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부는 매카시즘 광풍
[한겨레] 사설 | 등록 : 2014.12.23 18:40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 때 김이수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엔 거센 공안 바람이 불고 있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검경은 진보 진영에 대한 광범위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보수단체가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통합진보당을 이적단체로 볼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진보적 정치활동의 확산에 족쇄를 채우려는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통합진보당 의원·단체장뿐 아니라 평당원까지 피선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에 가입했거나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붉은 낙인이 찍힐 판이다.
거의 광풍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움직임은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릴 때부터 익히 예견된 일이다. 공안기관과 여당은 “통합진보당 재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안몰이가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건 단지 통합진보당이 아니다. 반헌법세력 척결이란 완장을 두르고 진보세력 전반에 ‘종북’ 잣대를 들이대는 건,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정치결사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통합진보당 일부 그룹의 잘못된 행태를 이유로 10만 당원 전체,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200만명의 유권자 모두를 불순분자로 모는 게 과연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 상원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중앙정보국(CIA)의 잔인무도한 고문 행태를 폭로해 전세계를 경악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추악한 고문은 2001년 이후 ‘테러정보 수집’을 이유로 의회와 법원이 정보·수사기관의 기본권 침해 행위를 조금씩 용인했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었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한다. 마찬가지다. 정당의 일부 주도세력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은 시민의 정치적 판단으로 제어되어야 마땅하다. 여기에 섣불리 공안의 칼날을 들이대는 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그렇기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민주주의의 죽음이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거듭 헌재 결정을 찬양하는 박근혜의 발언을 보면, 이념 대립을 부추겨 정권 기반을 공고화하려는 그의 정치적 계산과 헌재의 결정이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통일대박’과는 거리가 너무 먼 언행이다.
통합진보당 당원과 다른 진보단체 인사들까지 겨냥한 ‘이적성 검증 공세’는 반세기 전 세계에 휘몰아쳤던 매카시즘의 재판이다. 통합진보당 일부 그룹의 폐쇄성과 무책임성을 빌미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화석이 된 매카시즘이 부활하고 1970년대 유신 시절의 광포함이 번뜩이는 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런 상황을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출처 [사설] 21세기에 부는 매카시즘 광풍
[한겨레] 사설 | 등록 : 2014.12.23 18:40
“이석기 등 일부 당원의 일탈행위를 이유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해 버린다면, 이 노선과 활동을 지지해온 일반 당원들에게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다.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 결정이 이뤄진 뒤 다시 독일공산당이 재건되기까지 12만5천여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중 6천~7천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문제가 발생했다.”
거의 광풍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움직임은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릴 때부터 익히 예견된 일이다. 공안기관과 여당은 “통합진보당 재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안몰이가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건 단지 통합진보당이 아니다. 반헌법세력 척결이란 완장을 두르고 진보세력 전반에 ‘종북’ 잣대를 들이대는 건,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정치결사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통합진보당 일부 그룹의 잘못된 행태를 이유로 10만 당원 전체,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200만명의 유권자 모두를 불순분자로 모는 게 과연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 상원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중앙정보국(CIA)의 잔인무도한 고문 행태를 폭로해 전세계를 경악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추악한 고문은 2001년 이후 ‘테러정보 수집’을 이유로 의회와 법원이 정보·수사기관의 기본권 침해 행위를 조금씩 용인했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었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한다. 마찬가지다. 정당의 일부 주도세력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은 시민의 정치적 판단으로 제어되어야 마땅하다. 여기에 섣불리 공안의 칼날을 들이대는 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그렇기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민주주의의 죽음이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거듭 헌재 결정을 찬양하는 박근혜의 발언을 보면, 이념 대립을 부추겨 정권 기반을 공고화하려는 그의 정치적 계산과 헌재의 결정이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통일대박’과는 거리가 너무 먼 언행이다.
통합진보당 당원과 다른 진보단체 인사들까지 겨냥한 ‘이적성 검증 공세’는 반세기 전 세계에 휘몰아쳤던 매카시즘의 재판이다. 통합진보당 일부 그룹의 폐쇄성과 무책임성을 빌미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화석이 된 매카시즘이 부활하고 1970년대 유신 시절의 광포함이 번뜩이는 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런 상황을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출처 [사설] 21세기에 부는 매카시즘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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