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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가득해 좋은데 왜 보를 부숴?” 그들은 수문을 연지도 몰랐다

“물 가득해 좋은데 왜 보를 부숴?” 그들은 수문을 연지도 몰랐다
[현장] ‘공주보해체반대 궐기대회’와 4대강 시민토론회
[오마이뉴스] 글: 김종술, 김병기 | 19.06.12 15:45 | 최종 업데이트 19.06.12 16:08


▲ 오후 1시부터 공주아트센터고마 앞에서 열린 공주보 해체반대 투쟁위원회 집회에 150여명이 참석했다. ⓒ 김종술

“공주보를 세워놓고 보니 다리로 이용할 수 있고,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물을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대청댐이 있어서 농업용수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물이 썩었다고 하는데 지금 물이 깨끗하다.”

11일 오후 1시에 공주시 고마 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주보 해체반대 공주시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했던 우성면 윤아무개 이장(70)의 말이다. 그에게 "공주보를 연 지 1년이 넘어서 그런 것"이라고 되물으니, 그는 "수문을 연지 몰랐다"고 말하며 머쓱해 했다. 하지만 그는 오전에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집회에 나오라고 방송까지 했다고 한다.

▲ 오후 1시부터 공주시 아트센터고마 토론회장 앞에서 공주보 해체반대 투쟁위원회 주최로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 김종술


“요새는 강물이 풍족...”, “수문 열었는데요?”

공주보 수문을 완전개방한 사실도 모르는 집회 참가자들이 많았다. 공주시에 거주한다는 안아무개(82)씨도 "노인복지관에서 한번 가보라고 해서 왔다"면서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왜 만들어 놓은 공주보를 해체하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전에는 여름철에 강물이 거의 없었는데, 요새는 풍족하게 강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지금은 공주보 수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이고 보를 해체한다고 해도 지금 수량과 같고, 공주보의 다리 기능은 그대로 두고 해체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는 "문을 열어놓은 것도 몰랐고, 다리도 해체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공주 시내에 산다는 김아무개(81)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옛날에는 금강이 똥물만 흐르는 강"이었다며 "보에 물을 가득 채운 지금이 좋다"고 말했다. 기자가 "공주보 수문을 활짝 연 지 1년이 넘었다"고 말하니 그는 "그래요? 완전히 열었어요?"라고 되물었다.

공주지역 새마을회 사람들과 함께 집회에 나왔다는 김아무개(77)씨도 "공주보 다리를 철수한다고 해서 그걸 막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공주보의 다리 기능은 놔두고 보만 해체한다'고 설명하니, "예?"라고 반문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농민 5명에게 물었는데, 이들은 모두 지난 2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공주보의 공도교 기능을 살린 부분 해체 방안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심지어 공주보의 수문을 연 것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농민들은 '공주보 해체 반대'라는 손깃발을 들었고, 다른 손에는 "공주보는 공주시민의 영원한 자산이다"라고 적힌 전단지가 들려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집회 장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공주시가 주관하는 '금강수계 보 처리 관련 시민대토론회(아래 토론회)' 행사 장소 앞이었다. 토론회를 앞둔 집회였다. 오후 2시가 되자 이들은 토론회장에 무더기로 들어왔다.


토착왜구당 시의원의 ‘보이콧’... 한때 토론회 아수라장

▲ "금강수계 공주보처리 관련 시민대토론회"가 2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시작되기 전 참석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 김종술

▲ 사단법인 디모스 정완숙 대표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대 측 주민들이 수시로 앞으로 나가서 ‘토론회’ 무효를 주장하며 방해했다. ⓒ 김종술

사회자였던 사단법인 디모스의 정완숙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했다.

“많은 방송사와 언론사가 참석했습니다. 오늘 토론회는 SNS를 통해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으니 발언에 참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토론회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으니 기탄없이 발언을 해주시면 됩니다. 7월에 공주보 관련해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오늘 나온 시민들의 의견을 위원회에 전달해 공주보 처리방안에 반영하도록 요구할 예정입니다.”

정 대표의 인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인사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창선(토착왜구당) 공주시의회 부의장이었다. 정 대표가 "잠깐만요"라고 제지했지만 그는 상기된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 사단법인 디모스 정완숙 대표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창선 시의원이 일방적으로 발언하자 김봉균 전 농민회장이 항의하고 있다. ⓒ 김종술

“농번기에 가장 힘들 때 세종시 이춘희 시장과 국회의원, 부여군수님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공주는 시민들이 물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고 있는데, 공주는 지금 뭐합니까... 50년 금강 물 먹고 살았었는데, 오늘 토론회는 말도 안 된다. 다 나갑시다. 이게 무슨 토론회냐.”

집회장에서 참석한 일부 시민은 '공주보 해체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 깃발을 높이 치켜들며 "옳소!", "나갑시다!"라고 외치며 일제히 일어났다. 이들이 행사에 참석했던 시민들과 삿대질하면서 토론회장은 갑자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 시민은 "왜 나가는겨? 토론회장에 왔으면 반대하는 이유를 밝히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겨"라고 말했지만, 많은 시위대는 이미 나갔고 곳곳에서 말싸움이 벌어졌다.

김봉균 전 공주시 농민회장이 이창선 의원의 발언을 막아섰다. "왜 토론회를 방해하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일부 책상이 밀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반대 측 주민과 찬성 측 주민 간 고성이 터져 나왔다. 상대의 신상까지 공개하면서 난장판이 됐다.

이날 상황은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토론회장 앞에서 '공주보 해체반대 공주시민 총궐기대회'를 열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투쟁위는 토론회가 열리는 공주 한옥마을 앞에 수십장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토착왜구당 시의원들의 장외투쟁?

▲ 공주보 및 시내와 토론회장 인근에 수십 장의 불법 현수막이 걸렸다. 지정된 거치대 외에 도로변 가로수 등에 걸린 현수막은 불법이다. ⓒ 김종술

'공주보를 정치로 몰지 마라. 농민의 생존이 달려있다.'
'지하수 다 말리고 농민 다 죽이는 공주보 개방 즉시 중지하라.'
'죽산보는 담수하고, 공주보는 해체한다는 건 공주를 우롱하는 거다.'
'땜쟁이식 관정파기로 지하수 다 오염된다.'


이들은 '실개천 금강야경 관광도시 웬말이냐!'라고 쓴 붉은 현수막 아래에서 앰프를 크게 틀어놓고 집회를 열었다. 지역 관변단체장과 토착왜구당 세종시 송아영 위원장을 비롯해 토착왜구당 소속 공주시의회 이창선, 이맹석, 박기영, 김경수 등 의원들이 참석했다.

윤응진 투쟁위 사무국장은 "공주시의회에서 결의했음에도 공주시청은 토론회를 그대로 강행한다"면서 "민심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행위를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이냐,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공주보를 해체한다면 우리는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재룡 농업경영인 수석부회장은 무대로 올라가 "이명박이 시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1000억 원을 들여서 공주보를 지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7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부순다고 한다"면서 "공주보는 시가 발전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발언이 이어지는 중간에 사회자는 이렇게 구호를 외쳤다.

"흘려보낸 금강 물은 공주시민 눈물이다"
"실개천 금강야경 관광도시 웬말이냐"


금강보 지키기 충청연대, 세종보살리기 시민연대 대표 발언과 박기영 공주시의회 의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본 한 공주시 공무원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아서 시민의 뜻을 마련하자는 의미로 전문가 토론회를 준비했다"면서 "반대 측에서 갑자기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뒤 이 자리에서 집회를 한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농업에 오히려 악영향 vs. 혈세 들인 거 아니냐

한편 토론회장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25분 정도가 지나서야 장내가 정리됐다. 디모스 정완숙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700여 명의 공주시민 의견서를 접수해 분석했다. 누구나 발언을 할 수 있으며 손 들거나 진행자에게 의견 적어서 신청할 수 있고, 모든 신청자들에게 순차적으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서봉균 공주보진실대책위 사무국장이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아시는 바와 같이 공주시는 공주보 철거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그 생명으로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주장이라도 객관적이고 진실에 근거한 주장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4대강 사업 특히 공주보 건설로 인해 금강의 수질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공주보 자체는 농업용수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수질악화를 초래하여 공주농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당저수지와 보령댐에 대한 용수공급은 공주보 담수와 무관하다.”

그는 이어 "대다수 공주시민들은 공주보 철거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이미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공주보 철거반대는 몇몇 사리사욕에 눈먼 지역정치인들의 선거전략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지역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관동에 산다는 조아무개씨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공주보를 짓는데 엄청난 돈이 들었다. 국민 혈세이다. 그 돈 가볍게 여길 수 있나? 어떻게 살릴 수 없는지 관찰하고 연구한 뒤에 대책 내놔야 한다. 1800억 들여놓고 없앤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공주보 관련 의견을 신중하게 수렴해 꼭 반영해 달라.”

공주시 우성면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이병우씨는 이를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강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서 소를 키우고 있다. 우리 동네는 금강물을 취수해서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런데 공주보 수문이 개방되고 지역의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옆집은 나오고 그 옆은 나오지 않는다면 관정부터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게 공주보 때문이라고 한다. 공주보가 건설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녹조와 이끼벌레, 실지렁이가 나왔다. 다 눈으로 확인했다. 수문 열고 나서 녹조도 물고기 떼죽음도 없어졌다.”

사곡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김봉균 전 농민회장은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보나 댐을 짓는 목적은 첫째 전기, 그 다음으로 식수, 홍수, 가뭄 대책 등이다. 공주 식수는 대청댐에서 해결하니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보를 막아 물을 채워놓고 홍수를 대비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농사를 위한 가뭄 대책으로 보 필요할까? 공주보는 농업용수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공주보 생기기 전부터 농사를 짓는데 문제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보가 생기면서 세굴 현상이 발생하고 천문학적인 유지 관리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고 하던데 하루 빨리 보 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3시50분께 끝이 났다. 토론회 시작하기 전 집회 때 만난 5명의 농민들은 모두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고 되돌아갔다.

▲ 공주보 해체반대 투쟁위원회는 집회에 앞서 ‘공주보 해체반대’ 차량 깃발과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 김종술


출처  “물 가득해 좋은데 왜 보를 부숴?” 그들은 수문 연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