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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첫 재판부터 검찰 ‘직권남용’ 논리 허술함 드러났다

조국 첫 재판부터 검찰 ‘직권남용’ 논리 허술함 드러났다
최종 처분은 靑 민정수석 재량…수사 의뢰는 의무도 아냐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20-05-08 19:47:02 | 수정 : 2020-05-08 19:47:02


▲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5.08. ⓒ김철수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첫 정식재판에서 드러난 건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 적용 논리가 상당히 부실하다는 점이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1회 공판기일에서는 곧바로 유 전 부시장 감찰 과정에 관여한 핵심 인물인 이인걸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반장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고위 공무원의 비위 첩보를 수집하거나 각종 첩보를 토대로 감찰을 벌이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17년 말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감찰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당시 이 전 반장은 유 전 부시장 감찰 관련 내용을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뤄진 증인신문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 전 반장은 특감반원 이모 씨로부터 유 전 부시장의 비위 관련 첩보를 보고받고 감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조 전 장관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 조 전 장관은 감찰을 지시했고, 이 전 반장은 유 전 부시장을 상대로 문답조사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한 조사 등을 진행했다. 추가 조사가 필요했으나, 유 전 부시장이 병가를 내고 잠적하면서 추가 조사가 어려워졌고, 특감반이 강제조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데 따라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원회에서 유 전 부시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추가 조사 없이 사표가 수리되고 최종적으로 수사 의뢰가 되지 않은 부분은 관련 근거 규정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은 데 따라 민정수석의 재량에 속했고, 이 전 반장과 특감반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 특별히 이견이 없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감찰 이후에 유 전 부시장을 수사기관에 이첩하도록 하지 않은 것이 이 전 반장 등 특감반원에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으므로 직권남용이라고 본다. 그래서 검찰은 이 전 반장을 상대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우선 검찰은 “대통령 비서실 직제 7조에 따르면 특감반 업무는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면 해당 수사기관에 이첩한다고 한다. 후속 조치도 특감반이 주체가 돼서 해야 하는 업무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반장은 “그렇게 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공직자 중대비위에 대해 사표만 받고 정리할 규정이 있냐”고 물었고, 이 전 반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 전 반장은 “비위가 인정되는 경우 중에 비위 내용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사표를 받고 종료한 건이 있냐”는 질문에는 “인정된다면 해당기관이나 부처로 이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검찰 신문만 놓고 보면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한 데 이어 수사의뢰 또는 관계기관 이첩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합법적인 절차인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조 전 수석 측 변호인이 “특감반원의 직무와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규정이 있냐”고 묻자 이 전 반장은 “직제규정 이외에는 없다”고 답했다.

특감반이 첩보 내용을 조사해 민정수석실에 보고하고 최종 처분이 내려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 전 반장은 특별한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변호인이 “특감반의 첩보 처리 과정은 특감반장이 보고된 정보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채택한 정보를 반부패비서관에게 보고한 뒤, 반부패비서관이 민정수석에 보고하면 민정수석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단계인데, 이런 절차도 지침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이 전 반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이 전 반장은 “감찰을 종결할 때 민정수석이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뢰 및 관계기관 이첩과 관련한 규정도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수사기관 이첩 여부 등 첩보에 따른 민정수석의 처분 결과를 특감반원이 반드시 전달받도록 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 전 반장은 “민정수석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민정수석실-반부패비서관실-특감반으로 이어지는 고위공직자 감찰 기능이 민정수석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건 맞다. 비위가 어느 정도 확인됐음에도 수사의뢰 등 후속 조치를 민정수석 재량으로 하지 않은 부분도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조 전 장관에게 형사상 책임을 묻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부분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 전 반장은 “비위가 확인됐다고 수사의뢰나 소속기관 이첩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다른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선택해도 규정 위반이 아니지 않느냐”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규정 자체가 없으니 (그렇다)”고 답했다.


출처  조국 첫 재판부터 검찰 ‘직권남용’ 논리 허술함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