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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우익 모두 ‘교과서 흔들기’

한·일 우익 모두 ‘교과서 흔들기’
[경향신문] 김종목 기자 | 입력 : 2013-05-30 22:20:24 | 수정 : 2013-05-30 22:20:24


한·일 양국의 우익세력이 진행 중인 역사교과서 흔들기의 내용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비판적 역사 성찰과 인식을 ‘자학사관’으로 규정하면서, ‘국가’를 강조하는 국수주의적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범죄행위나 오류를 부정하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도 닮은꼴이다. 이들의 역사 흔들기는 보수주의 이념의 구현과 함께 미래의 자본주의 체제 설계와도 연계돼 있다.


(1) 비판적 역사성찰, 자학사관으로 간주

한국의 우익세력이 강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다. 대한민국 수립 과정에서 미군정과 한 축을 이뤘던 이승만과 한민당 세력이 이후 냉전세력을 거쳐 산업화세력으로 이어진 결과 주요 20개국(G20)에 가입하는 이른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었다는 게 이들의 기본 인식이다. 이런 인식에서 건국이나 산업화에 대한 비판을 ‘대한민국의 성취’를 부정하는 자학사관으로 규정한다. 친일 대 반일,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가공적 대립’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용옥 ‘내일을 여는 역사’ 편집장은 “일본의 자학사관 개념을 빌려 진보세력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고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복원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일본 우익세력도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에 따라 ‘민주일본’이란 기치 아래 진행한 역사교육을 자학사관으로 부르면서 ‘강한 일본’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우익은 패전한 이후 연합국군사령부(GHQ)의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으로 일본 과거사가 모두 잘못된 것으로 덧칠해지는 ‘승자에 의한 사관’이 성립됐다고 본다.


(2) 국가 범죄행위는 부정하거나 축소

양국 우익세력은 국가의 폭력과 부정 문제를 축소·외면하려고 한다. 일본 우익은 침략전쟁을 불가피한 ‘자위전쟁’이라고 인식한다. 난징대학살이나 위안부 강제동원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는 “지금 나타난 자민당이나 아베의 역사관에는 한국 등을 ‘근대화’시켰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면서 “이들이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대동아전쟁’이 해방전쟁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가폭력에 대한 왜곡은 제주 4·3항쟁에 관한 인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2008년 특강에서 “북(한)의 지령으로 일으킨 무장 폭동 내지 반란”이라고 말한 사실이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졌다. ‘불가피하다’는 양국 우익세력이 곧잘 쓰는 수식어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도 2008년 4·3을 ‘좌파에 의한 무장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민간인 피해는 폭동 진압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고”라고 했다.


(3) ‘역사 흔들기’ 목적은 ‘보수 이념 구현’

한·일 양국 우익세력의 역사 흔들기가 현재의 역사관과 역사인식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신주백 교수는 “일본 사회의 역사관을 바꾸려는 목적 중 하나는 헌법 개정을 통해 천황 중심의 국가로 재편하려는 의도다. 즉 일본의 미래 비전, 미래 체제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역사인식, 교과서 문제로 바라볼 게 아니라 동북아 상황과 분단 문제를 아우르는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옥 편집장은 “일본이 침략 과거를 부정, 미화하며 군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목적은 팽창주의”라면서 “일본은 자본축적에 어려움이 있으면 항상 전쟁으로 풀어가려고 했는데, 예전 제국주의 방식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팽창주의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성취 담론’의 밑바탕에는 “자본주의의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깔려 있다. 선진화 테제도 이런 기조 속에 나왔는데, 자본주의 이후 사회 발전 전망을 차단하려는 뜻도 있다”고 했다.


출처 : 한·일 우익 모두 ‘교과서 흔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