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법 어겨도 징역·금고형 3%뿐
노동부, 산안법 사건 판결 첫 분석
90%가 집유·벌금 그쳐 ‘솜방망이’
법원 “과실”이라며 봐주기…76%가 재범
[한겨레] 이지혜 기자 | 등록 : 2019-06-10 05:00
지난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어겨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9명꼴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안법 사건 판결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법원이 산안법 위반 사건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낸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런 행태가 판결 분석을 통해 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가벼운 처벌 탓에 재범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판결 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2013~2017년 5년 동안 산안법을 위반한 피고인의 90.7%가 집행유예(33.46%)와 벌금형(57.26%)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단 2.9%에 그쳤다. 이번 연구는 한국비교형사법학회가 2013~2017년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된 전체 산안법 위반 사건 3405건 중 1714건(50.3%)을 대상으로 최종 판결 내용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최근 판결이라 열람서비스 등록이 안 돼 수집이 불가능한 사건은 제외됐다.
분석 대상 사건 가운데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66.4%(1138건)에 달했지만, 정작 피고인의 평균 구금 기간은 1년이 채 안 됐다. 지난 5년 피고인들의 평균 징역 기간은 10.9개월이었고, 금고 기간은 9.9개월에 불과했다. 게다가 해마다 평균 징역·금고 기간이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 5년간 평균 벌금액도 자연인은 420만6600원, 법인은 447만9500원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법원이 산안법을 어겨 노동자를 사망케 하는 범죄를 통상 ‘과실’로 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법원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숨진 것은 ‘미필적 고의’라고 해석하면서도, 구체적인 양형을 판단할 때는 ‘업무상 과실치사’ 정도로 본다”고 짚었다.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법원은 습관적으로 ‘실수였다’는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법원의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결과적으로 높은 재범 비율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대검찰청 2018년 범죄 분석’을 인용해 2013년 산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자 중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자가 전체의 66.8%였으나, 2017년에는 76%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반 형사범과 비교해 산안법 위반 초범에 대한 최초 형벌의 ‘충격 효과’가 매우 낮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산안법(일명 김용균법)을 개정했다. 당시 김용균법은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일보 전진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산재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준비하며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정형 하한(징역 1년 이상)을 도입하려 했지만, 경영계의 반발로 도입하지 못했다. 대신 정부는 ‘최대 징역 10년’으로 처벌 상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도한 처벌이라는 보수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여야는 ‘현행 7년 상한을 유지하되 5년 이내에 같은 죄를 범할 경우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신창현 의원은 “산안법 위반 기소자 중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이가 76%나 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 낳은 결과가 분명하다”며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노동자를 숨지게 한 재범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법정 하한형을 신설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단독] 산업안전법 어겨도 징역·금고형 3%뿐
노동부, 산안법 사건 판결 첫 분석
90%가 집유·벌금 그쳐 ‘솜방망이’
법원 “과실”이라며 봐주기…76%가 재범
[한겨레] 이지혜 기자 | 등록 : 2019-06-10 05:00
▲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4월 28일)을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17년 4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산재사망자를 추모하는 뜻을 담아 국화를 꽂은 작업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지난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어겨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9명꼴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안법 사건 판결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법원이 산안법 위반 사건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낸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런 행태가 판결 분석을 통해 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가벼운 처벌 탓에 재범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판결 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2013~2017년 5년 동안 산안법을 위반한 피고인의 90.7%가 집행유예(33.46%)와 벌금형(57.26%)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단 2.9%에 그쳤다. 이번 연구는 한국비교형사법학회가 2013~2017년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된 전체 산안법 위반 사건 3405건 중 1714건(50.3%)을 대상으로 최종 판결 내용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최근 판결이라 열람서비스 등록이 안 돼 수집이 불가능한 사건은 제외됐다.
분석 대상 사건 가운데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66.4%(1138건)에 달했지만, 정작 피고인의 평균 구금 기간은 1년이 채 안 됐다. 지난 5년 피고인들의 평균 징역 기간은 10.9개월이었고, 금고 기간은 9.9개월에 불과했다. 게다가 해마다 평균 징역·금고 기간이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 5년간 평균 벌금액도 자연인은 420만6600원, 법인은 447만9500원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법원이 산안법을 어겨 노동자를 사망케 하는 범죄를 통상 ‘과실’로 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법원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숨진 것은 ‘미필적 고의’라고 해석하면서도, 구체적인 양형을 판단할 때는 ‘업무상 과실치사’ 정도로 본다”고 짚었다.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법원은 습관적으로 ‘실수였다’는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법원의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결과적으로 높은 재범 비율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대검찰청 2018년 범죄 분석’을 인용해 2013년 산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자 중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자가 전체의 66.8%였으나, 2017년에는 76%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반 형사범과 비교해 산안법 위반 초범에 대한 최초 형벌의 ‘충격 효과’가 매우 낮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산안법(일명 김용균법)을 개정했다. 당시 김용균법은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일보 전진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산재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준비하며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정형 하한(징역 1년 이상)을 도입하려 했지만, 경영계의 반발로 도입하지 못했다. 대신 정부는 ‘최대 징역 10년’으로 처벌 상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도한 처벌이라는 보수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여야는 ‘현행 7년 상한을 유지하되 5년 이내에 같은 죄를 범할 경우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신창현 의원은 “산안법 위반 기소자 중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이가 76%나 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 낳은 결과가 분명하다”며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노동자를 숨지게 한 재범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법정 하한형을 신설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단독] 산업안전법 어겨도 징역·금고형 3%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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