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괴담, 말은 행동의 산맥을 넘지 못한다
[민중의소리] 오영중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 발행 : 2020-03-07 10:36:46 | 수정 : 2020-03-07 10:36:46
‘ㅈ’일보는 3월 5일 자로 ‘中에 마스크 퍼준 뒤 혹독한 대가..韓·日·伊·이란의 후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한국 민관이 합동해서 중국에 보낸 마스크가 약 300만 장,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라고 소개했다. 하루 국내 생산량이 약 1,200만 장이다. 하루 생산량의 4분의 1 정도다. 이렇게 중국에 보낸 300만 장 때문에 국민이 마스크 줄서기를 하는 것일까.
지방에 분포한 영세업체의 제조수량의 절대적 한계, 중요부품 해외조달, 중간상인의 매점매석행위가 사태의 본질이다. 대구·경북에 우선 배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스크 대란이라는 제목으로 정부를 연일 공격하던 어느 일간신문은 ‘자동이체 구독자에게 마스크 제공’이라는 ‘공포 끼워팔기’를 했다. 구독자 모집에는 수단과 방법이 따로 없다. 이 극단적 모순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제1야당 대표는 ‘중국봉쇄’를 줄기차게 외쳤지만, 정작 신천지 종교집단에 대해서는 약 한 달간 침묵했다. 중국인(교포)이 많이 사는 대림동, 안산시에는 확진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천지 종교집단으로 인한 대구·경북의 피해는 심각 그 자체다. 예방의학적 용어로서 ‘대구봉쇄’는 ‘정치 군사’적 용어로 왜곡되었다. 잘못 해석된 용어는 지역감정까지 부추겼다.
제1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정부예산을 코로나 대응에 투입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적도 있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은 외출과 모임을 취소했다. 그리운 손주를 보기 위해 샀던 기차표를 취소했다. 시민 모두가 스스로 방역에 참여하고 자기를 봉쇄했다. 정치인은 시민의 능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보수언론과 야당의 말이 향하는 방향은 어디일까. 날개 없는 말은 허공에 흩어질 뿐이다. 허공에 말을 뱉은 자는 다시 주워 담지 않는다. 단지 말로써 상대 약점을 찌를 뿐이다. 말의 성찬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고민이 없다. 이기고 싶은 욕망의 배설만 난무한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현직 대통령에게 쌍욕에 가까운 칼럼과 사설을 게재하는 언론사가 있다. 독자층은 두껍다. ‘강경화 외무장관이 영국 외무장관으로부터 면담을 거절당했다’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얼마나 뒤 가짜뉴스임이 밝혀졌지만, 사과나 정정보도는 확인할 길이 없다.
진실 확인을 외면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던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국격에 먹칠하는 가짜뉴스를 대서특필할 때인가. 독자층 결집과 판매 부수 확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앞서고 있다.
그들은 ‘중국봉쇄 거부, 마스크 300만 장 지원’으로 ‘중국 대통령’ 프레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 대통령은 SNS를 타고 전국에 배달되었다. 마스크 구하기 힘든 이들의 분노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어떤 욕설보다 쾌감을 준다. 그렇게 말은 개념으로 굳어지고, 사용자는 늘어갔다.
말이 진실을 다 가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말은 본질을 보여준다. 말의 목적과 방향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국의 위기 대응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유력 외신기사가 많다. 방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한다. 방역은 의료전문가와 정치적 결단이 신속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방역은 불완전한 국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불가능한 최선을 포기하고, 실현 가능한 차선에 집중한다. 현재의 대응은 국외 선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바람 앞의 등불이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철저히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2개의 거대권력. 공포를 장사하는 이들의 단일한 목표는 무엇일까. 아마도 여소야대와 정권교체일 것이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는 아쉽게도 국민은 없어 보인다. 수많은 개혁의 시도는 멈출 것이다. 권력이 바뀌면 검찰개혁의 물길은 바뀐다. 공수처는 출범도 못 하고 잊혀진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원위치 된다. 현 정부에 불리한 프레임을 확대재생산 하는 일이 현재만큼 좋을 때가 있을까. 물들어 올 때 노를 젓는 셈이다.
하지만 야비한 말들의 성찬에 흔들지 않고 행동하는 시민이 있다. 묵묵히 대구로 향하는 신참 ‘국군간호장교’만이 아니다.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뒷전으로 한 채 확진자 치료와 검사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의료진이 있다. 그중에는 임산부나 영·유아를 키워야 하는 의료진도 많다. 의료진은 현장에서 생명을 걸고 코로나를 막고 있다.
지금은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다. 놀고먹는 국회의원 세비를 반환받자. 반환받은 국민의 혈세를 대구·경북으로 보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뒤로하고 연일 공포 장사에 몰두하는 거대권력에 맞서야 한다.
마스크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정부에게 왜 책임이 없겠는가. 마스크를 어떻게 생산,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결단이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다. 보수언론과 정치인의 공포 장사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훼손하고 방역을 방해할 뿐이다.
말은 거대한 ‘행동의 산맥’을 넘지 못한다. 강고하게 형성되는 ‘시민 정신’을 넘지 못한다. 이름 모를 수만의 의료인들이 거대한 행동의 산맥을 만들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 시민들은 스스로 고통을 견디고 자기 봉쇄를 하고 있다. 세 치 혀로 공포를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심판의 날’이 오기를.
출처 [오영중 칼럼] 코로나 괴담, 말은 행동의 산맥을 넘지 못한다
[민중의소리] 오영중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 발행 : 2020-03-07 10:36:46 | 수정 : 2020-03-07 10:36:46
‘ㅈ’일보는 3월 5일 자로 ‘中에 마스크 퍼준 뒤 혹독한 대가..韓·日·伊·이란의 후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한국 민관이 합동해서 중국에 보낸 마스크가 약 300만 장,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라고 소개했다. 하루 국내 생산량이 약 1,200만 장이다. 하루 생산량의 4분의 1 정도다. 이렇게 중국에 보낸 300만 장 때문에 국민이 마스크 줄서기를 하는 것일까.
지방에 분포한 영세업체의 제조수량의 절대적 한계, 중요부품 해외조달, 중간상인의 매점매석행위가 사태의 본질이다. 대구·경북에 우선 배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스크 대란이라는 제목으로 정부를 연일 공격하던 어느 일간신문은 ‘자동이체 구독자에게 마스크 제공’이라는 ‘공포 끼워팔기’를 했다. 구독자 모집에는 수단과 방법이 따로 없다. 이 극단적 모순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제1야당 대표는 ‘중국봉쇄’를 줄기차게 외쳤지만, 정작 신천지 종교집단에 대해서는 약 한 달간 침묵했다. 중국인(교포)이 많이 사는 대림동, 안산시에는 확진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천지 종교집단으로 인한 대구·경북의 피해는 심각 그 자체다. 예방의학적 용어로서 ‘대구봉쇄’는 ‘정치 군사’적 용어로 왜곡되었다. 잘못 해석된 용어는 지역감정까지 부추겼다.
제1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정부예산을 코로나 대응에 투입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적도 있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은 외출과 모임을 취소했다. 그리운 손주를 보기 위해 샀던 기차표를 취소했다. 시민 모두가 스스로 방역에 참여하고 자기를 봉쇄했다. 정치인은 시민의 능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황교활 미통닭 대표는 4일 직접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섰다고 밝히며 "서럽다"라고 했다. ⓒ제공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페이스북
‘대구봉쇄’, ‘중국대통령’
왜곡된 프레임으로 국가재난에 공포 팔이 하는 보수언론과 제1야당
왜곡된 프레임으로 국가재난에 공포 팔이 하는 보수언론과 제1야당
보수언론과 야당의 말이 향하는 방향은 어디일까. 날개 없는 말은 허공에 흩어질 뿐이다. 허공에 말을 뱉은 자는 다시 주워 담지 않는다. 단지 말로써 상대 약점을 찌를 뿐이다. 말의 성찬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고민이 없다. 이기고 싶은 욕망의 배설만 난무한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현직 대통령에게 쌍욕에 가까운 칼럼과 사설을 게재하는 언론사가 있다. 독자층은 두껍다. ‘강경화 외무장관이 영국 외무장관으로부터 면담을 거절당했다’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얼마나 뒤 가짜뉴스임이 밝혀졌지만, 사과나 정정보도는 확인할 길이 없다.
진실 확인을 외면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던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국격에 먹칠하는 가짜뉴스를 대서특필할 때인가. 독자층 결집과 판매 부수 확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앞서고 있다.
그들은 ‘중국봉쇄 거부, 마스크 300만 장 지원’으로 ‘중국 대통령’ 프레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 대통령은 SNS를 타고 전국에 배달되었다. 마스크 구하기 힘든 이들의 분노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어떤 욕설보다 쾌감을 준다. 그렇게 말은 개념으로 굳어지고, 사용자는 늘어갔다.
말이 진실을 다 가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말은 본질을 보여준다. 말의 목적과 방향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국의 위기 대응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유력 외신기사가 많다. 방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한다. 방역은 의료전문가와 정치적 결단이 신속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방역은 불완전한 국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불가능한 최선을 포기하고, 실현 가능한 차선에 집중한다. 현재의 대응은 국외 선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바람 앞의 등불이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철저히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2개의 거대권력. 공포를 장사하는 이들의 단일한 목표는 무엇일까. 아마도 여소야대와 정권교체일 것이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는 아쉽게도 국민은 없어 보인다. 수많은 개혁의 시도는 멈출 것이다. 권력이 바뀌면 검찰개혁의 물길은 바뀐다. 공수처는 출범도 못 하고 잊혀진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원위치 된다. 현 정부에 불리한 프레임을 확대재생산 하는 일이 현재만큼 좋을 때가 있을까. 물들어 올 때 노를 젓는 셈이다.
대구로 향하는 의료인들, 자기봉쇄 실천하는 시민들
공포의 말은 결코 시민정신을 이길 수 없다
공포의 말은 결코 시민정신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야비한 말들의 성찬에 흔들지 않고 행동하는 시민이 있다. 묵묵히 대구로 향하는 신참 ‘국군간호장교’만이 아니다.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뒷전으로 한 채 확진자 치료와 검사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의료진이 있다. 그중에는 임산부나 영·유아를 키워야 하는 의료진도 많다. 의료진은 현장에서 생명을 걸고 코로나를 막고 있다.
지금은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다. 놀고먹는 국회의원 세비를 반환받자. 반환받은 국민의 혈세를 대구·경북으로 보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뒤로하고 연일 공포 장사에 몰두하는 거대권력에 맞서야 한다.
마스크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정부에게 왜 책임이 없겠는가. 마스크를 어떻게 생산,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결단이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다. 보수언론과 정치인의 공포 장사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훼손하고 방역을 방해할 뿐이다.
말은 거대한 ‘행동의 산맥’을 넘지 못한다. 강고하게 형성되는 ‘시민 정신’을 넘지 못한다. 이름 모를 수만의 의료인들이 거대한 행동의 산맥을 만들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 시민들은 스스로 고통을 견디고 자기 봉쇄를 하고 있다. 세 치 혀로 공포를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심판의 날’이 오기를.
출처 [오영중 칼럼] 코로나 괴담, 말은 행동의 산맥을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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