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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와 박근혜의 침묵

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와 박근혜의 침묵
[민중의소리] 사설 | 발행 : 2016-09-09 07:25:58 | 수정 2016-09-09 10:41:29


▲ 최민의 시사만평 - 다까지마시오

한일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했다. 아베 일본 총리는 박근혜의 면전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열린 박근혜와 정상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를 포함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노력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한마디를 들은 적이 없는데 가해자가 오히려 더 당당하다. 이 광경을 보며 12‧28 한일합의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소녀상 철거를 말하는 아베 총리의 말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한 일인데, 이번 한일회담에서 더 참담했던 이유는 박근혜의 입에서는 ‘철거 불가’라는 말이 끝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소녀상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근혜는 12‧28 한일 합의의 성실한 이행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상대방은 지난해 한일합의를 들먹이며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는데 두루뭉술 딴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로밖에 안 들린다.

12‧28 한일합의는 그때 당시부터 불가해한 일이었다. 국민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과거사를 덮으려는 일본의 의도에 맥없이 끌려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피해 당사자를 배제하고 서둘러 합의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12‧28 한일합의에는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당연히 논란의 소지가 크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소녀상 철거에 대한 양국합의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발언했다. 정부의 해명처럼 “소녀상 문제와 관련된 입장은 양국 외교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합의 당시 발표한 그대로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 아베 총리의 발언은 근거가 없다.

소녀상은 민간단체에서 세운 것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해명해온 정부가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박 한 줄조차 내고 있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당시에도 이면합의의 존재가 의심받았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은 그 의구심을 키웠다. 한일합의에 대한 의구심을 더 이상 키우는 것은 좋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겨우 10억엔 받고 역사를 팔아먹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한일합의를 둘러싼 국민적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 줘야 한다. 박근혜가 아베 총리 앞에서 그동안 정부가 해명해 온 그 말을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면 된다.


출처  [사설] 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와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