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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조작과 탄압들

국정원 직원 ‘영사’ 중국 문서 위조 개입 의혹 짙어져

국정원 직원 ‘영사’ 중국 문서 위조 개입 의혹 짙어져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 증폭
중국정부가 위조라 밝힌 문건 모두 이인철 영사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최초 출입경 기록 논리 꿰맞추려 국정원이 위조했을 가능성 높아
검찰, 조백상 선양총영사 소환조사... 중국 공안과 수사·사법공조 검토

[한겨레] 김원철 기자 | 등록 : 2014.02.23 20:05 | 수정 : 2014.02.24 09:48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첩 증거 위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한자리로 불러 질의할 수 있도록 외통위와 법사위를 합동 개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박범계, 심재권, 신경민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3건의 중국 공문서 취득 과정에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알려진 이인철 선양 주재 총영사관 영사가 모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영사가 증거조작 의혹의 핵심고리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 영사의 상관인 조백상 선양 총영사를 불러 조사했다.

23일 현재 관련자들의 국회 증언 등으로 확인된 사실은 이들 3건의 문서 입수에 이 영사가 모두 관여했다는 점이다. 조백상 총영사는 지난 21일 국회에 출석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 등 핵심적인 2건의 중국 공문서에 대해 “이 영사가 유관 정보기관이 획득한 문서에 대해 중국어 내용의 요지를 정리하고 확인한 문서”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 선양 주재 우리 총영사관이 ‘(화룡시 공안국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발급해줬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 1건은 입수했다”고 말했는데, 이 문서를 처리한 담당자도 이 영사였다. 검찰이 외교부에 공식 요청한 이 사실확인서에만 조 총영사의 직인이 찍혀있다.

이에 따라 문서들의 위조 경위는 △이 영사나 또다른 국정원 직원이 직접 위조 △국정원이 중국 기관에 부탁해 위조된 서류를 발급받음 △중국 기관들 사이의 기록 불일치 등으로 좁혀진다. 그런데 한국 주재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위조’라고 밝힌 문서의 명의자는 화룡시 공안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 등인데, 이들 기관이 문서를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기관들 사이의 기록 불일치보다는 문서 위조에 국정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국정원이 지난해 9월에 유씨의 2006년 5월27일 이후 중국-북한 출입경이 ‘출-입-입-입’으로 표기된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제출했다는 점도 이런 의심을 키운다. 상식적으로 이런 출입경기록은 납득이 되지 않아, ‘출-입-출-입’으로 꿰맞추려는 과정에서 문서 위조가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발급처가 표시돼 있지 않고 발급처 관인도 없어 국정원이 제출한 자료를 법원에 내지 않았다. 이 출입경기록에는 영사증명이 있었는데, 이인철 영사가 영사증명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사는 지난해 8월17일부터 선양 영사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조 총영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3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은 조 총영사를 상대로 선양 영사관에서 중국의 공문 3건을 처리한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번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사문서 위조’ 혐의로 사건번호를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문서 진위 감정을 하려면 법원에서 증거자료 원본을 협조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형식적으로 사건번호를 붙인 것이다. 수사로 전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외교부의 협조를 얻어 국정원·외교부 직원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도 건네받을 방침이다. 하지만 검찰은 외교부·국정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만족할 만한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중국 공안 쪽과 수사공조와 사법공조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처 : 국정원 직원 ‘영사’ 중국 문서 위조 개입 의혹 짙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