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2차 희망버스 - [10신 : 10일 오전 5시 30분]

[10신 : 10일 오전 5시 30분]

'그녀의 집' 1km 앞에서 '난장'...아주 특별한 '1박2일'


▲ '2차 희망 버스' 참가자들이 경찰 저지선에 막혀 밤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 인근에서 늘픔약사회(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는 늘픔약사회) 소속 회원들이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패러디로 만든 '한진중공업 프리덤' 노래에 맞춰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 '2차 희망 버스' 참가자들이 경찰 저지선에 막혀 밤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 인근 태종로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펼치고 있다. ⓒ 유성호

▲ 10일 오전 3시 15분경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186일째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러가는 '희망 버스' 참가자들을 경찰이 색소를 섞은 물대포(살수차)를 발사한 뒤 해산 및 검거작전에 나서고 있다. ⓒ 권우성

최루액과 물대포에서 쏜 물로 흔건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인근 태종로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떠난 아주 특별한 '1박2일'. 1만여 명을 태운 희망버스는 85호 크레인 1km 지점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멈춰섰다. 시민 5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지만 시민들은 흥겹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의 강제진압에 밀려 경찰 저지선에서 50m 밀려났지만, 그 자리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등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충북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는 준비해 온 연잎 비빔밥과 묵밥 200인분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일부 시민은 도로에 종이박스를 깔고 쪽잠을 청하고 있다.

전남대생 표영민(24)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못 봐서 아쉽지만, 85호 크레인에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었는데 희망버스로 인해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김진숙 지도위원을 못 만나더라도 3~4차 희망버스에도 꼭 오고 싶다, 그 즈음에는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비정규사업부장 전성철(44)씨는 "경찰이 이렇게 막아서 못 들어갈 줄 알았다, 사실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났다 해도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오늘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마음은 김진숙 지도위위원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희망버스를 기획안 송경동 시인은 "1만 명의 시민이 함께하고 있고, 대한민국 많은 시민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의 힘이고, 한국 사회가 지닌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마이TV>를 통해 "평화집회 하겠다는데 시민들을 강경진압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당장 그만두라"며 경찰을 거세게 비판했다.

"집회는 신성불가침의 자유를 가진다. 정권도 방해하면 안 된다. 평화적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겠다는데 그것을 막는 것은 경찰이 아니다. 그냥 '폭력 경찰'일 뿐이다. 우리가 내년에 정권교체해서 경찰을 개혁하고 독재정권에 아부하는 사람들을 발본색원해서 모조리 물갈이 하겠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이날 최루액에 맞아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후 <오마이TV>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아직도 아프지만, 사람들이 걱정돼 돌아왔다"며 말을 이었다.

"18대 국회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부르는 등 노동문제를 다루려고 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력화됐다. 정리해고 요건이 앞으로 이런 식으로 사용자 편의대로 이뤄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이 상황을 보고 가만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오산이다. 한진중공업은 당장 대화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한편, 이날 시민 50명이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대경찰서에는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포함해 13명이 연행됐고, 금정(11명), 사하(12명), 사상(9명), 강서(5명) 등이다.

전명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들은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혐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금정서에는 최루액에 회상을 입은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에 몸 실은 고3 딸...말리지 못했어요
[오마이TV] 김진숙 응원 '생생 댓글' 1227개 달려

▲ 부산에서 9일 오후 7시부터 '1박2일' 생중계를 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방송팀과 사진팀 기자의 모습. ⓒ 홍현진

9일 오후 7시에 시작해 현재(10일 새벽 4시30분)까지 1박2일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는 오마이TV에는 1227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글이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tiak : 고3 딸이 친구 맑음과 기말고사 끝났다고 "길담서원에서 강의한 김진숙 선생님 뵙고 오겠다"며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지요. 정리해고 철회하라!!
허수애비 : 궂은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들어 고생하는 여러분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동지애를 느낍니다.
장자이후 : 희망버스는 단지 김진숙 한 사람을 위해 간 게 아닙니다. 희망버스는 이 땅에서 정리해고가 사라져야 한다는 우리의 외침입니다. 80년 광주민주항쟁도 87년6.10항쟁도 당시에는 불법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역사는 민주화운동으로 기록했습니다. 정의를 탄압하는 법은 법이 아닙니다.
시베리아 : 경찰이 막지 않으면 1차 때처럼 그냥 한바탕 놀이마당으로 외롭게 싸우고 있는 한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하는 것이었을 텐데...
백두산 : 지금 이 현장은 역사적인 현장이다. 한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가를 보여주는 시발점이다.
종이리 : 사복 입은 용역깡패들이 행진 대열에 합류해서 일부러 충돌을 부추기려 한다는 얘기가 들리네요. 한진중공업 문제는 단순히 한진중공업 노조와 사측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의 이슈입니다. 경찰이 지금 평화로운 행진을 막는 것은 위헌적인 불법행위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박탈하는 불법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