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서 승인 못받은 ‘국가통계’ 멋대로 발표 수두룩
권력에 춤추는 통계
국가통계 관리 난맥상
[한겨레] 노현웅 류이근 기자 | 등록 : 2013.06.18 20:58 | 수정 : 2013.06.19 20:04
국가통계는 통계청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친다. 통계청과 각 부처 등 국가기관 외에도 관련 연구원과 민간 협회 등이 통계를 생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이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통계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통계 승인 절차를 두고 있다. 국가통계 승인을 거친 기관만이 국가통계를 생산할 수 있으며, 통계청은 개별 통계에 대해서도 승인 절차를 거친다. 또 정기적인 품질검사를 실시해 승인을 취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두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통계의 신뢰성 보호다.
노동부 ‘비정규직법 설문조사’ 등 2008~2012년 불승인 55건중 17건, 통계법 위반해가며 무단 공표
통계작성지정기관서 빠진 전경련, BSI 등 지수 이름 바꿔 마구 발표
‘국가통계 관리 개선 필요’ 지적
현실은 어떨까? 18일 <한겨레>가 정보공개청구로 통계청에서 입수한 국가통계관리내역은 난맥상에 가까웠다. 여러 기관들은 애초에 통계청의 승인도 받지 못한 통계를 임의로 발표하고 있었으며, 중도에 승인 취소되거나 작성 중지 명령을 받은 통계들 역시 ‘실태조사, 통계’ 등의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발표되고 있었다.
먼저 2008~2012년 국가통계 승인을 받지 못한 55건 가운데 17건은 한차례 이상 무단 공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국가통계 불승인 내역’을 통계청 누리집의 ‘승인통계 검색’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통계청 승인을 받지 못한 ‘수출산업실태조사’(한국무역협회), ‘치매유병률 조사’(보건복지부),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설문조사’(고용노동부), ‘거주자 해외부동산 취득동향’(기획재정부),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언론 등을 통해 공표됐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설문조사’가 “업무추진 성과나 계획(비정규직법)에 관한 주관적인 인식이나 의견을 조사해 작성하는 것으로 승인 대상 통계가 아님”이라는 통계청의 회신을 받고도, 2009년 7월14일부터 1만1000개 사업장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를 언론에 공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당시 비정규직법 개정(2년 이상→4년 이상 근로자 정규직화)을 추진하기 위해, 이 조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동부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정규직 전환 기간 단축’(13.4%), ‘정규직 전환 기간 제한 폐지’(25.4%) 등 정부 쪽 견해와 반대되는 답을 내놓은 사람들도, 그 이유는 쏙 빼고 ‘비정규직법 개정 찬성’으로 계산해 공표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잘못된 통계 관리가 통계 왜곡으로 이어진 경우다.
문제는 이런 공표 행위가 통계법 위반이라는 사실이다. 통계법 제18조는 국가통계의 승인·불승인·취소 등을 통계청장의 권한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승인받지 않은 통계를 작성하거나 승인 취소된 통계를 공표하는 경우 과태료 처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승인받지 않은 통계가 공표될 경우, 국가통계 전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벌칙 조항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가통계로 작성되다 중도에 승인 취소되거나, 중지 명령을 받은 통계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국가통계를 제때 작성하지 않아 2008년 아예 통계작성지정기관에서 취소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경기동향조사를 발표해 왔는데, 통계청의 승인 취소 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로 이름만 바꿔 매달 똑같은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주요하게 다루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경련 등 3곳의 기관이 매달 발표하고 있다. 모두 통계법 위반이다. 중소기업청이 작성하던 ‘수위탁거래 실태조사’ 역시 “담당 팀에서 정한 자의적 기준에 따라 선정·조사돼 통계 조사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없어” 2008년 작성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작성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대선 국면 이후 경제민주화 기조가 강조되자, 중소기업청은 수위탁거래 실태조사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조사 강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국가통계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지표는 생산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각 기관이 성과 홍보용으로 통계 생산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각 부처가 생산한 지표가 모여 있는 ‘이(e)나라지표’ 사이트는 심하게 말하면 쓰레기통”이라고 말했다.
국가통계 개선 방향 등 장기적인 통계 발전 계획을 논의하는 국가통계위원회의 역할 역시 미미했다. 통계 관련 학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각 분과 위원들은 70% 남짓의 높지 않은 참석률을 보였으며, 회의 과정에서도 통계청 설명을 청취하는 수준으로 논의가 전개됐다. 특히 통계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위촉되는 각 부처 장관의 참석률은 매해 40~50%에 불과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통계위원회 위원은 “나름 열심히 하려는 위원들도 있지만, 전체 분위기가 느슨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며 “특히 통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위원들의 경우는 통계청 직원의 설명을 반박해들어갈 도리가 없다”고 고백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 승인 및 취소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7년 서울시가 추진했으나, 통계청에서 불승인한 ‘서울시 사교육 실태 및 의견조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학부모 5400명과 고교생 18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대책조사를 벌였고, 통계청에 국가통계 승인 요청을 했지만 표본규모 기준 등에 대해 보완을 요구받아 발표가 좌절됐다. 당시 서울시는 “통계청이 서울 지역의 사교육비 현황이 높게 나올 것이 두려워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앞서 감사원은 2012년 통계청에 대한 기관 감사에서 “통계청의 국가통계 관리 기준이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다”며 “승인 대상 통계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등, 통계 관리 기준을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하라”고 기관 통보한 바 있다.
나랏돈 들인 ‘통계 원자료’로 민간이 돈벌이
국가서 수주기관에 요구안해
재가공 가능 ‘국민재산’ 유실
[한겨레] 류이근 기자 | 등록 : 2013.06.18 20:58 | 수정 : 2013.06.19 20:04
나랏돈을 들였지만, 정작 나라의 소유가 아닌 통계들이 있다.
헌법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크고 작은 선거가 끝나면 유권자의식조사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그런데 조사 용역을 수행한 외부 기관이나 학회 등은 정제된 보고서만 제출할 뿐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를 납품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안전행정부나 보건복지부 등 다른 정부 부처나 한국연구재단 등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가 기관이) 로데이터를 요구하지 않으면 (조사를 수행한 쪽에서) 안 넘긴다. 대부분은 요구하지 않는다. 로데이터가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나랏돈을 투입한 수많은 조사들이 국가의 통계 관리 시스템에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을 떠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실되는 데이터들도 있다. 또 민간 업체 가운데 이런 통계를 모아서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로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분석을 하려는 학자나 기관은 유료로 민간에서 구매하거나 아니면 용역을 수행한 곳에 개인적 부탁을 해서 자료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로데이터를 얻지 못해 연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국가가 생산하는 데이터는 국민의 재산이다. 그런데 로데이터를 공식적으로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011년 말 마련한 ‘통계조사 민간위탁 지침 제정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지침은 “조사결과 원자료 파일 및 파일 설계서”를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의 누리집에 들어가면 이(e)북(전자책) 형태로 된 용역 보고서는 볼 수 있지만, 로데이터는 게시돼 있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로데이타를 보관은 하고 있다. 앞으로 요청이 있으면 전문가들에게 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로데이터는 가공하기 전 단계의 통계로서 제3자가 이를 활용해 기존의 연구 결과를 검증하거나, 재가공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마디로 통계 분석을 위한 기초 데이터다. 따라서 로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면 유사, 중복 연구도 피할 수 있다.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세금을 들여서 만든 로데이터는 국가 차원에서 모으고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통계청서 승인 못받은 ‘국가통계’ 멋대로 발표 수두룩
권력에 춤추는 통계
국가통계 관리 난맥상
[한겨레] 노현웅 류이근 기자 | 등록 : 2013.06.18 20:58 | 수정 : 2013.06.19 20:04
▲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가통계위원회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가통계위원회는 국가통계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기획재정부 제공 |
국가통계는 통계청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친다. 통계청과 각 부처 등 국가기관 외에도 관련 연구원과 민간 협회 등이 통계를 생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이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통계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통계 승인 절차를 두고 있다. 국가통계 승인을 거친 기관만이 국가통계를 생산할 수 있으며, 통계청은 개별 통계에 대해서도 승인 절차를 거친다. 또 정기적인 품질검사를 실시해 승인을 취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두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통계의 신뢰성 보호다.
노동부 ‘비정규직법 설문조사’ 등 2008~2012년 불승인 55건중 17건, 통계법 위반해가며 무단 공표
통계작성지정기관서 빠진 전경련, BSI 등 지수 이름 바꿔 마구 발표
‘국가통계 관리 개선 필요’ 지적
현실은 어떨까? 18일 <한겨레>가 정보공개청구로 통계청에서 입수한 국가통계관리내역은 난맥상에 가까웠다. 여러 기관들은 애초에 통계청의 승인도 받지 못한 통계를 임의로 발표하고 있었으며, 중도에 승인 취소되거나 작성 중지 명령을 받은 통계들 역시 ‘실태조사, 통계’ 등의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발표되고 있었다.
먼저 2008~2012년 국가통계 승인을 받지 못한 55건 가운데 17건은 한차례 이상 무단 공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국가통계 불승인 내역’을 통계청 누리집의 ‘승인통계 검색’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통계청 승인을 받지 못한 ‘수출산업실태조사’(한국무역협회), ‘치매유병률 조사’(보건복지부),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설문조사’(고용노동부), ‘거주자 해외부동산 취득동향’(기획재정부),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언론 등을 통해 공표됐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설문조사’가 “업무추진 성과나 계획(비정규직법)에 관한 주관적인 인식이나 의견을 조사해 작성하는 것으로 승인 대상 통계가 아님”이라는 통계청의 회신을 받고도, 2009년 7월14일부터 1만1000개 사업장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를 언론에 공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당시 비정규직법 개정(2년 이상→4년 이상 근로자 정규직화)을 추진하기 위해, 이 조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동부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정규직 전환 기간 단축’(13.4%), ‘정규직 전환 기간 제한 폐지’(25.4%) 등 정부 쪽 견해와 반대되는 답을 내놓은 사람들도, 그 이유는 쏙 빼고 ‘비정규직법 개정 찬성’으로 계산해 공표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잘못된 통계 관리가 통계 왜곡으로 이어진 경우다.
국가통계로 작성되다 중도에 승인 취소되거나, 중지 명령을 받은 통계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국가통계를 제때 작성하지 않아 2008년 아예 통계작성지정기관에서 취소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경기동향조사를 발표해 왔는데, 통계청의 승인 취소 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로 이름만 바꿔 매달 똑같은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주요하게 다루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경련 등 3곳의 기관이 매달 발표하고 있다. 모두 통계법 위반이다. 중소기업청이 작성하던 ‘수위탁거래 실태조사’ 역시 “담당 팀에서 정한 자의적 기준에 따라 선정·조사돼 통계 조사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없어” 2008년 작성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작성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대선 국면 이후 경제민주화 기조가 강조되자, 중소기업청은 수위탁거래 실태조사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조사 강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국가통계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지표는 생산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각 기관이 성과 홍보용으로 통계 생산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각 부처가 생산한 지표가 모여 있는 ‘이(e)나라지표’ 사이트는 심하게 말하면 쓰레기통”이라고 말했다.
국가통계 개선 방향 등 장기적인 통계 발전 계획을 논의하는 국가통계위원회의 역할 역시 미미했다. 통계 관련 학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각 분과 위원들은 70% 남짓의 높지 않은 참석률을 보였으며, 회의 과정에서도 통계청 설명을 청취하는 수준으로 논의가 전개됐다. 특히 통계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위촉되는 각 부처 장관의 참석률은 매해 40~50%에 불과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통계위원회 위원은 “나름 열심히 하려는 위원들도 있지만, 전체 분위기가 느슨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며 “특히 통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위원들의 경우는 통계청 직원의 설명을 반박해들어갈 도리가 없다”고 고백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 승인 및 취소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7년 서울시가 추진했으나, 통계청에서 불승인한 ‘서울시 사교육 실태 및 의견조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학부모 5400명과 고교생 18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대책조사를 벌였고, 통계청에 국가통계 승인 요청을 했지만 표본규모 기준 등에 대해 보완을 요구받아 발표가 좌절됐다. 당시 서울시는 “통계청이 서울 지역의 사교육비 현황이 높게 나올 것이 두려워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앞서 감사원은 2012년 통계청에 대한 기관 감사에서 “통계청의 국가통계 관리 기준이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다”며 “승인 대상 통계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등, 통계 관리 기준을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하라”고 기관 통보한 바 있다.
나랏돈 들인 ‘통계 원자료’로 민간이 돈벌이
국가서 수주기관에 요구안해
재가공 가능 ‘국민재산’ 유실
[한겨레] 류이근 기자 | 등록 : 2013.06.18 20:58 | 수정 : 2013.06.19 20:04
나랏돈을 들였지만, 정작 나라의 소유가 아닌 통계들이 있다.
헌법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크고 작은 선거가 끝나면 유권자의식조사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그런데 조사 용역을 수행한 외부 기관이나 학회 등은 정제된 보고서만 제출할 뿐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를 납품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안전행정부나 보건복지부 등 다른 정부 부처나 한국연구재단 등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가 기관이) 로데이터를 요구하지 않으면 (조사를 수행한 쪽에서) 안 넘긴다. 대부분은 요구하지 않는다. 로데이터가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나랏돈을 투입한 수많은 조사들이 국가의 통계 관리 시스템에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을 떠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실되는 데이터들도 있다. 또 민간 업체 가운데 이런 통계를 모아서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로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분석을 하려는 학자나 기관은 유료로 민간에서 구매하거나 아니면 용역을 수행한 곳에 개인적 부탁을 해서 자료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로데이터를 얻지 못해 연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국가가 생산하는 데이터는 국민의 재산이다. 그런데 로데이터를 공식적으로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011년 말 마련한 ‘통계조사 민간위탁 지침 제정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지침은 “조사결과 원자료 파일 및 파일 설계서”를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의 누리집에 들어가면 이(e)북(전자책) 형태로 된 용역 보고서는 볼 수 있지만, 로데이터는 게시돼 있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로데이타를 보관은 하고 있다. 앞으로 요청이 있으면 전문가들에게 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로데이터는 가공하기 전 단계의 통계로서 제3자가 이를 활용해 기존의 연구 결과를 검증하거나, 재가공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마디로 통계 분석을 위한 기초 데이터다. 따라서 로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면 유사, 중복 연구도 피할 수 있다.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세금을 들여서 만든 로데이터는 국가 차원에서 모으고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통계청서 승인 못받은 ‘국가통계’ 멋대로 발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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