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연기가 전태일 정신” 50주기에 훼손한 윤희숙
전형적인 친기업·대기업 논리…자기 주장 포장 위해 ‘전태일 열사’ 끌어들여
[고발뉴스닷컴] 하성태 기자 | 승인 : 2020.11.13 14:32:20 | 수정 : 2020.11.13 14:58:58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사법부, 검찰, 언론, 고위공직자들의 무소불위적 행태에 관한 얘기인 것만 같습니까? 저한테는 문재인 정부가 나라살림을 하는 방식이야말로 놀라움 자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지켜온 룰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다음 정부에게 막대한 지출을 떠넘기는 대형프로젝트를 기획하지 않았습니다. 일정기간 동안만 나라운영을 위탁받은 이들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성과 염치인 것이지요.”
지난달 25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다음 정부로 120조의 예산 폭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내용 중 일부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이 정부는 자그만치 120여조 원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계획을 세워놓았습니다”라며 “자기들은 일단 재정을 실컷 늘려서 쓰면서 폼을 있는 대로 내고 다음 정부 부담이 되거나 말거나인 셈입니다. 정말 나라가 니꺼냐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헌데 의아하다. 윤 의원이 예로 든 지난 보수정부 ‘대형 프로젝트’의 면면이.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경우, ‘녹색뉴딜’(50조 원, 국비 38조 원), ‘광역경제권 발전 선도프로젝트’(5년간 50조 원), ‘4대강 살리기’(23조)를, 박근혜 정부의 경우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134.8조 원)를 예로 들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국비 약19조 원), 한국판뉴딜(160조 원, 국비 114조 원), 혁신도시 시즌2를 거론한 뒤, 이 프로젝트가 2022년 이후 각각 약17.8조 원, 약87.7조 원, 약10조 원이 소요될 거라 예상했다. 앞 정부들과 달리 2022년 5월 이후 다음 정부로 ‘예산폭탄’을 전가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수많은 보수일간지와 경제지들이 윤 의원의 주장을 따옴표에 씌어 별다른 검증 없이 기사화했다. 무려 ‘134조 원’을 썼다는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가 어디에 쓰였는지 누구 하나 기억하는 이가 있는가. 이명박씨의 경우는 어떤가.
4대강 사업은 이씨와 대기업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녹색뉴딜’ 역시 ‘무늬만 녹색’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역시나 MB의 사익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된 ‘자원외교’는 어떠한가. ‘반짝 세금 투입’으로 유명했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프로젝트는 또 어떻고.
윤 의원의 주장은 이들 보수정부의 국가 대형프로젝트는 국민 생활과 별 상관 없는 막대한 ‘혈세’가 임기 내에 집행됐으니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2022년 이후 예산이 집행된다는 사실보다 그 거대 프로젝트가 이전 정부와 달리 실효성이 있는지, 또 국민 전체의 실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인지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석사,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이후 KDI 연구위원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재직, 국가기관 자문활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교육부 규제완화위원회 위원회 위원 등’.
경제학자 출신이자 재정 및 복지 분야의 전문가로서 당내 경제통으로 꼽힌다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이력이다. 앞서 소개한 ‘예산폭탄’ 운운을 보수경제지들이 일제히 기사화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21대 서울 서초구갑 초선’이자 총선 직후 “나도 임차인”이란 주장으로 일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 중인 윤 의원. 그가 실제 누구를 대변하는 경제정책을 입안할 지 사뭇 궁금해지는 가운데, ‘전태일 50주기’을 맞은 13일 윤 의원이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다.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52시간 근로’ 때문에 안 그래도 코로나를 견디느라 죽을 둥 살 둥인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로 규제의 획일성과 경직성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습니다만 제도 보완은 더딥니다. 보완의 최소한인 탄력근로도 국회에 몇 년째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유예 없이 52시간을 적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코로나 재난 지원이라며 20조원에 이르는 돈을 무차별적으로, 때론 선별적으로 뿌려온 정부가 죽겠다는 중소기업을 빨리 죽으라고 등 떠미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념적 도그마만 고집하거나, 우리토양의 특수성은 외면하고 선진국 제도 이식에만 집착하는 것이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태일 이후 50년 간, 특히 약자를 위한답시고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수많은 약자의 일자리를 뺏은 문재인 정부에서 곱씹어온 교훈입니다.”
윤 의원 주장의 핵심을 요약하면 이거다. 윤 의원이 글 말미에 쓴 것처럼 “52시간 확대 스케줄은 코로나 극복 이후로 유예해야” 이다. 전형적인 친기업, 대기업 논리다. 처음부터 이런 주장을 펼쳤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윤 의원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이정부에 기대하기 어려운 능력이라 이미 판명 됐습니다”라며 “그러나 적어도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없애 근로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자며 위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문제는 자기주장을 포장하기 위해 ‘고 전태일 열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이다. “산업화시대의 어둠을 밝힌 불꽃이 된 그를 추모합니다”라거나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자각하면서부터 저는 전태일을 떠올리면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됩니다”라는 곱고 감정적인 언어를 동반한 채로.
하지만 그가 ‘전태일의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진짜 ‘전태일의 뜻’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리 근로기준법이 “주변 선진국의 법을 갖다놓고 베껴 ‘1일 8시간 근로’를 채택”했다는 윤 의원의 주장은 일정정도 현실의 반영일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진단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죽어간 전태일의 뜻을 왜곡하는 것에 다름없어 보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극빈국에서,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듦으로써 아예 실효성이 배제된 것이지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거리만 준다면 근로조건이 아무리 나빠도 근로희망자들이 새벽마다 공장문 앞에 줄을 길게 설 정도였으니까요.”
비단 근로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단견이자, 궤변이라 할 만하다. 당시 기업이, 정부가, 국가가 개별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정당하게 임금으로 환산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요, 제 이익을 위해 폭압적인 노동 환경에 노동자를 밀어 넣었던 것은 물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기업이 탄압하고 해고했으며, 국가가 이를 방조하고 승인하는 것도 모자라 도리어 공권력을 이용, 이를 부추긴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런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전태일의 분신 후 10년 뒤인 ‘YH무역’ 여공들의 농성 사태가 벌어졌고,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노동자 대투쟁’이 이어졌던 것 아니었나. 이를 무시한 채 ‘전태일 팔이’에 나선 윤 의원. 그가 생각하는 노동자는,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만나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연장을 건의했다는 중소기업 단체장들의 입장을 옹호하려다 ‘전태일 정신’을 훼손하는 무리수를 둔 것 아닌지 의심이고. 이를 두고 김필성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런 촌평을 남겼다. 맞다. 니체의 뜻을 전한 ‘홍상수 영화’의 대사를 곱씹을 때다. ‘우리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맞춰 이런 주장을 하면서 전태일 이름 파는 건 정치적 자유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양심 문제일 것 같습니다. 굳이 자기주장 하면서 전태일 이름 팔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것도 50주기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그 법을 폄하하면서?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건 전태일 열사 이름을 의도적으로 더럽히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못 되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출처 “주52시간제 연기가 전태일 정신” 50주기에 훼손한 윤희숙
전형적인 친기업·대기업 논리…자기 주장 포장 위해 ‘전태일 열사’ 끌어들여
[고발뉴스닷컴] 하성태 기자 | 승인 : 2020.11.13 14:32:20 | 수정 : 2020.11.13 14:58:58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사법부, 검찰, 언론, 고위공직자들의 무소불위적 행태에 관한 얘기인 것만 같습니까? 저한테는 문재인 정부가 나라살림을 하는 방식이야말로 놀라움 자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지켜온 룰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다음 정부에게 막대한 지출을 떠넘기는 대형프로젝트를 기획하지 않았습니다. 일정기간 동안만 나라운영을 위탁받은 이들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성과 염치인 것이지요.”
지난달 25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다음 정부로 120조의 예산 폭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내용 중 일부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이 정부는 자그만치 120여조 원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계획을 세워놓았습니다”라며 “자기들은 일단 재정을 실컷 늘려서 쓰면서 폼을 있는 대로 내고 다음 정부 부담이 되거나 말거나인 셈입니다. 정말 나라가 니꺼냐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지난달 20일 오전 광주 북구 오룡동 정부광주합동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광주지방국세청,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목포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광주전남사진기자회 제공, 뉴시스>
헌데 의아하다. 윤 의원이 예로 든 지난 보수정부 ‘대형 프로젝트’의 면면이.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경우, ‘녹색뉴딜’(50조 원, 국비 38조 원), ‘광역경제권 발전 선도프로젝트’(5년간 50조 원), ‘4대강 살리기’(23조)를, 박근혜 정부의 경우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134.8조 원)를 예로 들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국비 약19조 원), 한국판뉴딜(160조 원, 국비 114조 원), 혁신도시 시즌2를 거론한 뒤, 이 프로젝트가 2022년 이후 각각 약17.8조 원, 약87.7조 원, 약10조 원이 소요될 거라 예상했다. 앞 정부들과 달리 2022년 5월 이후 다음 정부로 ‘예산폭탄’을 전가한다는 주장이었다.
윤 의원이 생각하는 경제란? 노동이란?
이후 수많은 보수일간지와 경제지들이 윤 의원의 주장을 따옴표에 씌어 별다른 검증 없이 기사화했다. 무려 ‘134조 원’을 썼다는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가 어디에 쓰였는지 누구 하나 기억하는 이가 있는가. 이명박씨의 경우는 어떤가.
4대강 사업은 이씨와 대기업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녹색뉴딜’ 역시 ‘무늬만 녹색’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역시나 MB의 사익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된 ‘자원외교’는 어떠한가. ‘반짝 세금 투입’으로 유명했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프로젝트는 또 어떻고.
윤 의원의 주장은 이들 보수정부의 국가 대형프로젝트는 국민 생활과 별 상관 없는 막대한 ‘혈세’가 임기 내에 집행됐으니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2022년 이후 예산이 집행된다는 사실보다 그 거대 프로젝트가 이전 정부와 달리 실효성이 있는지, 또 국민 전체의 실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인지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석사,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이후 KDI 연구위원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재직, 국가기관 자문활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교육부 규제완화위원회 위원회 위원 등’.
경제학자 출신이자 재정 및 복지 분야의 전문가로서 당내 경제통으로 꼽힌다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이력이다. 앞서 소개한 ‘예산폭탄’ 운운을 보수경제지들이 일제히 기사화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21대 서울 서초구갑 초선’이자 총선 직후 “나도 임차인”이란 주장으로 일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 중인 윤 의원. 그가 실제 누구를 대변하는 경제정책을 입안할 지 사뭇 궁금해지는 가운데, ‘전태일 50주기’을 맞은 13일 윤 의원이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다.
▲ 전태일 열사 50주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전태일 3법 입법 촉구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리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온 ‘52시간 근로’ 때문에 안 그래도 코로나를 견디느라 죽을 둥 살 둥인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로 규제의 획일성과 경직성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습니다만 제도 보완은 더딥니다. 보완의 최소한인 탄력근로도 국회에 몇 년째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유예 없이 52시간을 적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코로나 재난 지원이라며 20조원에 이르는 돈을 무차별적으로, 때론 선별적으로 뿌려온 정부가 죽겠다는 중소기업을 빨리 죽으라고 등 떠미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념적 도그마만 고집하거나, 우리토양의 특수성은 외면하고 선진국 제도 이식에만 집착하는 것이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태일 이후 50년 간, 특히 약자를 위한답시고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수많은 약자의 일자리를 뺏은 문재인 정부에서 곱씹어온 교훈입니다.”
윤 의원 주장의 핵심을 요약하면 이거다. 윤 의원이 글 말미에 쓴 것처럼 “52시간 확대 스케줄은 코로나 극복 이후로 유예해야” 이다. 전형적인 친기업, 대기업 논리다. 처음부터 이런 주장을 펼쳤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윤 의원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이정부에 기대하기 어려운 능력이라 이미 판명 됐습니다”라며 “그러나 적어도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없애 근로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자며 위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문제는 자기주장을 포장하기 위해 ‘고 전태일 열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이다. “산업화시대의 어둠을 밝힌 불꽃이 된 그를 추모합니다”라거나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자각하면서부터 저는 전태일을 떠올리면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됩니다”라는 곱고 감정적인 언어를 동반한 채로.
하지만 그가 ‘전태일의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진짜 ‘전태일의 뜻’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리 근로기준법이 “주변 선진국의 법을 갖다놓고 베껴 ‘1일 8시간 근로’를 채택”했다는 윤 의원의 주장은 일정정도 현실의 반영일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진단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죽어간 전태일의 뜻을 왜곡하는 것에 다름없어 보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극빈국에서,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듦으로써 아예 실효성이 배제된 것이지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거리만 준다면 근로조건이 아무리 나빠도 근로희망자들이 새벽마다 공장문 앞에 줄을 길게 설 정도였으니까요.”
비단 근로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단견이자, 궤변이라 할 만하다. 당시 기업이, 정부가, 국가가 개별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정당하게 임금으로 환산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요, 제 이익을 위해 폭압적인 노동 환경에 노동자를 밀어 넣었던 것은 물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기업이 탄압하고 해고했으며, 국가가 이를 방조하고 승인하는 것도 모자라 도리어 공권력을 이용, 이를 부추긴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런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전태일의 분신 후 10년 뒤인 ‘YH무역’ 여공들의 농성 사태가 벌어졌고,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노동자 대투쟁’이 이어졌던 것 아니었나. 이를 무시한 채 ‘전태일 팔이’에 나선 윤 의원. 그가 생각하는 노동자는,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만나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연장을 건의했다는 중소기업 단체장들의 입장을 옹호하려다 ‘전태일 정신’을 훼손하는 무리수를 둔 것 아닌지 의심이고. 이를 두고 김필성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런 촌평을 남겼다. 맞다. 니체의 뜻을 전한 ‘홍상수 영화’의 대사를 곱씹을 때다. ‘우리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맞춰 이런 주장을 하면서 전태일 이름 파는 건 정치적 자유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양심 문제일 것 같습니다. 굳이 자기주장 하면서 전태일 이름 팔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것도 50주기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그 법을 폄하하면서?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건 전태일 열사 이름을 의도적으로 더럽히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못 되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출처 “주52시간제 연기가 전태일 정신” 50주기에 훼손한 윤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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