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은 빚놀이”라는 황교안 대표의 국민 속이기 놀이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9-11-17 16:57:49 | 수정 : 2019-11-17 16:57:49
토착왜구당 황교안 대표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14일 황교안 대표는 “513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하고, 그 중 60조 원은 적자부채, 국채를 발행해서 하겠다고 한다. 빚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빚을 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가 되는 곳에 뿌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열을 올렸다. 그는 이어 “국민 세금을 이용한 부도덕한 매표행위”라거나, “국가부도의 지름길” 같은 험악한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 말의 진위를 따지기 전에 제1야당 대표의 한심한 국어 실력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빚놀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돈놀이’라고 써야 맞다. 그런데 정치를 하다보면 비속어를 쓸 수도 있고, 사투리를 쓸 수도 있는 법이니 이건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빚놀이, 혹은 돈놀이가 ‘남에게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일’이라는 뜻이라는 점이다. 즉 빚놀이는 고리대금업자나 사채업자들이 하는 짓처럼 돈을 ‘빌려주고(빌리는 게 아니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뜻한다.
그런데 내년 정부의 슈퍼예산은 국채 등을 발행해 돈을 ‘빌려서(빌려주는 게 아니고!)’ 마련하는 것이다.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이처럼 ‘빌리다’와 ‘빌려주다’를 헛갈리면 말의 뜻이 거꾸로 전달된다.
이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했으니 황교안 대표도 뭘 잘 못 말했는지 대충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영어로 borrow(빌리다)와 lend(빌려주다)가 다른 뜻이라는 것도 참고하시라. 그래도 이해가 안 가면 국어사전에 나온 예문 “그는 돈놀이로 먹고사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열 번 정도 읽어보시고.
경제학 역사를 보면 보수와 진보는 늘 “정부가 돈을 더 써야 하느냐, 덜 써야 하느냐”로 싸웠다. 보수는 “정부는 씀씀이를 줄이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라”라고 주장했고, 진보는 “정부가 씀씀이를 늘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부가 빚을 더 내 돈을 써야 하느냐’의 논쟁은 일종의 경제 철학적 대립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보수든 진보든 정부가 빚을 내 돈을 더 쓰는 일에 공감하는 시점이 있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됐을 때, 즉 ①경기가 부진한데 ②정부가 빚을 낼 여력이 충분할 때가 바로 그 시기다.
보수 쪽에서는 당연히 ‘지금이 그때라고 어떻게 장담하나?’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권위 있는 제3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새 수장에 오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신임 IMF 총재 정도면 충분히 권위 있는 제3자일 것이다. 게다가 IMF는 진보가 아니라 보수 쪽에 훨씬 가까운 기구이니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제3자로 지목한다면 보수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난달 9일 취임 연설에서 한국과 독일, 네덜란드 세 나라를 콕 집어 “세 나라의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국제 경기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면서 “한국, 독일, 네덜란드 등 3개국처럼 재정에 여유 있는 국가들이 재정 화력을 배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목한 세 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들이다. 독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66%, 네덜란드는 59% 선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들보다도 낮은 40% 선에 머무르고 있다.
90%를 넘긴 영국이나 100%를 오르내리는 미국, 110%를 넘긴 프랑스는 물론이고 200%를 훌쩍 넘긴 일본에 비해서도 한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작아도 너무 작다. IMF 총재가 왜 한국을 콕 집어 “제발 정부가 빚을 좀 더 내서 돈을 더 써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정부는 통상적으로 경기가 안 좋으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으면 빚을 갚아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 이게 경제학의 상식이다.
보수가 그토록 좋아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6000조 원 정도였던 미국의 국가부채는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1경 1000조 원으로 갑절 가까이 껑충 뛰었다. 헛갈릴까봐 이야기하자면 부시는 너희 편이다.
그리고 그 국가부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1경 6000조 원을 돌파했다. “그건 오바마가 진보니까 그렇지”라고 열 내지 마시라.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 미국 정부의 부채는 2경 2000조 원을 넘어섰다.
내년 한국 정부 예산은 올해에 비해 9.3%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오히려 빚을 더 내서, 돈을 더 쓰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빚놀이 타령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황교안 대표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그가 빚놀이라는 엉터리 단어까지 써가며 이 문제에 열을 내는 이유는 명백하다. 국민들은 은연중에 ‘빚은 나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빚을 늘린다고 하면 국민들은 “그 이자를 내가 낸 세금으로 물텐데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거야?”라며 화부터 버럭 낸다.
정치의 임무는 국민들의 이런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건, 국민들의 오해를 이용해 선동으로 표를 끌어 모을 생각부터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매우 비열한 국민 속이기 놀이에 해당한다.
출처 “내년 예산은 빚놀이”라는 황교안 대표의 국민 속이기 놀이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9-11-17 16:57:49 | 수정 : 2019-11-17 16:57:49
토착왜구당 황교안 대표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14일 황교안 대표는 “513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하고, 그 중 60조 원은 적자부채, 국채를 발행해서 하겠다고 한다. 빚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빚을 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가 되는 곳에 뿌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열을 올렸다. 그는 이어 “국민 세금을 이용한 부도덕한 매표행위”라거나, “국가부도의 지름길” 같은 험악한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 말의 진위를 따지기 전에 제1야당 대표의 한심한 국어 실력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빚놀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돈놀이’라고 써야 맞다. 그런데 정치를 하다보면 비속어를 쓸 수도 있고, 사투리를 쓸 수도 있는 법이니 이건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빚놀이, 혹은 돈놀이가 ‘남에게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일’이라는 뜻이라는 점이다. 즉 빚놀이는 고리대금업자나 사채업자들이 하는 짓처럼 돈을 ‘빌려주고(빌리는 게 아니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뜻한다.
그런데 내년 정부의 슈퍼예산은 국채 등을 발행해 돈을 ‘빌려서(빌려주는 게 아니고!)’ 마련하는 것이다.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이처럼 ‘빌리다’와 ‘빌려주다’를 헛갈리면 말의 뜻이 거꾸로 전달된다.
이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했으니 황교안 대표도 뭘 잘 못 말했는지 대충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영어로 borrow(빌리다)와 lend(빌려주다)가 다른 뜻이라는 것도 참고하시라. 그래도 이해가 안 가면 국어사전에 나온 예문 “그는 돈놀이로 먹고사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열 번 정도 읽어보시고.
그 당이 하도 종북종북 거리는 당이니 하나만 더 이야기한다. 빚놀이는 돈놀이라는 표준어의 북한식 표현이기도 하다. 공당의 대표가 멀쩡한 한국말 놔두고 북한말을 사용하다니! 황교안 동무, 사상성이 좀 의심스럽습네다?
IMF의 조언도 듣지 못했나?
경제학 역사를 보면 보수와 진보는 늘 “정부가 돈을 더 써야 하느냐, 덜 써야 하느냐”로 싸웠다. 보수는 “정부는 씀씀이를 줄이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라”라고 주장했고, 진보는 “정부가 씀씀이를 늘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부가 빚을 더 내 돈을 써야 하느냐’의 논쟁은 일종의 경제 철학적 대립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보수든 진보든 정부가 빚을 내 돈을 더 쓰는 일에 공감하는 시점이 있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됐을 때, 즉 ①경기가 부진한데 ②정부가 빚을 낼 여력이 충분할 때가 바로 그 시기다.
▲ 토착왜구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쇄신 총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보수 쪽에서는 당연히 ‘지금이 그때라고 어떻게 장담하나?’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권위 있는 제3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새 수장에 오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신임 IMF 총재 정도면 충분히 권위 있는 제3자일 것이다. 게다가 IMF는 진보가 아니라 보수 쪽에 훨씬 가까운 기구이니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제3자로 지목한다면 보수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난달 9일 취임 연설에서 한국과 독일, 네덜란드 세 나라를 콕 집어 “세 나라의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국제 경기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면서 “한국, 독일, 네덜란드 등 3개국처럼 재정에 여유 있는 국가들이 재정 화력을 배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목한 세 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들이다. 독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66%, 네덜란드는 59% 선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들보다도 낮은 40% 선에 머무르고 있다.
90%를 넘긴 영국이나 100%를 오르내리는 미국, 110%를 넘긴 프랑스는 물론이고 200%를 훌쩍 넘긴 일본에 비해서도 한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작아도 너무 작다. IMF 총재가 왜 한국을 콕 집어 “제발 정부가 빚을 좀 더 내서 돈을 더 써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열한 국민 속이기 놀이
그래서 정부는 통상적으로 경기가 안 좋으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으면 빚을 갚아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 이게 경제학의 상식이다.
보수가 그토록 좋아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6000조 원 정도였던 미국의 국가부채는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1경 1000조 원으로 갑절 가까이 껑충 뛰었다. 헛갈릴까봐 이야기하자면 부시는 너희 편이다.
그리고 그 국가부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1경 6000조 원을 돌파했다. “그건 오바마가 진보니까 그렇지”라고 열 내지 마시라.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 미국 정부의 부채는 2경 2000조 원을 넘어섰다.
내년 한국 정부 예산은 올해에 비해 9.3%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오히려 빚을 더 내서, 돈을 더 쓰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빚놀이 타령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황교안 대표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그가 빚놀이라는 엉터리 단어까지 써가며 이 문제에 열을 내는 이유는 명백하다. 국민들은 은연중에 ‘빚은 나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빚을 늘린다고 하면 국민들은 “그 이자를 내가 낸 세금으로 물텐데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거야?”라며 화부터 버럭 낸다.
정치의 임무는 국민들의 이런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건, 국민들의 오해를 이용해 선동으로 표를 끌어 모을 생각부터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매우 비열한 국민 속이기 놀이에 해당한다.
출처 “내년 예산은 빚놀이”라는 황교안 대표의 국민 속이기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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