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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4대강, 지형 다른 유럽하천 왜 따라하나”

“4대강, 지형 다른 유럽하천 왜 따라하나”
최명애 기자 | 입력 : 2011-04-11 21:38:54 | 수정 : 2011-04-11 21:38:54



지형 조건이 다른 유럽 하천을 모델 삼아 우리 하천을 개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11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모래톱이 발달한 우리 하천 모습은 우리 고유의 지형과 조화를 이룬 것”이라며 “유럽 하천을 정상 하천으로 보고 우리 하천은 개조 대상으로 생각하는 (4대강 사업의) 발상부터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홍수 예방과 친수 공간 확보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라인강, 도나우강 등 유럽 하천을 4대강 사업의 모델로 거론해 왔다.


오 교수는 ‘유럽 하천과 한국 하천의 비교’라는 주제발표에서 “유럽 하천은 폭이 좁고 수심이 깊어 배 운행에 적합하지만, 우리 하천은 폭이 좁고 수심이 얕으며 모래톱이 발달했다”며 “이는 유럽과 우리나라의 기후 환경, 암석·지질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기온 차이가 커서 암석이 돌멩이·모래로 쪼개지는 풍화작용이 활발하고, 화강암이 많아 풍화된 암석의 모래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유럽은 석회암·편마암이 많아 암석이 쉽게 점토로 분해돼 모래 상태가 오래 유지되지 않고, 기온이 온화해 풍화작용 자체가 활발하지 않다.

하천 지형도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는 강 하구까지 해발 500~1000m의 산지가 이어지면서 하폭이 일정하지 않고 강이 크게 굽이쳐 흐른다. 그러나 라인강 등 서부 유럽은 알프스 등 고산 지대에서 발원해 평탄한 유럽 대평원을 가로질러 바다와 만난다.

오 교수는 “우리 하천은 모래가 곳곳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켜 모래톱이나 자갈톱이 생성되지만, 유럽은 모래가 하류로 이동해 모래톱이 발달하지 않는다”며 “수질 문제가 중요시되는 21세기 상황에서 한국 하천의 모래톱은 자랑거리”라고 강조했다.

모래가 이동이 빠르고 물을 머금는 성질을 갖고 있어 홍수기엔 배수로로, 갈수기엔 물 저장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모래알의 규소질 결정체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천혜의 수질 정화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가 환경부 물관리정보시스템의 낙동강 하류 수계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분석한 결과, BOD 3.9㎎/ℓ였던 금호강 수질은 모래 습지인 달성 습지를 거친 뒤 2.6㎎/ℓ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유럽 스타일로 우리 하천을 개조하겠다는 것은 외국 사례를 ‘바이블’로 생각하고 우리 땅을 체계적으로 보지 못한 탓”이라며 “강모래 6억㎡를 준설하겠다는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 하천에 어울리지 않는 반시대적 토목공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