 명성교회 재심을 개시한 지 9개월 만에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는 무효”라고 선고했다. “명성교회의 청빙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교계와 사회의 비판에도 ‘부자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는 교단 재판에 회부됐다. 몇 달 동안 심리를 진행한 총회 재판국은 문구 하나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교단법에는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담임목사를 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김삼환 목사는 이미 2015년 12월 ‘은퇴했기’ 때문에 세습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과 “법의 취지는 대물림을 금지하고 있다. 법을 어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총회 재판국은 2018년 8월 7일 원심 선고를 내렸다. 15명 전원이 모여 표결에 부쳤고, 8 대 7로 명성교회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다. 누가 보더라도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목회지를 물려준 것인데, 교단 재판국이 세습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교회를 위해 법과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2018년 9월 정기총회를 뜨겁게 달궜다. 나흘간 열린 총회는 명성교회로 시작해 끝이 났다. 1천여 명의 ‘총대’가 모여 세습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여론은 반명성으로 기울었다. 명성교회 손을 들어준 재판국 전원을 교체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지시했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전망은 밝지 않았다. 명성교회가 재심에서도 이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 재판국원은 “법을 떠나 명성(교회)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국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번에도 지나 싶었는데, 막상 표결해보니 6(유효) 대 8(무효)이 나왔다.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갖고 보도했고, (세습) 반대 운동이 계속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 판결에 따라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위임목사 자격을 잃었다. 판결은 선고와 함께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총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수차례 언급한 명성교회 쪽은 말을 뒤집었다. 총회 재판국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명성교회 장로회는 8월 7일 입장문에서 “목사의 위임식은 법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번복이 불가한 일이다”며 청빙 철회는 없다고 못박았다.
재판에서 진 명성교회는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건 아니다. 현행 교단법이 허용하는 ‘재재심’을 신청하고, 세습금지법 폐지 운동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예장통합은 9월 정기총회에서 세습금지법 폐지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세습금지법은 목회자 자녀를 역차별하는 법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 세습금지법을 폐지해달라”는 안건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명성교회가 판결을 따르지 않더라도 당장 제재할 방법도 없다. 개별 교회는 총회가 아닌 노회의 지시·관리·감독을 받는다. 명성교회는 서울동남노회에 소속됐는데, 노회 임원 다수가 ‘친명성’ 인사로 이뤄졌다.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 판결에 불복을 선언하고, 명성교회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아예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명성교회는 예장통합 교단을 상징하는 교회다. 김삼환 목사는 총회장까지 지냈다. 교단을 탈퇴한 순간 상징성을 잃게 된다. 탈퇴 과정도 까다롭다. 전체 교인 재적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부자 목사가 교회를 사유화하기 위해 교단까지 탈퇴한다는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 잃을 게 많은 선택지이니만큼 명성교회도 고려하지 않는다. 교회 핵심 관계자는 “교단 탈퇴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성교회는 ‘교회 안정’과 발전을 이유로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2대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유명 교회들이 리더십 교체 실패로 분규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대안으로 아들 목사를 선택한 것이다. 세습으로 명성교회가 안정되고 발전했는지 알 수 없으나, 소속 노회와 교단, 나아가 한국 교회는 세습을 둘러싸고 극심한 몸살을 겪고 있다.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명성교회가 뜻을 굽히지 않는 이상 진통은 계속될 것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한국 교회와 장로교를 대표하는 교회 중 하나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39년 전 상가에 개척한 작은 교회는 등록 교인 10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명성교회는 2017년 11월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세웠다. 한국 교회 세습 문제는 2000년대 초부터 진행돼온 병폐 중 하나다. 내로라하는 초대형 교회들이 일찍이 부자 세습 체제를 만들었고, 명성교회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세습한 교회들은 욕 한번 먹는 정도로 넘어갔지만, 명성교회는 교계를 넘어 사회로부터 2년 가까이 비판 세례를 받았다. 애당초 부자 목사는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스스로 약속을 저버렸다. 여기에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한 교단법을 어기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9월 정기총회에서 목회자 대물림 금지법, 즉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교회 세습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이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제기되자 관련 법을 만든 것이다. 공교롭게도 총회가 열린 장소는 명성교회였다.
김하나 목사는 같은 해 11월 열린 한 세미나에서 “총회에서 세습을 금지하기로 한 결의를 아버지와 함께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김삼환 목사는 은퇴 직후인 2016년 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아들 문제로) 제가 피해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들이 목회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라도 할 수 있다”며 세습을 부인했다.
김삼환 목사는 2015년 12월 은퇴했지만, 후임 목사를 따로 세우지 않았다. 아들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명성교회는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경기도 하남에서 목회하던 김하나 목사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김하나 목사는 청빙을 수락했고, 명성교회 2대 위임목사로 부임했다.
명성교회 세습은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예장통합 교단 안팎에서는 “세습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세습 직후 1인시위에 나선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세습보다 ‘(세습금지)법’을 어긴 게 더 문제다. 불의한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보다 더 나쁘고 화나는 게 뭔지 아는가. 총회와 교인이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인 줄 알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교계 원로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도 “세습이냐 승계냐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버지의 자리가 자식에게 넘어갔다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부의 대물림이 이어진다. 사회에서도 재벌이 세습하면 부정적으로 보는데, 종교기관에서 세습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명성교회 말고도 세습한 교회는 약 300곳에 이른다. 세습 교회들의 논리는 비슷비슷하다. 자녀가 해야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잘 이어받을 수 있고, 교회 내 분쟁·갈등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고 주장한다. 명성교회도 “장기적인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떠하든 교회 세습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명성교회 1년 예산은 370억원에 이른다. 명성교회가 전국에 보유한 부동산 50필지의 공시지가는 1600억원에 이른다. 명성복지재단·아가페문화재단·안동성소병원·명성의료재단영양병원·숭실사이버대학교·학교법인 명성학원·글로벌디아코니아 등 여러 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김삼환·김하나 목사 등 일가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삼환 목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로 25명(중복 포함)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명성교회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800억원대 자금도 관리했다.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교회 쪽은 ‘이월 적립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월 적립금 존재는 김삼환 목사와 소수 재정장로만 알고 있었다. 교인들에게는 따로 알리지 않았다. 2014년 6월 재정을 관리해온 한 장로가 사망하면서 적립금의 실체가 드러났다. 명성교회는 2014년 말부터 교인들에게 이월 적립금 내용을 공개했다.
출처 교회법 위에 명성교회?…세습금지법 폐지 움직임
‘부자세습 무효 판결’ 불복, 재재심 신청·세습금지법 폐지 운동 움직임
[한겨레] 이용필 <뉴스앤조이> 기자 | 등록 : 2019-08-19 15:43 | 수정 : 2019-08-19 17:15
▲ 지난 8월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재판국 재심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무효’ 판결이 나오자 장로회신학대 신학생 등 세습 반대 쪽 관계자들이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교단 총회 재판국이 8월 5일 재심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불가’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명성교회 손을 들어준 재판국 전원을 교체하는 우여곡절 끝에 내려진 판결이었다. 새로 구성된 재판국은 명성교회 재심을 개시한 지 9개월 만에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는 무효”라고 선고했다. “명성교회의 청빙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총회 재판국, 재심서 “부자 세습 불가” 판결
교계와 사회의 비판에도 ‘부자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는 교단 재판에 회부됐다. 몇 달 동안 심리를 진행한 총회 재판국은 문구 하나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교단법에는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담임목사를 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김삼환 목사는 이미 2015년 12월 ‘은퇴했기’ 때문에 세습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과 “법의 취지는 대물림을 금지하고 있다. 법을 어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총회 재판국은 2018년 8월 7일 원심 선고를 내렸다. 15명 전원이 모여 표결에 부쳤고, 8 대 7로 명성교회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다. 누가 보더라도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목회지를 물려준 것인데, 교단 재판국이 세습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교회를 위해 법과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2018년 9월 정기총회를 뜨겁게 달궜다. 나흘간 열린 총회는 명성교회로 시작해 끝이 났다. 1천여 명의 ‘총대’가 모여 세습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여론은 반명성으로 기울었다. 명성교회 손을 들어준 재판국 전원을 교체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지시했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전망은 밝지 않았다. 명성교회가 재심에서도 이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 재판국원은 “법을 떠나 명성(교회)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국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번에도 지나 싶었는데, 막상 표결해보니 6(유효) 대 8(무효)이 나왔다.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갖고 보도했고, (세습) 반대 운동이 계속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 판결에 따라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위임목사 자격을 잃었다. 판결은 선고와 함께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총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수차례 언급한 명성교회 쪽은 말을 뒤집었다. 총회 재판국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명성교회 장로회는 8월 7일 입장문에서 “목사의 위임식은 법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번복이 불가한 일이다”며 청빙 철회는 없다고 못박았다.
재판에서 진 명성교회는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건 아니다. 현행 교단법이 허용하는 ‘재재심’을 신청하고, 세습금지법 폐지 운동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예장통합은 9월 정기총회에서 세습금지법 폐지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세습금지법은 목회자 자녀를 역차별하는 법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 세습금지법을 폐지해달라”는 안건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명성교회는 판결 ‘불복’ 선언
명성교회가 판결을 따르지 않더라도 당장 제재할 방법도 없다. 개별 교회는 총회가 아닌 노회의 지시·관리·감독을 받는다. 명성교회는 서울동남노회에 소속됐는데, 노회 임원 다수가 ‘친명성’ 인사로 이뤄졌다.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 판결에 불복을 선언하고, 명성교회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아예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명성교회는 예장통합 교단을 상징하는 교회다. 김삼환 목사는 총회장까지 지냈다. 교단을 탈퇴한 순간 상징성을 잃게 된다. 탈퇴 과정도 까다롭다. 전체 교인 재적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부자 목사가 교회를 사유화하기 위해 교단까지 탈퇴한다는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 잃을 게 많은 선택지이니만큼 명성교회도 고려하지 않는다. 교회 핵심 관계자는 “교단 탈퇴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성교회는 ‘교회 안정’과 발전을 이유로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2대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유명 교회들이 리더십 교체 실패로 분규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대안으로 아들 목사를 선택한 것이다. 세습으로 명성교회가 안정되고 발전했는지 알 수 없으나, 소속 노회와 교단, 나아가 한국 교회는 세습을 둘러싸고 극심한 몸살을 겪고 있다.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명성교회가 뜻을 굽히지 않는 이상 진통은 계속될 것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한국 교회와 장로교를 대표하는 교회 중 하나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39년 전 상가에 개척한 작은 교회는 등록 교인 10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 김현대 기자
세습금지법 만들어진 곳이 명성교회
명성교회는 2017년 11월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세웠다. 한국 교회 세습 문제는 2000년대 초부터 진행돼온 병폐 중 하나다. 내로라하는 초대형 교회들이 일찍이 부자 세습 체제를 만들었고, 명성교회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세습한 교회들은 욕 한번 먹는 정도로 넘어갔지만, 명성교회는 교계를 넘어 사회로부터 2년 가까이 비판 세례를 받았다. 애당초 부자 목사는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스스로 약속을 저버렸다. 여기에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한 교단법을 어기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9월 정기총회에서 목회자 대물림 금지법, 즉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교회 세습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이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제기되자 관련 법을 만든 것이다. 공교롭게도 총회가 열린 장소는 명성교회였다.
김하나 목사는 같은 해 11월 열린 한 세미나에서 “총회에서 세습을 금지하기로 한 결의를 아버지와 함께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김삼환 목사는 은퇴 직후인 2016년 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아들 문제로) 제가 피해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들이 목회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라도 할 수 있다”며 세습을 부인했다.
김삼환 목사는 2015년 12월 은퇴했지만, 후임 목사를 따로 세우지 않았다. 아들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명성교회는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경기도 하남에서 목회하던 김하나 목사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김하나 목사는 청빙을 수락했고, 명성교회 2대 위임목사로 부임했다.
명성교회 세습은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예장통합 교단 안팎에서는 “세습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세습 직후 1인시위에 나선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세습보다 ‘(세습금지)법’을 어긴 게 더 문제다. 불의한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보다 더 나쁘고 화나는 게 뭔지 아는가. 총회와 교인이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인 줄 알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교계 원로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도 “세습이냐 승계냐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버지의 자리가 자식에게 넘어갔다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부의 대물림이 이어진다. 사회에서도 재벌이 세습하면 부정적으로 보는데, 종교기관에서 세습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교회 세습은 ‘부의 대물림’
명성교회 말고도 세습한 교회는 약 300곳에 이른다. 세습 교회들의 논리는 비슷비슷하다. 자녀가 해야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잘 이어받을 수 있고, 교회 내 분쟁·갈등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고 주장한다. 명성교회도 “장기적인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떠하든 교회 세습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명성교회 1년 예산은 370억원에 이른다. 명성교회가 전국에 보유한 부동산 50필지의 공시지가는 1600억원에 이른다. 명성복지재단·아가페문화재단·안동성소병원·명성의료재단영양병원·숭실사이버대학교·학교법인 명성학원·글로벌디아코니아 등 여러 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김삼환·김하나 목사 등 일가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삼환 목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로 25명(중복 포함)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명성교회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800억원대 자금도 관리했다.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교회 쪽은 ‘이월 적립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월 적립금 존재는 김삼환 목사와 소수 재정장로만 알고 있었다. 교인들에게는 따로 알리지 않았다. 2014년 6월 재정을 관리해온 한 장로가 사망하면서 적립금의 실체가 드러났다. 명성교회는 2014년 말부터 교인들에게 이월 적립금 내용을 공개했다.
출처 교회법 위에 명성교회?…세습금지법 폐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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