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치에 ‘가짜 반국가단체’ 만들려고 한 국정원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9-08-27 19:45:20 | 수정 : 2019-08-27 20:02:44
최근 폭로된 국가정보원의 행태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민간인 불법사찰 뿐 아니라 여전히 공안조작 등 구시대적 기행을 일삼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4년부터 A씨를 프락치로 포섭해 주체사상을 교육시킨 뒤, 지정해준 접촉 대상자들을 만나 국가보안법에 반하는 대화 내용을 녹음해 수집해오도록 했다. 위법 발언이 나오지 않으면 위법한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A씨가 제공한 녹취록에 담겼다. A씨는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으로 2000년대 초중반 학생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국정원이 A씨에 건넨 접촉 대상 명단은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민간인들이었다. A씨는 ‘서울대 조직도’와 ‘고려대 조직도’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국정원은 A씨에게 직접 주체사상을 교육해 감시 대상에게 접근하도록 했다. A씨는 “내가 주체사상을 너무 모르면 그들에게 무시당할 수 있다면서 국정원 직원이 부산의 한 호텔에서 직접 주체사상을 가르쳤다. 북한에서 만든 원서를 학습교재로 썼다”며 “(그러나) 정작 내가 감시한 사람들 입에서 주체사상이나 관련 단어가 나온 적은 없었다. 주로 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사회가 소멸할 위기에 있으니 지역사회 운동을 열심히 하자는 내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녹음뿐 아니라 A씨의 서울 자취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공작 대상들을 끌어들여 국보법에 반하는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했다. A씨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한 특정 학연 및 정파 중심의 반국가단체를 임의로 설정한 뒤, 이를 토대로 공안사건을 조작하려 한 정황들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프락치를 특정 집단에 잠입시켜 확보한 지엽적인 정보들을 확대·날조해 엮은 것이라면, 이번 사안은 프락치에 주체사상 교육을 시켜 국보법 위반 발언을 유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집단을 반국가단체로 창조해 내 공안사건을 기획하고자 한, 더욱 적극적인 형태의 조작 시도라고 할 수 있다.
A씨를 통해 공작을 시도한 주체는 프락치 이모씨를 이용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기획한 국정원 경기지부 공안2팀이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A씨를 포섭하면서 이석기 사건과 이 사건 기획에 협조한 프락치 이모씨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서 국정원이 내세웠던 핵심 카드인 ‘RO’는 법정에서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에 따라 반국가단체 구성을 전제로 한 내란음모 혐의 역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석기 전 의원 등은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혐의로 중형을 확정받았으나, 결과적으로 내란음모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RO’를 내세웠던 국정원의 기획은 사실상 미완에 그쳤다.
국정원이 A씨에게 접근한 건 내란음모 사건 확정판결 이후다. 국정원이 적당한 시점에 반국가단체를 기반으로 한 공안조작 사건을 터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미완에 그쳤던 내란음모 조작을 완결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정원은 A씨를 포섭하면서 “경기동부 ‘RO’ 중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일부만 처벌받았고, 아직 잔당이 남아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고 한다. 프락치 활동에 쓸 특수 제작된 녹음기와 가방을 건네면서는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킬 때 쓴 제품’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기획 때와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행태는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던 A씨의 처지를 악용해 그를 프락치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했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수십만 원의 현금을 건네다가 A씨가 본격적으로 프락치로 활동하면서부터는 매달 기본급 200만 원과 진술서를 쓸 때마다 50만 원을 줬다. A씨가 한 시민단체에 들어가 간부가 되자 ‘잠입에 성공했다’며 성과급 300만 원을 줬다. 사업이 잘 마무리될 경우 약 1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출처 프락치에 주체사상 교육시켜 ‘가짜 반국가단체’ 만들려고 한 국정원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9-08-27 19:45:20 | 수정 : 2019-08-27 20:02:44
▲ 서울 국정원 건물 앞 모습 ⓒ제공:뉴시스
최근 폭로된 국가정보원의 행태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민간인 불법사찰 뿐 아니라 여전히 공안조작 등 구시대적 기행을 일삼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4년부터 A씨를 프락치로 포섭해 주체사상을 교육시킨 뒤, 지정해준 접촉 대상자들을 만나 국가보안법에 반하는 대화 내용을 녹음해 수집해오도록 했다. 위법 발언이 나오지 않으면 위법한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A씨가 제공한 녹취록에 담겼다. A씨는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으로 2000년대 초중반 학생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국정원이 A씨에 건넨 접촉 대상 명단은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민간인들이었다. A씨는 ‘서울대 조직도’와 ‘고려대 조직도’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국정원은 A씨에게 직접 주체사상을 교육해 감시 대상에게 접근하도록 했다. A씨는 “내가 주체사상을 너무 모르면 그들에게 무시당할 수 있다면서 국정원 직원이 부산의 한 호텔에서 직접 주체사상을 가르쳤다. 북한에서 만든 원서를 학습교재로 썼다”며 “(그러나) 정작 내가 감시한 사람들 입에서 주체사상이나 관련 단어가 나온 적은 없었다. 주로 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사회가 소멸할 위기에 있으니 지역사회 운동을 열심히 하자는 내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녹음뿐 아니라 A씨의 서울 자취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공작 대상들을 끌어들여 국보법에 반하는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했다. A씨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한 특정 학연 및 정파 중심의 반국가단체를 임의로 설정한 뒤, 이를 토대로 공안사건을 조작하려 한 정황들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프락치를 특정 집단에 잠입시켜 확보한 지엽적인 정보들을 확대·날조해 엮은 것이라면, 이번 사안은 프락치에 주체사상 교육을 시켜 국보법 위반 발언을 유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집단을 반국가단체로 창조해 내 공안사건을 기획하고자 한, 더욱 적극적인 형태의 조작 시도라고 할 수 있다.
A씨를 통해 공작을 시도한 주체는 프락치 이모씨를 이용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기획한 국정원 경기지부 공안2팀이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A씨를 포섭하면서 이석기 사건과 이 사건 기획에 협조한 프락치 이모씨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서 국정원이 내세웠던 핵심 카드인 ‘RO’는 법정에서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에 따라 반국가단체 구성을 전제로 한 내란음모 혐의 역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석기 전 의원 등은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혐의로 중형을 확정받았으나, 결과적으로 내란음모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RO’를 내세웠던 국정원의 기획은 사실상 미완에 그쳤다.
국정원이 A씨에게 접근한 건 내란음모 사건 확정판결 이후다. 국정원이 적당한 시점에 반국가단체를 기반으로 한 공안조작 사건을 터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미완에 그쳤던 내란음모 조작을 완결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정원은 A씨를 포섭하면서 “경기동부 ‘RO’ 중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일부만 처벌받았고, 아직 잔당이 남아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고 한다. 프락치 활동에 쓸 특수 제작된 녹음기와 가방을 건네면서는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킬 때 쓴 제품’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기획 때와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행태는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던 A씨의 처지를 악용해 그를 프락치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했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수십만 원의 현금을 건네다가 A씨가 본격적으로 프락치로 활동하면서부터는 매달 기본급 200만 원과 진술서를 쓸 때마다 50만 원을 줬다. A씨가 한 시민단체에 들어가 간부가 되자 ‘잠입에 성공했다’며 성과급 300만 원을 줬다. 사업이 잘 마무리될 경우 약 1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출처 프락치에 주체사상 교육시켜 ‘가짜 반국가단체’ 만들려고 한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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