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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과에 ‘삼성 해고자’ 김용희 “피해자 찾지도 않은 사과 필요 없어”

이재용 사과에 ‘삼성 해고자’ 김용희 “피해자 찾지도 않은 사과 필요 없어”
“무슨 대국민사과냐...자기가 대통령이냐 국무총리냐”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발행 : 2020-05-08 17:09:20 | 수정 : 2020-05-08 17:17:57


▲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에서 고공농성이 300일을 맞은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연대집회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04.04. ⓒ김철수 기자

“평가요? 평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25m 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김용희 씨는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에 대한 질문에 짧게 답했다.

농성 334일째인 8일 김 씨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과는 본인이 잘못해서 성찰해서 느끼고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고 힘 없지만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는 1982년 12월 삼성항공 창원 1공장에 입사해 경남 지역 삼성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해고됐다. 지난해 6월 10일부터 철탑 위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김 씨는 이재용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난 6일 세번째 단식에 돌입했다.

이재용은 사과문을 통해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승계 논란을 더 이상 일으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재용의 사과 이후에도 김 씨가 일하던 회사가 현재 삼성에 속해 있지 않아 해결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김 씨는 이재용의 사과에 대해 “해고통지서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 이 좁은 공간에 놔두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언론 플레이하는 건 기만적이고 대국민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변함없는 삼성 측 입장에 대해 “희망퇴직을 권유한 것도 아니고, 다른 계열사에 전보를 보낸 것도 아니고, 개인의 의사를 묻지도 않았다”고 법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며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0.05.06. ⓒ민중의소리

김 씨는 이재용이 사과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갖기도 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직접 사과 한마디 없이 사과문을 발표한다고 해서 (저의 대한) 내용이 묻어있겠구나 했다. 그런데 김칫국 마신 게 됐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김 씨는 삼성이 사과보다 삼성 그룹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부터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삼성에 의한 피해자들이 명백히 존재하는데, 폭력을 가했으면 치료하고 사과해야 맞지 않느냐”면서 “피해자들은 그대로 놔두고 양형을 이유로 그것도 자기가 썼는지도 알 수 없는 사과는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특히 “시급한 건 삼성생명에서 보험금을 못받는 암환자 문제”라며 자신보다 다른 삼성 피해자들을 위한 회복에 삼성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생명으로부터 암 보험금을 받지 못한 암환자들이 모인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는 지난 1월부터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 2층 고객플라자에서 한달 넘게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암입원보험금 지급에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탓이다.

김 씨는 “제가 (피해 회복이) 늦어도 상관없다”면서 “암환자분들이 꼬박꼬박 납부한 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하잖나. 삼성이 기본적인 것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과문은 안내도 된다. 피해자들 피해 회복하는데 삼성이 노력하면 국민이 말 안해도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무슨 대국민사과냐. 자기가 대통령이냐, 국무총리냐”면서 “대국민사과가 왜 필요하느냐. 불법적인 승계 과정에서 국민연금 손실하게 한 건 사과할 수도 있는데, 나머지 직접 피해자들에게는 직접 와서 사과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이재용이 자신의 자녀에 대해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 밝힌 것에 대해서도 “꼴값을 떨고 있다”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경영승계도 웃긴다. 자기 승계가 완성도 안 됐는데 국민이 관심이나 있느냐”면서 “모든 신문에 1면에 경영승계 안 하겠다고 나갔던데, 세금 내고 정상적으로 물려주면 누가 뭐라하나 관심조차 없다”고 말했다.

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다시 단식을 시작한 김 씨는 건강에 대한 염려를 듣자 “삼성 피해자들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여기서 죽든가, 해결돼서 내려가든가 둘 중에 하나다”라고 힘을 담아 말했다.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에서 고공농성이 300일을 맞은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연대집회 참석자들에게 깃발을 흔들고 있다. 2020.04.04. ⓒ김철수 기자


출처  이재용 사과한 날, 단식 돌입한 ‘삼성 해고자’ 김용희 “피해자 찾지도 않은 사과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