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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과세, ‘정치적 의지’가 문제다

부자 과세, ‘정치적 의지’가 문제다
[민중의소리] 정혜연 기자 | 발행 : 2020-03-06 17:56:13 | 수정 : 2020-03-06 18:34:00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부유세’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왼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 워런은 경선에서 최근 중도 하차했다. ⓒAP/뉴시스

편집자 주 / 부의 불평등 문제는 미국 대선을 관통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진보파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최근 중도 하차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유세’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이들에게 자문을 제공한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원문은 The Only Thing Stopping Us From Taxing the Rich Is Political Will에서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조세정책 논쟁에서 진정한 진보적 비전을 내놓지 못한 채 공화당에 밀려 왔다. 그 결과 불공정한 조세제도로 인해 미국은 금권 정치 국가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학자 이매뉴엘 새즈와 가브리엘 주크만이 신간 ‘불의의 승리’(The Triumph of Injustice)에서 제기한 주장이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50%가 차지하는 국민소득 비중의 거의 2배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의 세율은 하위 50%보다 낮다. 또한 이들 최고부자들은 그 정도의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 2018년에 대부분의 소득계층은 세금의 10% 정도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의 세금체납율은 25%에 달했다. 게다가 2018년에는 현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에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됐다.

이런 현실 때문에 민주당의 진보파 사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부유세를 부과할 것인가가 주된 경쟁 이슈 중 하나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엘리자베스 워런의 캠페인을 규정짓는 첫 정책은 5,000만 달러(약 562억 원) 이상의 자산가에게 2%, 10억 달러(약 1조 1,230억 원) 이상의 자산가에게 3%의 부유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워런은 지난해 1월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극도로 부유한 자들의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조세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도 같은해 9월에 부유세 정책을 발표했다. 샌더스는 워런보다 한 발짝 더 나가 자산 3,200만 달러 이상의 부자부터 세율 1%를 적용, 100억 달러의 부자에게는 최대 8%까지의 부유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이에 워런은 그해 11월 전국민건강보험(Medicare for All)을 발표하며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에게 매길 부유세를 이전 공약의 2배인 6%로 높이겠다고 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세금을 부과하는 항목에 자산을 추가하는 것은 1913년 소득세를 도입했을 때만큼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평했다.

부유세 논쟁의 한가운데에는 워런과 샌더스의 조세정책에 자문을 제공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새즈와 주크만이 있다.

이들의 새 책은 미국의 미래를 위한 명확한 제안을 보여주고자 한다. 역사적 유사 사례를 통해 미국 조세제도의 불변성을 뒷받침하는 많은 가정에 이의를 제기한다. 새즈와 주크먼은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지난달 주크만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는 그의 신간과 2020년 대선 후보들의 조세정책, 그리고 금권 정치 국가인 미국의 변화가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질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조세제도가 누진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책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여러 소득계층에게 일정한 세율을 부과하다가 부자들에게는 역진적으로 더 낮은 세율을 부과한다고 말이다. 당신과 새즈는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는가?

답변 우리는 미국 조세 수입의 전부를 분석했다. 그러니까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각 시와 지역에서 거둬들이는 세금 전부를 분석한 것이다. 그 액수는 미국 국민소득의 28%에 달했다.

우리는 대부분의 소득계층이 소득의 약 28%를 세금으로 납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노동자계급은 25% 정도로 조금 덜 내고 중산층이 28%로 조금 더 내며 중상류층은 그보다 조금 더 내기는 하지만 그것은 큰 차이가 아니다.

그런데 최상류층으로 가면 갑자기 차이가 생긴다. 억만장자들이나 미국의 최고 부자 400명을 보면 소득세율이 23%로 급락한다. 쉽게 말해 이들의 소득세율이 다른 어떤 소득계층보다도 낮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의 소득세율이 대체로 일정하다가 최상류층에서 역진적으로 낮아진다고 하는 것이다.

질문 미국의 조세제도를 연구한 다른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주로 어디서 기인하는가?

답변 가장 큰 차이는 우리가 연방정부의 세금뿐만 아니라 모든 세금을 계산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연방세는 주세나 도시세보다 더 누진적이다. 반면 주나 도시들은 굉장히 역진적인 소비세나 판매세, 그리고 특별소비세에 많이 의존한다.

또 다른 차이는 미국의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이나 의회의 조세공동위원회(Congressional Joint Committee on Taxation)와 같은 정부 조직들이 상위 1%를 따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조직들은 최상위층에서 세금이 역진적이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다. 조세제도가 역진적이 되는 것을 보려면 최상위층을 봐야 한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를 물어볼 수도 있다. 미국의 최고 부자 400명에게 왜 신경을 써야 하는지 말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미국 자산의 상당 부분, 정확하게는 3.5%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현재 얼마만큼의 세금을 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질문 당신이 새 책에서 제안하는 대안적인 조세제도와 그것이 왜 진정 누진적인지 간략히 설명해 달라.

답변 우리의 대안은 몇 가지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법인세를 고치는 것이다. 지금처럼 법인세가 21%로 낮으면 누진적 소득세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법인세와 최고층의 소득세 간의 격차가 너무 크면 부자들이 법인을 만들어 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 누진적 소득세를 회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안의 핵심 부분 중 하나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업들의 탈세를 막음으로써 법인세를 인상하자고 제안한다. 현재는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거나 케이맨 제도처럼 법인세가 아예 없는 조세피난처에서 수익이 창출되도록 해서 미국의 법인세를 회피한다.

우리의 대안은 외국에서 발생한 기업의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이 2%의 세금을 부과하는 아일랜드에서 이익을 보고 미국의 법인세가 35%라면, 미국이 그 기업의 이익에 33%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에게는 해외에서 수익을 낼 동기가 사라지고 조세피난처에서는 애초에 낮은 법인세를 부과할 동기가 없어진다.

법인세를 고치고 나면, 그때는 더 누진적인 소득세를 추진할 수 있다. 우리는 상위 1%에게 최고 60%의 소득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질문 여기에 부유세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부유세가 당신들의 대안에서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답변 아주 부유한 사람들 중 일부가 세금 부과 대상 소득이 적거나 이를 축소 신고할 때가 있기 때문에 부유세는 꼭 필요하다.

워렌 버핏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버핏은 현재 80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있고 실제적인 경제 소득은 자산의 약 6%, 그러니까 50억 달러 정도이다. 하지만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그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세금이 부과되는 소득을 최소화한다.

버핏같은 사람들은 매년 주식의 일부를 매각해 거기에서 1천만 달러나 2천만 달러의 수익을 내고 거기에 대한 세금을 조금 낸다. 그러니 최고 소득세율을 90%로 인상한다 하더라도 버핏 같은 사람들이 내야 하는 세금 액수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부유세가 필요한 이유다.

질문 당신이 제안하는 조세정책과 전국민건강보험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답변 현재의 건강보험은 굉장히 불평등하게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고용인이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경우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소득과 무관하다. 비서나 임원이나 내는 보험료가 똑같다.

그리고 그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서 헬스케어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오늘날 직장가입자의 연간 평균 보험료는 약 1만 3,000 달러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사실상 사적 인두세를 내고 있는 셈인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의 세금 정책은 그 불평등을 해소해 사적 인두세를 소득에 따른 세금으로 대체하고 있다. 사적인 건강보험료를 소득세로 대체한다면 중산층은 30년 만에 가장 큰 임금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제안은 이렇다. 현재는 50명 이상의 정규직을 고용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고용주가 의료보험을 제공해줘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의 연간 보험료가 1만 3,000 달러에 이른다. 우리는 이 1만 3,000 달러를 임금에 보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소득세를 내면 된다는 것이다. 소득세가 인상되기는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내야 할 추가적인 소득세가 임금 인상분보다 적을 것이다.

질문 대권에 도전한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의 조세정책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당신의 제안과 어떻게 다른가?

답변 부유세와 관련해서는 현재 모두 비슷하다. 워런은 원래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가에서 2%,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3%의 부유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매길 부유세를 6%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샌더스는 3,200만 달러 이상의 자산가부터 부유세를 부과하기 시작하고 100억 달러 이상의 부자에게는 최대 8%의 부유세를 받겠다고 했다.

워런의 법인세안은 우리가 신간에서 제안했던 것과 같다. 하지만 전국민건강보험의 재원 마련에 관한 우리의 제안은 아직 별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질문 새로운 소득세로 전 국민 건강보험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답변 그렇다. 우리는 임금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 등 온갖 종류의 소득에 매겨지는 광범위한 소득세를 제안한다.

워런의 계획은 고용인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세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사적인 인두세를 공적인 인두세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전국민건강보험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워런이 다른 분야에서는 매우 누진적인 세금정책을 주장해 전반적으로 조세제도를 훨씬 개선시키겠지만, 건강보험 재원 마련의 불평등성을 크게 고치지는 못할 것이다.

급여세와 소득세를 활용하겠다는 샌더스의 건강보험 재원 마련 공약은 좀 더 누진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W-2 문서에 기재되는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 실시 첫 해에 바로 영구적인 임금인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아직 없다.

그런데 우리는 전국민건강보험의 성공에는 그것이 핵심적이라고 생각한다. 유권자에게 무엇을 얻게 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매우 가시적인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질문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료보험료로 공제된 돈을 사람들이 세금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답변 그렇다. 현재는 월급 액수에 상관없이 노동자 1인당 평균 1만 3,000 달러가 의료보험회사에게 가고 있다.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노동자가 1만 3,000 달러를 의료보험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층과 중간임금층은 그것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그리고 아주 부유한 사람들은 그보다 많은 액수를 의료보험료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의 상위 5%는 세후 소득이 줄겠지만 하위 95%는 실제로 집에 가져가는 돈이 상당히 늘 것이다.

질문 다른 얘기를 해 보자. 이번 책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세무사에게 수백만 달러를 쓸 수 있는 최고 부자들이 세금회피와 탈세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어쩌다가 세금회피가 일상화됐고 정책을 통해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듣고 싶다.

답변 세금회피와 탈세, 그리고 국제조세경쟁을 용납하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다. 역사적으로 그 전환점이 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레이건이 “정부가 우리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가 문제다”라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 납세를 피하려는 자들을 돕는 업종을 정당화시켰다.

레이건 이전에는 세금회피와 탈세 서비스 업계가 멸시받았다. 누진세를 추진하려는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세금회피 업계를 규제할 수 있다. 지금은 그 업계가 수요로 인해 살아남고 있다. 돈이 많으면 자산 관리사들이 연락을 해서 자기네 서비스를 판매하려 한다. 공급을 줄이면, 세금회피 업계의 서비스 공급을 규제하면 세금회피를 급격히 줄일 수 있다.

질문 당신은 소득세를 단순히 국가수입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려는 탄소배출세와 마찬가지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레이건 시대 이래로 자리잡은 표준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오늘날 이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가?

답변 사실 이것은 매우 미국적인 아이디어다. 우리 책에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에서 “세후 소득이 (오늘날의 100만 달러에 해당하는) 2만 5,000달러를 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2만 5,000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100%의 소득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던 1942년의 유명한 의회 연설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서 100%의 소득세는 국가수입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세전 수입의 집중을 완화하려는 목표를 가진 것이 명백했다.

미국 의회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100%에 꽤 가까운 94%의 최고 소득세 부과에 합의했다. 그 이후 최고 소득세는 수십 년 동안 90%대로 유지됐다.

그 정책의 목표는 소득과 부의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조세제도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나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그 자체로 나쁘다는 것은 미국에서 뿌리 깊은 생각이었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미국이 굉장히 불평등한 18세기의 유럽 귀족사회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불평등을 규제하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극도로 누진적인 소득세율을 최고 소득층에게 부과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번 책을 통해 미국 국민이 이런 전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일조하려 했다. 우리는 “이게 바로 우리의 역사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질문 정계에서 조세정책을 이런 방식으로 다시 접근하려는 기미가 보이는가?

답변 그렇다. 부유세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5,0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이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것에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압도적인 과반의 유권자가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 부유세가 어디에 쓰일지 밝히지 않더라도 최고 부유층의 세금을 늘리고 보다 누진적인 조세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게 새로운 추세는 아니다. 최소한 1990년대부터 여론 조사 결과가 꾸준히 그렇게 나왔다. 사람들에게 “부자들이 세금을 충분히 내는가?”라고 물어보면 미국 국민의 과반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기업들이 세금을 충분히 내는가?”라고 물어보면 유권자의 과반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렇기 때문에 놀라운 점은 누진적 세금제도에 대한 요구, 그리고 명백하게 부자 감세를 추진해 온 공화당뿐만 아니라 진정한 누진적 조세정책을 추진하기를 꺼려해 온 민주당의 정책 간의 엄청난 간극이다.

우리는 현재 유권자의 뜻에 한 발 더 다가서고자 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더 누진적인 세금제도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뜻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질문 이번 책을 읽기 전에는 경제적 효과 없이 조세 이익만을 취하고자 하는 모든 경제행위가 불법이라는 '경제적 실질 판단 이론'에 대해 몰랐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신이 “똑똑해서” 조세 회피를 한다고 자랑하면서 박수갈채를 받는 부유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조세제도를 바꾸는 것이 백서나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답변 맞는 얘기다. '경제적 실질'이라는 개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탈세 외의 어떠한 경제적 효과 없이 이뤄지는 거래가 무척 많다. 일례로 사람들이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 버뮤다에 유령회사를 세워 거기에서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를 하고 있다. 2년 전 버뮤다에서 약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했던 구글처럼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용인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의지가 있었다면 법원을 통해 이를 문제삼을 수 있다.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우는 행위에는 어떤 ‘경제적 실질’도 없다. 이런 경제적 행위의 유일한 목표는 조세회피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제적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실질 판단 이론을 적용하지 않거나 선별적으로만 적용하겠다는 의식적인 선택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굉장히 빨리 바뀔 수 있다. 정치가 바뀌고 이데올로기가 달라지면 누진적 조세제도를 수립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출처  부자 과세, ‘정치적 의지’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