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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이정희 “민주주의 후퇴 극명히 보여줘”

황 “핵심세력 RO, 내란 기도” 이 “민주주의 후퇴 극명히 보여줘”
진보당 해산심판 첫 변론
[경향신문] 이효상 기자 | 입력 : 2014-01-28 21:32:26 | 수정 : 2014-01-28 23:47:38


통합진보당의 운명을 가를 정당해산심판의 첫 공개변론이 2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헌재가 한 정당의 해산 여부를 판가름하는 정당해산심판을 심리하게 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미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을 통해 열띤 공방을 벌인 법무부와 진보당측은 이날 두 시간 넘게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법무부는 “진보당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위헌정당”이라며 해산 필요성을 역설했다. 진보당은 “법무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헌재가 설립된 이래 가장 정치적인 사건”이라며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여부에 대한 첫 재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고 있다. 정부가 정당을 상대로 낸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 강윤중 기자


■ 황교안 “북 추종, 대한민국 전복 기도… 연방제 통일 목표”
이정희 “정부 태도, 나치 괴벨스 닮아… 평화통일이 원칙”


이날 변론에는 양측을 대표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진보당 대표가 직접 출석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심판으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데다 첫 변론기일이라는 점을 의식해 양측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나선 것이다.

지난주 황 장관이 먼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취지를 설명하겠다는 뜻을 헌재에 알렸고, 헌재가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진보당 측에 이를 알렸다. 이 대표는 황 장관의 출석 소식을 듣고 직접 변론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장관은 이 대표가 사법연수원 1년차 때 연수원 교수로 재직해 ‘사제지간’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날은 진보당의 존폐를 두고 맞섰다.

황 장관은 “진보당의 최고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강령의 구체적 내용은 현 정권을 타도하고,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이라며 “(진보당이) 결국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황 장관은 진보당 비례대표 이석기 의원이 조직한 ‘RO’의 활동을 근거로 제시했다. 황 장관은 “진보당 핵심 세력인 RO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내란을 음모하여 대한민국을 파괴·전복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장관은 진보당의 과거 활동 등을 근거로 위헌성을 지적했다. 그는 “진보당은 반국가활동 전력자들을 대거 기용하고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정당활동을 통해 반국가활동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2년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도 진보당의 위헌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황 장관은 “당시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는 진보당의 주도 세력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대표는 정당해산심판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자주, 민주, 평등,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야당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민주정치에서 이탈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RO 사건 등에 대해 “정부가 내란음모 사건이 확정된 사실인 양 주된 이유로 들어 정당해산을 청구했다”며 “정부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진보당의 활동을 위헌으로 모는 근거의 대다수는 국정원이 댓글로 만들어낸 진보당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오해, 이를 받아쓴 소문과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한 독일 나치 정권의 선동가 괴벨스를 언급하며 “선동가의 태도와 오늘 정부의 태도가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왜곡과 과장은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장관은 진보당의 기본노선을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른 대한민국 파괴로 규정했다. 황 장관은 “진보당이 당의 핵심 간부들을 북한을 추종하는 인물로 당선시킨 후 투쟁노선을 실현해왔다”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명백한 반국가적,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태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반대의 뜻을 나타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진보당은 헌법의 원칙에 따라 남북 서로가 아픔과 차이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통일해 더 이상 우리 민족이 상처받지 말고 강대국들이 만든 대결의 폐해를 극복하자고 주장해왔다”며 “무력충돌과 강대국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흡수통일 주장이야말로 평화통일을 선언한 헌법에 위반되는 위헌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법무장관 대 야당 대표… 사상 초유의 법정 격돌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장관과 야당 대표가 청구인과 변호인으로 나와 법정 공방을 벌였다.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첫 공개 변론에서 황교안 법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참석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강윤중 기자


■ 진보당 “독일은 5년 걸린 정당해산심판… 쫓기듯이 진행”
법무부 “지방선거 전 ‘정당활동 중지’ 가처분 결론 나야”


이날 재판에서 진보당 측은 헌재의 정당해산심판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진보당 측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 변호사는 1950년대 독일의 정당해산심판에 비추어 이번 정당해산심판이 “무언가에 쫓기듯”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공산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은 1951년 11월 청구된 후 1956년 8월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증거 취합에만 7개월, 재판 준비 과정이 2년5개월, 심리 과정이 1년8개월간 계속됐다.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은 지난해 11월5일 법무부의 청구서 제출 이후 2회의 준비기일을 거쳐 이날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제출한 방대한 서면과 증거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고 사실관계와 주장을 정리하기에 시간상 물리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진보당 측은 증거조사 등에 준용할 소송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다만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당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면 민사소송 절차를 준용할 때보다 심판을 청구한 당사자의 입증 책임이 보다 엄격해진다.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절차도 엄격해져, 법무부의 진보당 위헌성 입증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헌재는 지난해 6월 정당해산심판 절차에 형사소송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는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정당해산심판 절차는 헌법상 징벌제도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탄핵심판과 유사하므로 형사소송 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며 “정당해산심판을 제외하고 탄핵심판의 경우에만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은 입법상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법무부가 민사소송법을 준용해 제기한 정당활동 중지 가처분을 헌재에서 심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법무부는 오는 6·4지방선거 전에 가처분 결정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헌법상 정당해산과 관련해 법률에 위임한 것은 정부의 해산 청구에 대한 헌재의 최종적인 심판권뿐”이라며 헌재에서 가처분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 측은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과 제57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결정은 이 사건 심판 절차 진행의 선결 문제이므로 먼저 결정되어야 하고, 가처분 사건 심리는 그 근거규정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 이후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측의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진성 재판관은 “헌법에 규정된 정당해산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 긍정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질문에 “헌법상 정당해산 제도는 명문으로 현존하고 있어 인정한다”고 답했다.


출처 : 황 “핵심세력 RO, 내란 기도” 이 “민주주의 후퇴 극명히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