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함유된 물로 농사... “낙동강 이대로 두면...”
박호동 일본 국립신슈대 교수 이메일 인터뷰
[오마이뉴스] 글 김병기, 사진·영상 권우성 | 등록 : 2019.09.25 19:00 | 수정 : 2019.09.25 21:11
위의 영상은 지난 8월 29일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찾아간 경북 달성군 구지면 이노정 앞의 흉측한 모습이다.
가을장마 기간이어서 전날까지 비가 쏟아졌는데도 녹조밭이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계속 닫아둔 탓이다. 문제는 이 물을 정수해서 영남인의 수돗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양수장에서 퍼올린 녹조물을 거르지도 않고 논밭에 뿌려 농작물을 키운다. 그 농산물을 국민들이 먹고 있다.
“보가 만들어진 뒤 농민들은 이 녹조물로 벼농사를 지어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해야 하는 농민으로서 자부심이나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우리는 다하고 있는가. 이 물은 남조류라는 독성을 품고 있다. 깨끗한 물이 아니다.”
이날 녹조밭에 들어가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대담을 하던 곽상수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의 말이다.
곽 이장의 우려와 달리 최근 토착왜구당은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면서 낙동강 보의 수문개방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도 호응한다. 이는 보의 수문을 굳게 닫아둔 채 녹조물을 영남인 수돗물의 원수로 공급하고, 녹조물로 키운 농산물을 국민들이 먹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을 계속 두고 보아야 할까?
“녹조가 함유한 마이크로시스틴은 급성독성이다. 간장의 조직 파괴와 울혈로 사망할 수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20배에서 200배 정도에 달하는 맹독 물질이다. ‘반수치사량’이라는 것은 어느 물질을 집단에 투여했을 때 그 반수가 사망에 이르는 양을 말하는 데 마이크로시스틴의 ‘반수치사량’은 약 50㎍/kg이다. 체중 50~60kg의 성인이 2.5~3mg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면 절반이 죽을 정도로 위험이 있다.”
박호동 일본 국립신슈대 물질순환학과 교수가 지난 8월 말 <오마이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 교수는 1992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에서 남조류 독소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5월에도 방한해 ‘낙동강 저니토 마이크로시스틴 축적실태 조사결과 전문가 설명회’에 참석했다.
우선 박 교수에게 녹조 발생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 4대강사업에 부역했던 일부 학자들은 녹조의 원인은 물의 체류시간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즉 낙동강 등에 녹조가 창궐한 것은 4대강 보에 물을 가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녹조 발생 원인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표를 보내왔다.
박호동 교수는 “녹조는 온도, 질소, 인의 함량 등에 따라 생성되며 특히 10일 이상의 체류시간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발생한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면서 강의 춘기에서 하기의 체류시간이 길어졌고, 이로 인해 퇴적토가 증가했으며 하층의 무산소화로 인해 퇴적토에서부터 인 성분이 용출되기 때문에 녹조 발생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4대강사업 때 오폐수의 정수 처리시설을 늘렸기에 강으로 배출되는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의 농도는 줄어들었다. 따라서 녹조 원인 중 남아 있는 주요 요인은 온도와 체류시간이다. 이중 온도의 경우는 해마다 편차가 있지만 4대강사업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온도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도 없다.
결국 체류시간이다. 실제 경상남도가 작성한 ‘2019년 녹조발생 예방 및 대응 추진계획’에 따르면 8개 보 설치 후 낙동강의 흐름이 10배 이상 느려졌다. 강정보 구간의 경우 예전에는 1.1일이던 체류시간이 21일로 늘었다. 칠곡보 구간도 1.1일에서 21.1일로 늘었다. 구미보는 0.8일에서 13.8일로, 합천보는 2.2일에서 10.3일, 달성보는 0.9일에서 9.3일로 늘었다.
체류시간의 증가는 질소, 인 등의 녹조 발생 요인의 체류시간 증가와 농축을 동반한다. 4대강 사업 이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보에 가로막혀서 더 많은 양의 질소와 인이 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데도 토착왜구당은 최근까지도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것은 낙동강에 세운 보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2017년 5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LCMS)와 효소면역정량법(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을 병행해서 낙동강 퇴적 저니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량분석 결과 마이크로시스틴 함량은 1.5~33㎍/kgDW였다.
그는 “이 정도의 함량이면 저서동물로의 축적과 생체영향을 고려해도 주의해야 할 농도”라면서 “저니토의 유기물을 섭취하는 저서동물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장에 축척되어 장기적으로는 개체수가 줄어드는 영향을 입을 수 있고, 저서동물을 먹이로 하는 물고기나 새들에게도 개체 수 감소의 피해가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었다.
“외국에서는 남조류 독소가 검출된 어패류는 식용금지이다. WHO의 기준이 0.04㎍/kg체중/일(하루에 섭취가 허용되는 마이크로시스틴 함량)이므로 60kg 체중의 사람은 하루에 먹는 어패류에 2.4㎍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면 인체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을 1㎍/g을 함유한 어패류라면 3그램 이상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관료들조차도 ‘녹조가 짙어도 고도 정수처리하면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박 교수는 “고도정수처리해도 녹조 독의 독소를 100% 걸러내지 못한다”면서 “한국 4대강의 녹조는 1%가 남아도 WHO의 음용수 기준치 1ppb(ug/L)를 초과한다”고 말했다.
또 “낙동강 녹조를 분석한 결과 최대 182ppb(ug/L)로 나타나는데 이 물을 2리터 음용할 경우 사람도 동물도 사망한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낙동강 물을 먹은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고된 적은 없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도정수처리 효과도 있을 텐데 간부전이나 간암 발생률 증가 등에 대한 전문가의 공중위생학적인 역학 조사를 하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일본의 경우 원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는 정수장에서는 수돗물의 마이크로시스틴 분석하여 공표하고 있고, 미국 오하이오와 캐나다 등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의 분석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8월 낙동강 현장 취재 때 환경단체들과 함께 둘러보았던 구미시 해평 취수장의 한 관계자는 “녹조가 많아져서 정수하는 데 사용하는 약품 투입이 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정수약품의 하나인 염소와 물속의 유기물이 결합해 총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들어낸다. 나의 전공은 아니지만 세계의 많은 연구결과가 보증하는 결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확신한다.”
먹는 물의 경우는 그나마 고도정수처리하지만 농업용수는 양수장을 통해 그대로 작물에 공급된다. 박 교수 연구실에서는 지난 2014년에 ‘쌀과 브로콜리의 성장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의 축적 및 억제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을 첨가한 물로 농작물을 수경재배한 결과를 분석한 논문이다.
이 논문의 결론은 “남조류가 많은 농업용수를 통해 브로콜리와 같은 채소류와 쌀 등 일부 농작물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박 교수는 “우리의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보고나 연구결과에서도 농업용수에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돼 있으면 농작물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일본의 경우, 상수원 또는 농업용수에서 녹조가 발생하면 이를 줄이는 단기적, 장기적 계획을 세워서 녹조를 줄이는 대책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에게 한국의 4대강에서 녹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보를 해체해서 4대강사업 전의 자연의 강으로 복귀하는 것이 제일 좋은 조치이다. 그렇지만 보를 해체하는데 또 많은 혈세를 들여야 할 것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보의 운영 즉, 체류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을 활용해 녹조 발생에 대한 억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4대강사업을 주도했던 토착왜구당 의원들과 일부 농민들이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지하수의 전문가와 수리학자의 자문을 거쳐 정밀 조사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위한 재자연화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 답변지에 자신이 참여해서 2015년 12월 대한환경공학회지 제37권 제12호에 개재한 논문 ‘남조류에서 발생하는 독소의 문제점과 대책’을 보내왔다. 이 논문의 서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2014년 여름 미국 오하이오 주 북부,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의 서쪽에 인접한 톨레도(Toledo)에서 약 50만 명의 시민에 대해 음용, 요리 및 목욕 등에 있어 수돗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리호에서는 2011년부터 거의 매년 여름 독성 조류의 이상 발생이 보고되어 왔다. 2011년부터 계속된 비상사태인 녹조현상의 발생 원인으로 인구증가 및 농법, 수온 이외에도 기후변동의 영향이 지적된다. 이후에는 세계 각지의 담수역에서의 남조류의 대량발생이 종래를 상회할 우려가 있다.
녹조현상을 형성하는 남조류 중 일부는 동물에 대해 간독, 신경독, 사람에 대해 피부독, 미생물에 대해 세포독으로 작용하는 여러 종류의 독소를 단독 또는 복수 함유하고 있으며, 외국 여러 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남조로 인한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폐사가 보고되었다.”
아래 사진은 지난 8월 30일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이 오마이뉴스 취재팀에 보내온 창녕 어연양수장의 모습이다.
낙동강 물을 퍼올리는 양수장의 펌프 호스가 녹조밭에 박혀 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이 물을 퍼서 창녕군 도천면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4대강사업 이후 매년 창궐하는 녹조의 ‘독극물’이 함유된 물로 버젓이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이다.
박 교수의 논문의 결론은 이렇게 적고 있다.
“남조 독소에 의한 동물의 사망은 187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노듈라리아 스푸미제나(Nodularia spumigena)에 의한 보고를 시작으로, 1995년에서 1998년까지 캐나다에서 일어난 야생 조류의 폐사(26만 마리 이상)까지 다수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운 나라는 아직 없다. 1996년 2월 브라질의 카루아루(Caruaru)에서는 수원지의 남조 독소의 혼입에 의해 50명 이상의 투석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일본에서도 상수도 수원지인 호수 및 댐에서 유독 남조류가 발생했다는 예도 있어 상수도를 통한 인체에의 영향이 우려된다.”
낙동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박 교수의 우려가 끔직한 결말로 귀결될 수도 있다.
녹조 문제는 낙동강 8개 보의 수문만 열어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데도 토착왜구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4대강사업 이전에도 물 부족 없이 농사를 지어온 일부 농민들도 보의 수문을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녹조물 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수문을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낙동강의 녹조물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수문 개방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면 된다. 하지만 달성군 등 토착왜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수위가 내려갈 경우를 대비해 양수펌프를 개선하고 농업용수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정부 예산 투입 방침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수문을 개방하려는 현 정부의 조치가 과거 정권의 업적을 부정하려는 정략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가 정략적일까?
박 교수의 주장처럼 수문을 열어 강물의 지체시간을 줄이면 녹조가 사라질 것이라는 과학을 인정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22조 원의 예산을 들인 4대강사업의 민낯이 드러나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학의 눈으로 4대강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강의 재자연화는 물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낙동강 취재팀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출처 ‘독극물’ 함유된 물로 농사... “낙동강 이대로 두면...”
박호동 일본 국립신슈대 교수 이메일 인터뷰
[오마이뉴스] 글 김병기, 사진·영상 권우성 | 등록 : 2019.09.25 19:00 | 수정 : 2019.09.25 21:11
▲ 독극물 탄 ‘녹조 농사’, 이대로 놔둬도 되나 ⓒ 권우성
위의 영상은 지난 8월 29일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찾아간 경북 달성군 구지면 이노정 앞의 흉측한 모습이다.
가을장마 기간이어서 전날까지 비가 쏟아졌는데도 녹조밭이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계속 닫아둔 탓이다. 문제는 이 물을 정수해서 영남인의 수돗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양수장에서 퍼올린 녹조물을 거르지도 않고 논밭에 뿌려 농작물을 키운다. 그 농산물을 국민들이 먹고 있다.
▲ 지난 8월 29일 경북 달성군 구지면 내리 이노정앞 낙동강변에 짙은 녹조가 발생해 있다. 낙동강변으로 4대강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다. ⓒ 권우성
▲ 지난 8월 29일 경북 달성군 구지면 내리 이노정앞 낙동강변에 짙은 녹조가 발생해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계대욱 사무국장이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 권우성
“보가 만들어진 뒤 농민들은 이 녹조물로 벼농사를 지어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해야 하는 농민으로서 자부심이나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우리는 다하고 있는가. 이 물은 남조류라는 독성을 품고 있다. 깨끗한 물이 아니다.”
이날 녹조밭에 들어가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대담을 하던 곽상수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의 말이다.
곽 이장의 우려와 달리 최근 토착왜구당은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면서 낙동강 보의 수문개방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도 호응한다. 이는 보의 수문을 굳게 닫아둔 채 녹조물을 영남인 수돗물의 원수로 공급하고, 녹조물로 키운 농산물을 국민들이 먹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을 계속 두고 보아야 할까?
[녹조의 원인] 박호동 교수 “체류시간 10일 넘으면 녹조 생성”
▲ 마이크로시스틴이 체내에 흡수되면 간에 치명적인 독을 배출한다. ⓒ 박호동
“녹조가 함유한 마이크로시스틴은 급성독성이다. 간장의 조직 파괴와 울혈로 사망할 수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20배에서 200배 정도에 달하는 맹독 물질이다. ‘반수치사량’이라는 것은 어느 물질을 집단에 투여했을 때 그 반수가 사망에 이르는 양을 말하는 데 마이크로시스틴의 ‘반수치사량’은 약 50㎍/kg이다. 체중 50~60kg의 성인이 2.5~3mg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면 절반이 죽을 정도로 위험이 있다.”
박호동 일본 국립신슈대 물질순환학과 교수가 지난 8월 말 <오마이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 교수는 1992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에서 남조류 독소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5월에도 방한해 ‘낙동강 저니토 마이크로시스틴 축적실태 조사결과 전문가 설명회’에 참석했다.
우선 박 교수에게 녹조 발생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 4대강사업에 부역했던 일부 학자들은 녹조의 원인은 물의 체류시간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즉 낙동강 등에 녹조가 창궐한 것은 4대강 보에 물을 가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녹조 발생 원인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표를 보내왔다.
▲ 박호동 교수가 녹조의 원인을 정리한 표. ⓒ 박호동
박호동 교수는 “녹조는 온도, 질소, 인의 함량 등에 따라 생성되며 특히 10일 이상의 체류시간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발생한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면서 강의 춘기에서 하기의 체류시간이 길어졌고, 이로 인해 퇴적토가 증가했으며 하층의 무산소화로 인해 퇴적토에서부터 인 성분이 용출되기 때문에 녹조 발생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4대강사업 때 오폐수의 정수 처리시설을 늘렸기에 강으로 배출되는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의 농도는 줄어들었다. 따라서 녹조 원인 중 남아 있는 주요 요인은 온도와 체류시간이다. 이중 온도의 경우는 해마다 편차가 있지만 4대강사업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온도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도 없다.
결국 체류시간이다. 실제 경상남도가 작성한 ‘2019년 녹조발생 예방 및 대응 추진계획’에 따르면 8개 보 설치 후 낙동강의 흐름이 10배 이상 느려졌다. 강정보 구간의 경우 예전에는 1.1일이던 체류시간이 21일로 늘었다. 칠곡보 구간도 1.1일에서 21.1일로 늘었다. 구미보는 0.8일에서 13.8일로, 합천보는 2.2일에서 10.3일, 달성보는 0.9일에서 9.3일로 늘었다.
체류시간의 증가는 질소, 인 등의 녹조 발생 요인의 체류시간 증가와 농축을 동반한다. 4대강 사업 이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보에 가로막혀서 더 많은 양의 질소와 인이 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데도 토착왜구당은 최근까지도 매년 녹조가 창궐하는 것은 낙동강에 세운 보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박호동 일본 신슈대학 교수가 2017년 5월 28일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회의실에서 ‘낙동강 퇴적저니토의 마이크로시스틴 함량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윤성효
[녹조는 맹독] 99%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 1%가 남아도...
박 교수는 2017년 5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LCMS)와 효소면역정량법(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을 병행해서 낙동강 퇴적 저니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량분석 결과 마이크로시스틴 함량은 1.5~33㎍/kgDW였다.
그는 “이 정도의 함량이면 저서동물로의 축적과 생체영향을 고려해도 주의해야 할 농도”라면서 “저니토의 유기물을 섭취하는 저서동물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장에 축척되어 장기적으로는 개체수가 줄어드는 영향을 입을 수 있고, 저서동물을 먹이로 하는 물고기나 새들에게도 개체 수 감소의 피해가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었다.
“외국에서는 남조류 독소가 검출된 어패류는 식용금지이다. WHO의 기준이 0.04㎍/kg체중/일(하루에 섭취가 허용되는 마이크로시스틴 함량)이므로 60kg 체중의 사람은 하루에 먹는 어패류에 2.4㎍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면 인체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을 1㎍/g을 함유한 어패류라면 3그램 이상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가 현미경을 통해 확인한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산하는 남조류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관료들조차도 ‘녹조가 짙어도 고도 정수처리하면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박 교수는 “고도정수처리해도 녹조 독의 독소를 100% 걸러내지 못한다”면서 “한국 4대강의 녹조는 1%가 남아도 WHO의 음용수 기준치 1ppb(ug/L)를 초과한다”고 말했다.
또 “낙동강 녹조를 분석한 결과 최대 182ppb(ug/L)로 나타나는데 이 물을 2리터 음용할 경우 사람도 동물도 사망한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낙동강 물을 먹은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고된 적은 없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도정수처리 효과도 있을 텐데 간부전이나 간암 발생률 증가 등에 대한 전문가의 공중위생학적인 역학 조사를 하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일본의 경우 원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는 정수장에서는 수돗물의 마이크로시스틴 분석하여 공표하고 있고, 미국 오하이오와 캐나다 등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의 분석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8월 낙동강 현장 취재 때 환경단체들과 함께 둘러보았던 구미시 해평 취수장의 한 관계자는 “녹조가 많아져서 정수하는 데 사용하는 약품 투입이 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정수약품의 하나인 염소와 물속의 유기물이 결합해 총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들어낸다. 나의 전공은 아니지만 세계의 많은 연구결과가 보증하는 결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확신한다.”
[채소류 ‘독’ 농축] 국민 먹거리도 위협
▲ 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4대강 조사에서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가 금강의 남조류 측정을 하고 있다. ⓒ 김종술
먹는 물의 경우는 그나마 고도정수처리하지만 농업용수는 양수장을 통해 그대로 작물에 공급된다. 박 교수 연구실에서는 지난 2014년에 ‘쌀과 브로콜리의 성장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의 축적 및 억제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을 첨가한 물로 농작물을 수경재배한 결과를 분석한 논문이다.
이 논문의 결론은 “남조류가 많은 농업용수를 통해 브로콜리와 같은 채소류와 쌀 등 일부 농작물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박 교수는 “우리의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보고나 연구결과에서도 농업용수에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돼 있으면 농작물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일본의 경우, 상수원 또는 농업용수에서 녹조가 발생하면 이를 줄이는 단기적, 장기적 계획을 세워서 녹조를 줄이는 대책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에게 한국의 4대강에서 녹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보를 해체해서 4대강사업 전의 자연의 강으로 복귀하는 것이 제일 좋은 조치이다. 그렇지만 보를 해체하는데 또 많은 혈세를 들여야 할 것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보의 운영 즉, 체류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을 활용해 녹조 발생에 대한 억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4대강사업을 주도했던 토착왜구당 의원들과 일부 농민들이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지하수의 전문가와 수리학자의 자문을 거쳐 정밀 조사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위한 재자연화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녹조 농사] 끔찍한 결말을 우려한다
박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 답변지에 자신이 참여해서 2015년 12월 대한환경공학회지 제37권 제12호에 개재한 논문 ‘남조류에서 발생하는 독소의 문제점과 대책’을 보내왔다. 이 논문의 서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2014년 여름 미국 오하이오 주 북부,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의 서쪽에 인접한 톨레도(Toledo)에서 약 50만 명의 시민에 대해 음용, 요리 및 목욕 등에 있어 수돗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리호에서는 2011년부터 거의 매년 여름 독성 조류의 이상 발생이 보고되어 왔다. 2011년부터 계속된 비상사태인 녹조현상의 발생 원인으로 인구증가 및 농법, 수온 이외에도 기후변동의 영향이 지적된다. 이후에는 세계 각지의 담수역에서의 남조류의 대량발생이 종래를 상회할 우려가 있다.
녹조현상을 형성하는 남조류 중 일부는 동물에 대해 간독, 신경독, 사람에 대해 피부독, 미생물에 대해 세포독으로 작용하는 여러 종류의 독소를 단독 또는 복수 함유하고 있으며, 외국 여러 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남조로 인한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폐사가 보고되었다.”
아래 사진은 지난 8월 30일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이 오마이뉴스 취재팀에 보내온 창녕 어연양수장의 모습이다.
▲ 경남 창녕 어연양수장의 녹조 ⓒ 임희자
낙동강 물을 퍼올리는 양수장의 펌프 호스가 녹조밭에 박혀 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이 물을 퍼서 창녕군 도천면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4대강사업 이후 매년 창궐하는 녹조의 ‘독극물’이 함유된 물로 버젓이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이다.
박 교수의 논문의 결론은 이렇게 적고 있다.
“남조 독소에 의한 동물의 사망은 187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노듈라리아 스푸미제나(Nodularia spumigena)에 의한 보고를 시작으로, 1995년에서 1998년까지 캐나다에서 일어난 야생 조류의 폐사(26만 마리 이상)까지 다수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운 나라는 아직 없다. 1996년 2월 브라질의 카루아루(Caruaru)에서는 수원지의 남조 독소의 혼입에 의해 50명 이상의 투석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일본에서도 상수도 수원지인 호수 및 댐에서 유독 남조류가 발생했다는 예도 있어 상수도를 통한 인체에의 영향이 우려된다.”
낙동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박 교수의 우려가 끔직한 결말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들이 과학을 부정하는 까닭
녹조 문제는 낙동강 8개 보의 수문만 열어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데도 토착왜구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4대강사업 이전에도 물 부족 없이 농사를 지어온 일부 농민들도 보의 수문을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녹조물 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수문을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낙동강의 녹조물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수문 개방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면 된다. 하지만 달성군 등 토착왜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수위가 내려갈 경우를 대비해 양수펌프를 개선하고 농업용수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정부 예산 투입 방침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수문을 개방하려는 현 정부의 조치가 과거 정권의 업적을 부정하려는 정략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가 정략적일까?
박 교수의 주장처럼 수문을 열어 강물의 지체시간을 줄이면 녹조가 사라질 것이라는 과학을 인정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22조 원의 예산을 들인 4대강사업의 민낯이 드러나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학의 눈으로 4대강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강의 재자연화는 물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낙동강 취재팀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출처 ‘독극물’ 함유된 물로 농사... “낙동강 이대로 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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