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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에서 ‘남발’되는 언론자유와 공익보도

언론계에서 ‘남발’되는 언론자유와 공익보도
[신문읽기] ‘교회언론회’가 아니라 국민일보가 공식 입장 밝혀야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11 10:18:50 | 수정 : 2020.05.11 10:41:41


“한국교회언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 보도한 것은 공익적 보도이며 보호받아야 할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오늘(11일) 국민일보 30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교회언론회 “‘이태원 게이 클럽’ 보도는 공익 위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교회언론인회는 △이번 보도는 공익적 차원에서 한 것이며 동성애를 포함한 다중이 모이는 클럽에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며 △방역 당국과 언론기관은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과 발생 위험성이 높은 곳을 공개함으로써 예방과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한국교회언론인회’ 논평 게재한 국민일보

지난 7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게이클럽에 확진자 다녀갔다>라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벌어진 파문 등을 고려했을 때 저는 국민일보가 오늘(11일) 나름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 형태가 사설이든 아니면 별도의 입장문이든 ‘이 정도’ 논란이 벌어졌으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게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민일보는 30면에,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한국교회언론회 논평을 실은 게 전부였습니다.

이 논평을 게재를 통해 국민일보가 이번 파문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지만 저는 ‘이런 우회적인 방식’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토론과 논쟁을 막고 재발방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관심을 기울인 대목은 국민일보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일보 ‘기자들’ 혹은 ‘노조’의 입장은 무엇인가 – 이 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논란이 제기되고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기자들의 입장이 무엇인가가 궁금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지난 4월 28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감염병 보도준칙’ 가이드를 제작·배포했는데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일보 보도는 ‘이 준칙’을 명백히 위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민일보 기자들이라면 ‘이런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민일보 기자협회 지회든 아니면 국민일보 노조든 말이죠. ‘한국교회언론회’ 논평 하나 달랑(?) 싣고 끝낼 일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감염병 보도준칙’에 어긋난 국민일보 기사… 기자들 입장은 무엇인가

기자들 현업단체들이 제작 배포한 ‘감염병 보도준칙’은 전문과 기본원칙, 권고사항, 별첨, 부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문을 보면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데 우리 언론인도 다함께 노력한다”는 대목과 함께 “감염병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뒤 작성하도록 하고, 과도한 보도 경쟁으로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기본원칙 5항’을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도 언급돼 있습니다.

5. 감염인에 대한 취재·보도

가. 불확실한 감염병의 경우, 기자를 매개로 한 전파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감염인을 직접 대면 취재하지 않는다.
나. 감염인은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
다. 감염인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취재·보도에 활용할 경우 본인 동의없이 사용하지 않는다.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국민일보 기자들은 △자사 보도가 ‘이 준칙’을 어겼다고 보는지 △이 같은 보도가 나가는 과정에서 내부에서 어떤 논의과정을 거쳤는지 등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감염병 보도준칙’에는 “감염병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뒤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저는 과연 국민일보가 ‘그런 자문 과정’을 제대로 거쳤는지도 의문입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가 오늘(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성정체성은 (이번 상황과) 무관한 것인데 자꾸 부각되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그렇게)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마스크 미착용 등 행위는 비난해도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건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주 교수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국민일보 기사… 전문가 자문을 제대로 거쳤을까

해당 보도를 한 국민일보 기자와 데스크는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을 몰랐을까요. 저는 몰랐다면 그 자체로 무책임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국민일보 기자들, 내부 구성원들이 ‘조용’하다는 점입니다. 한국교회언론회 논평에 동의한다는 얘기일까요? 아니면 ‘다른 상황’이 있는 걸까요?

저는 이른바 ‘채널A 사태’ 등을 보면서 언론자유가 너무 남발되는 건 아닌가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이번 국민일보 사태’를 보면서도 공익보도라는 단어가 너무 남발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언론자유든 공익보도든 ‘최소한 지켜야 할 윤리와 선’이 있는데 ‘그 기준’을 넘어서면서도 ‘언론자유와 공익보도’를 외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언론계에서 ‘남발’되는 언론자유와 공익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