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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언론에서 사라진 ‘삼성준법감시위’ 비판 성명

언론에서 사라진 ‘삼성준법감시위’ 비판 성명
의원·시민단체 ‘삼성준법감시위’ 비판 성명 외면
삼성 인사는 ‘혁신’으로 대대적 보도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1.22 15:20:55 | 수정 : 2020.01.22 15:29:08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국회의원들이 성명을 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를 비판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이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오늘(22일) 경향신문 10면에 실린 기사 <“삼성 준법감시위로 총수 구명, 또 다른 사법농단·법경 유착”> 가운데 일부입니다.

여야 국회의원 43명과 시민·노동단체들이 어제(21일) 공동성명을 내어 ‘삼성준법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비판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여야 정치권·시민단체의 ‘삼성준법감시위’ 비판 … 언론에서 사라졌다

이들은 “이재용의 범죄에 대한 양형 심리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결코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재판부가 감시위를 명분으로 이 부회장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농단과 ‘법경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성명은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시민사회진영에서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여야를 포함한 43명의 의원이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용진·표창원·우원식 의원 등 34명이 성명에 참여했고,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비롯해 의원 6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공동성명에 동참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2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설민수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는 지난 17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준법감시위원회의 실제 효과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의미를 가졌으면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 부장판사인 정준영 판사를 겨냥한 글입니다.

이들이 성명이나 글을 통해 비판하는 지점은 비슷합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평가해 이재용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이른바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아직 정식으로 출범도 하지 않은 ‘삼성준법감시위’ 활동을 재판부가 점검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입니다.

최소 수년 간 이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삼성 지배구조 개선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효성을 점검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양형에 반영한다면 최소한 이해라도 갈 텐데 대체 재판부는 ‘어떤 활동’을 보고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걸까요. 법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상식적인 측면에서도 재판부 방침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삼성준법감시위’ 비판 밀어낸 기성 언론, ‘삼성 인사혁신’은 대대적으로 보도

문제는 이런 물음표를 던져야 할 언론 지면에서 ‘삼성준법감시위 비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여야 의원 43명이 ‘삼성준법감시위’와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를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에 참여했지만 오늘(22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에서 이를 지면에 소개한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뿐입니다. 다른 언론은 공동성명 자체를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럼 기성 언론이 주목한 뉴스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삼성의 대대적인 인사혁신’입니다. ‘세대교체’, ‘젊은 뉴리더’, ‘성과로 발탁’과 같은 호평 기사들이 지면에 넘쳐납니다.

‘삼성준법감시위 비판’을 외면한 언론이 주목한 ‘삼성 인사혁신’ 기사 – 제목만 한번 살펴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 금융계열사 50대 사장 시대 ‘활짝’… 생명 출신 재무통 약진> (국민일보 19면)
<나이보다 능력… 삼성전자, 70년생 부사장에 39세 외국인 전무도> (국민일보 19면)
<1970년생 부사장-81년생 외국인 전무… 젊은 뉴리더로 혁신가속> (동아일보 B4면)
<삼성 금융계열 5곳 수장 50대로 교체… 전자는 성과 원칙 ‘발탁’> (서울신문 22면)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자 7명이 50대 초반… “안정 속 변화 추구·젊은 피 발탁”> (세계일보 16면)
<1986년 입사도 나란히, 2020년 대표도 나란히> (조선일보 B4면)
<아바타 만든 30대 외국인, 삼성전자 최연소 전무> (조선일보 B4면)
<삼성 금융 사장단 전원 50대 체제로> (중앙일보 E4면)
<실적엔 ‘별’ 달아준다…삼성전자 162명 임원승진> (중앙일보 E4면)
<최연소 부사장ㆍ천재 과학자… 삼성전자, 젊은 리더로 채웠다> (한국일보 18면)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생명 전영묵·자산운용 심종극·카드 김대환> (한국일보 18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요 일간지들의 ‘삼성 인사’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입니다.

“연령과 연차, 국적의 경계를 지운 발탁 인사를 대폭 확대해 ‘성과주의’ 원칙과 ‘세대교체’ 흐름을 뚜렷이 보여 줬다”(서울신문) “능력이 있으면 나이, 성별, 국적을 뛰어넘어 책임을 맡기는 성과주의 추세가 눈에 띄었다”(동아일보) “앞서 진행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에서도 ‘세대교체’ 흐름을 강화하는 한편 성과주의 원칙 역시 확고히 했다는 분석이다”(한국일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평가 내용도 비슷합니다.

물론 이번에 단행된 인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고 평가해줄 대목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석과 평가가 왜 ‘삼성에 호의적인 사안’에만 집중되는 걸까요.

정작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한 ‘삼성준법감시위’ 활동의 실효성과 양형 반영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상당수 언론이 ‘모른 척’으로 일관합니다. 선고 전이지만 제가 보기에 ‘이재용 파기 환송심’ 재판부와 상당수 언론이 이미 삼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출처  언론에서 사라진 ‘삼성준법감시위’ 비판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