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뇌물단서 덮고 검찰은 성범죄 혐의도 ‘면죄부’
검찰과거사위 발표로 본 부실수사
경찰의 수사 왜곡
“김학의에 성접대 빌미로 윤중천 사건청탁 파악 가능”
검찰의 면죄부 “김학의에 금풍공여 알고도 계좌추적 등 추가수사 안해”
과거사위, 부실수사 배경 ‘박근혜 청와대’ 외압 판단
[한겨레] 최우리 기자 | 등록 : 2019-05-29 20:57 | 수정 : 2019-05-29 22:03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9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6년간 ‘면죄부’가 주어진 데에는, 경찰의 부실 수사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결합된 탓이 크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뇌물죄 단서를 확보하고도 성범죄 혐의만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법무부 차관 낙마라는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인데도 ‘원점 재수사’가 아닌 경찰 수사 언저리만 맴돌았다는 것이다.
김학의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수사단의 출범 목적이 ‘수사 외압’에 있었던 만큼, 당시 검찰 지휘라인과 수사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면죄부 수사의 테이프는 경찰이 먼저 끊었다.
2013년 경찰은 건설업자 윤중천과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 3명, 윤중천의 운전사 등으로부터 김학의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윤중천의 휴대전화에는 김학의가 사용한 차명폰 전화번호도 저장돼 있었다. 다이어리에도 김학의 관련 언급이 적혀 있었다.
김학의에 대한 성접대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 윤중천 관련 형사사건기록도 확보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김학의에게 차명폰을 제공한 또다른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진술까지 있었다.
과거사위는 “이를 종합하면 윤중천이 다수 여성을 동원해 김학의에게 성접대를 하고 이를 빌미로 사건청탁을 한 사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학의의 성범죄 혐의 수사 결과만 검찰에 송치했다.
과거사위는 “경찰의 수사 왜곡은 검찰 1차 수사팀이 쉽게 김학의·윤중천을 봐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김학의의 출국금지와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모두 기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 등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경찰이 송치한 수사기록에 비춰볼 때 검찰은 김학의의 성접대 내지 금품공여 개연성에 대한 수사를 엄정히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는 경찰 수사 결과 안에서만 진행됐다. 김학의·윤중천 관련 계좌추적이나 주거지 압수수색 등 어떠한 강제수사도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성범죄 혐의만 적용해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점을 검찰이 적극 활용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진술을 흔들거나 깨는 쪽으로만 수사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진술 신빙성을 깨기 위해 방대한 참고인을 소환조사하고 (피해) 여성 및 수사경찰관의 이메일 계정까지 압수수색했다”며 “검찰이 이율배반적 적극성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 주장 여성들의 진술이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검사의 객관의무 등 중대한 과오가 있었다. 이로 인해 6년간 사건 진상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와 윤중천이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 아무런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경찰이 김학의의 뇌물 수사에 나서지 못한 점이나, 검찰 1차 수사팀이 축소 수사를 한 배경에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외에 ‘박근혜 청와대’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경찰과 검찰 수사에 함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청와대 이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3월 과거사위는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현 토착왜구당 의원), 이중희 민정비서관(현 변호사)을 경찰 수사 외압 당사자로 지목하고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권고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이날 검찰수사단에 수사 초기 적극성과 의지를 보였던 경찰의 수사가 왜곡된 이유, 당시 경찰 수사 지휘라인이 갑자기 인사이동된 배경, 경찰의 부실수사를 바로잡아야 할 검찰까지 부실·봐주기 수사를 한 배경에 검찰 내부 또는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와 민정수석실과 검찰 수사팀 사이에 ‘수사 관련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 등을 철저히 규명해달라고 밝혔다.
2013년 검찰 수사가 부실·봐주기 수사였다는 과거사위 발표에 대해, 당시 수사팀은 반박자료를 낼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팀은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부실·봐주기 수사를 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넘긴 혐의를 수사하는 데 집중했다. 뇌물 혐의와 관련한 단서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출처 경찰은 뇌물단서 덮고 검찰은 성범죄 혐의도 ‘면죄부’
검찰과거사위 발표로 본 부실수사
경찰의 수사 왜곡
“김학의에 성접대 빌미로 윤중천 사건청탁 파악 가능”
검찰의 면죄부 “김학의에 금풍공여 알고도 계좌추적 등 추가수사 안해”
과거사위, 부실수사 배경 ‘박근혜 청와대’ 외압 판단
[한겨레] 최우리 기자 | 등록 : 2019-05-29 20:57 | 수정 : 2019-05-29 22:03
▲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2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9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6년간 ‘면죄부’가 주어진 데에는, 경찰의 부실 수사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결합된 탓이 크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뇌물죄 단서를 확보하고도 성범죄 혐의만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법무부 차관 낙마라는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인데도 ‘원점 재수사’가 아닌 경찰 수사 언저리만 맴돌았다는 것이다.
김학의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수사단의 출범 목적이 ‘수사 외압’에 있었던 만큼, 당시 검찰 지휘라인과 수사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수사 왜곡
경찰의 면죄부 수사의 테이프는 경찰이 먼저 끊었다.
2013년 경찰은 건설업자 윤중천과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 3명, 윤중천의 운전사 등으로부터 김학의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윤중천의 휴대전화에는 김학의가 사용한 차명폰 전화번호도 저장돼 있었다. 다이어리에도 김학의 관련 언급이 적혀 있었다.
김학의에 대한 성접대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 윤중천 관련 형사사건기록도 확보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김학의에게 차명폰을 제공한 또다른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진술까지 있었다.
과거사위는 “이를 종합하면 윤중천이 다수 여성을 동원해 김학의에게 성접대를 하고 이를 빌미로 사건청탁을 한 사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학의의 성범죄 혐의 수사 결과만 검찰에 송치했다.
과거사위는 “경찰의 수사 왜곡은 검찰 1차 수사팀이 쉽게 김학의·윤중천을 봐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김학의의 출국금지와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모두 기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면죄부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 등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경찰이 송치한 수사기록에 비춰볼 때 검찰은 김학의의 성접대 내지 금품공여 개연성에 대한 수사를 엄정히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는 경찰 수사 결과 안에서만 진행됐다. 김학의·윤중천 관련 계좌추적이나 주거지 압수수색 등 어떠한 강제수사도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성범죄 혐의만 적용해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점을 검찰이 적극 활용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진술을 흔들거나 깨는 쪽으로만 수사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진술 신빙성을 깨기 위해 방대한 참고인을 소환조사하고 (피해) 여성 및 수사경찰관의 이메일 계정까지 압수수색했다”며 “검찰이 이율배반적 적극성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 주장 여성들의 진술이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검사의 객관의무 등 중대한 과오가 있었다. 이로 인해 6년간 사건 진상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와 윤중천이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 아무런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청와대 외압
과거사위는 경찰이 김학의의 뇌물 수사에 나서지 못한 점이나, 검찰 1차 수사팀이 축소 수사를 한 배경에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외에 ‘박근혜 청와대’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경찰과 검찰 수사에 함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청와대 이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3월 과거사위는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현 토착왜구당 의원), 이중희 민정비서관(현 변호사)을 경찰 수사 외압 당사자로 지목하고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권고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이날 검찰수사단에 수사 초기 적극성과 의지를 보였던 경찰의 수사가 왜곡된 이유, 당시 경찰 수사 지휘라인이 갑자기 인사이동된 배경, 경찰의 부실수사를 바로잡아야 할 검찰까지 부실·봐주기 수사를 한 배경에 검찰 내부 또는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와 민정수석실과 검찰 수사팀 사이에 ‘수사 관련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 등을 철저히 규명해달라고 밝혔다.
2013년 검찰 수사가 부실·봐주기 수사였다는 과거사위 발표에 대해, 당시 수사팀은 반박자료를 낼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팀은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부실·봐주기 수사를 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넘긴 혐의를 수사하는 데 집중했다. 뇌물 혐의와 관련한 단서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출처 경찰은 뇌물단서 덮고 검찰은 성범죄 혐의도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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