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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 재판’ 언론 보도에 변화 생기나

‘조국 전 장관 재판’ 언론 보도에 변화 생기나
[신문읽기] 일방적 단죄에서 ‘양쪽 공방’으로 무게중심 이동…일부 언론은 예외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09 10:13:28 | 수정 : 2020.05.09 10:33:50


<법정에 선 피고인 조국, ‘직권남용’ 전면 부인>

오늘(9일) 국민일보 3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8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첫 재판을 다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상 밖’의 제목이고 ‘예상 밖’의 기사입니다.

검찰 기소단계에서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조국 전 장관’ 정도의 ‘융단 폭격’을 받았으면 첫 재판 기사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오늘(9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의 ‘태도’는 조금 달랐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은 여전히 ‘조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예상 외로 많은 언론이 ‘양쪽 공방’ 중심의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아직 단정적으로 평가할 사안은 아닙니다만 향후 ‘조국 전 장관 재판 보도’에 변화가 생길지 일단 주목하는 태도는 필요해 보입니다.


‘일방적 비난과 매도’로 일관했던 언론들 … 양쪽 공방으로 태도 변화?

물론 여전히 예외적인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오늘(9일)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오늘(9일) 12면에서 <조국 직속부하 이인걸 “曺 수석이 유재수 감찰중단 결정한 걸로 기억”>이라고 뽑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기사 캡처>

조선일보 역시 기사에서 조국 전 장관 측의 입장을 ‘일부 싣긴’ 했지만,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의 ‘조국 전 장관 주장 반박’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제목을 통해 자신들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지금까지 통상 언론 보도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검찰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조 전 장관처럼 ‘무차별 공격’을 당한 사람이라면 첫 재판 기사 역시 조선일보처럼 ‘일방적 주장’을 제목으로 뽑고 ‘단죄하는 듯한’ 보도를 기성 언론들이 많이 했다는 얘기입니다.

재판에 출석하면서 조 전 장관이 “언론에 부탁한다. 검찰 공소사실만을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라. 변호인의 반대신문도 충실히 보도해 달라”고 했던 이유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감찰 무마 혐의' 1차 오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오늘(9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조국 전 장관 재판’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제목만 한번 잠깐 살펴볼까요.

<이인걸 “청, 감찰 중단 압박” 조국 “종결권 행사”> (경향신문 5면)
<법정에 선 피고인 조국, ‘직권남용’ 전면 부인> (국민일보 3면)
<첫 재판 출석 조국 “檢 왜곡…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 (동아일보 8면)
<첫 법정 출석 조국 “감찰 중단 아닌 종결”> (세계일보 16면)
<“조국, 유재수 감찰 중단 지시” “재량권 행사한 적법 절차”> (한겨레 5면)
<조국 측 “감찰 무마 아닌 종료”…이인걸 “심리적 압박 받아”> (중앙선데이 11면)



‘양쪽 주장’이나 ‘조국 전 장관 혐의 부인’으로 제목 뽑은 신문들

저는 과거부터 검찰 출입기자들이 ‘검찰발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 쓰는’ 언론계 관행을 비판해 왔습니다.

물론 ‘검찰의 공소사실이나 수사 정보’가 뉴스 가치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사실이나 진실’은 아니며 ‘검찰 공소장이나 수사 정보’ 역시 팩트체크 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무엇보다 검찰의 기소 이후 진행되는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언급한 혐의 사실이 뒤집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기소 전 ‘검찰발 정보’가 언론에 의해 기정사실화 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많은 시민들이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가 언론계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그리고 제목에서 확인했듯이 오늘(9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분위기는 과거와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동아일보가 <첫 재판 출석 조국 “檢 왜곡…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라는 제목을 뽑고, 기사에서도 양쪽 공방 중심으로 다룬 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온라인판 기사 캡처>


조선·한국일보, 여전히 ‘일방적 주장’에 비중 싣고 제목도 ‘일방적’으로

물론 여전히(!) 예외인 곳도 있습니다. 조선일보한국일보가 대표적입니다. 조선일보는 앞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의 ‘일방적 주장’을 제목으로 뽑고 기사에서도 이 전 반장의 주장에 비중을 실었습니다.

한국일보 역시 오늘(9일) 8면에서 <조국 면전에서 특감반장 반박 “유재수 감찰 정상 종료 아냐”>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기사의 많은 부분도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주장과 반박을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저는 ‘제목과 기사를 어떻게 뽑고 구성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해당 신문사 권한이라고 봅니다만 과연 조선·한국일보가 어제(8일) 진행된 ‘조국 전 장관 재판’을 공정하게 다뤘는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찍고 싶네요.

오늘(9일) 경향신문이 잘 정리한 것처럼 어제 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였는데, 독자들이 이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선 양쪽의 주장을 정확히 그리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 규정에 특감반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사의뢰나 이첩한다고 규정된 것을 근거로 감찰에 관한 권한이 특감반에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반면 ‘감찰의 착수·진행·종결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민정수석에게 있기 때문에 권리가 없는 특감반 관계자들은 직권남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조국 전 장관 측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조선과 한국일보가 과연 ‘그런 쟁점’에 대해서 공정하게 보도를 했는가 -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참고로 오늘(9일) 한겨레 사설 <‘조국 사건’ 진실 찾기, ‘법원의 시간’에 주목한다> 가운데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형사사건, 수사보다 재판 중심으로 다뤄지려면 언론의 역할이 중요”

“공개된 법정에서 중립적인 재판부의 주재 아래 검찰과 피고인 양쪽이 증거와 반증을 모두 쏟아내는 재판이야말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장이며, 사건의 내용과 성격을 확정짓는 권위를 지닌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을 끌던 사건도 재판 단계에 들어서면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언론 보도도 현격히 줄어드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이는 수사 단계에서 이미 단죄가 끝나는 듯한 비정상적인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이번 재판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만큼, 형사 사건이 수사보다 재판 중심으로 다뤄지게 되는 전환점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출처  ‘조국 전 장관 재판’ 언론 보도에 변화 생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