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해산 결정, 베니스위원회 기준에 어긋나 논란
‘정당해산 5대 기준’ 부합 여부 보니
‘국가시설 타격 모의=폭력 주장’
헌재 판단 내렸지만... 이석기 재판 2심선 “내란음모 무죄”
이석기 등 개별행위 근거로 해산... ‘과잉금지 원칙’ 위배 가능성
집권 가능성 희박한 점 고려땐... ‘현실적 위협’인지도 의문
[한겨레] 이세영 이유주현 기자 | 등록 : 2014.12.23 20:59 | 수정 : 2014.12.24 11:49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 제출을 공식 요청한 가운데, 헌재의 이번 결정이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 5대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당해산이 정당활동의 자유라는 정치적 기본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조처라는 점에서 베니스위원회는 정당해산 기준을 매우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베니스위원회의 ‘5대 기준’은 1999년 12월 채택된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 조치에 관한 지침’을 압축한 것이다. 그 내용은 ①어떤 국가도 국내입법에만 근거를 둔 제한을 부과할 수 없다 ②예외적 조치로서 그 행사에는 극도의 자제가 요청되며, 민주적 헌법질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 폭력의 사용 또는 사용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 ③정당 구성원의 개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정당 전체에 대해 물을 수 없다 ④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보다 덜 과격한 조치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경우 정당해산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⑤현실적 위협이 존재한다는 충분한 증거에 근거를 두고 사법적 판단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 등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②번 기준처럼 통합진보당이 헌법질서 전복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거나 그것을 주장했는지의 여부다. 헌재는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한 아르오(RO) 모임에서 총기 탈취와 국가주요시설 타격 등의 모의가 이뤄진 만큼 ‘폭력 사용 주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쪽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주요 근거가 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 등을 들어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주장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당해산 결정은 헌법적 판단만으로는 할 수 없어 사실 판단과 법률 판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법원의 내란음모 사건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헌재가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 사법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오 모임 논의 내용이 ‘폭력 사용 주장’에 해당하더라도, 당원수 10만명이 넘는 대중정당을 일부 구성원의 행위를 이유로 해산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두고도 양쪽 주장이 충돌하는데, 이 문제는 ③번 기준인 ‘구성원의 개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정당에 물을 수 없다’는 규정과 관련된다. 헌재는 아르오 모임 주최자와 참석자가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란 점을 들어 해산 결정의 핵심 논거로 삼은 반면, 통합진보당 쪽은 ‘주도세력’이란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법리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④번 기준인 ‘비례성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도 다툼 여지가 있다. 결정문에 열거된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재 판단처럼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된다 하더라도, 그 위협의 정도가 정당해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이 동원되어야 할 만큼 실제적이며 구체적이냐는 것이다. 김종서 배재대 교수(법학과)는 “아르오 모임 가담자들의 행위가 폭동 음모와 선동에 해당한다고 가정해도, 이들의 행동이 통합진보당의 조직적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개별 당원을 형사처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내 ‘종북세력’의 목적과 활동이 체제에 현실적 위협이 되는지가 ‘충분한 증거’에 바탕해 판단됐는지도 주요 논쟁점이다. 김선택 교수는 “정당이 집권해서 민주적 질서를 파괴할 현실적 위험성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통합진보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내각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헌재 결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협의 현실성을 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 유럽평의회 산하에 설치된 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는 민주주의, 인권 및 법의 지배를 옹호하기 위해 각국에 헌법적 지원을 하고 선거와 국민투표를 감시하며 국제적인 연구보고 등의 활동을 한다. 지금까지 50개국에 500회 이상의 헌법 자문을 했으며 회원국이 59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6년 베니스위원회에 가입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베니스위원회의 평가는 구속력을 갖진 않지만, 국제적으로 정평 있는 헌법자문기구라는 점에서 베니스위원회가 이번 결정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한국 헌재의 위상과 지위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출처 헌재 해산 결정, 베니스위원회 기준에 어긋나 논란
‘정당해산 5대 기준’ 부합 여부 보니
‘국가시설 타격 모의=폭력 주장’
헌재 판단 내렸지만... 이석기 재판 2심선 “내란음모 무죄”
이석기 등 개별행위 근거로 해산... ‘과잉금지 원칙’ 위배 가능성
집권 가능성 희박한 점 고려땐... ‘현실적 위협’인지도 의문
[한겨레] 이세영 이유주현 기자 | 등록 : 2014.12.23 20:59 | 수정 : 2014.12.24 11:49
▲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19일 오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 제출을 공식 요청한 가운데, 헌재의 이번 결정이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 5대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당해산이 정당활동의 자유라는 정치적 기본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조처라는 점에서 베니스위원회는 정당해산 기준을 매우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베니스위원회의 ‘5대 기준’은 1999년 12월 채택된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 조치에 관한 지침’을 압축한 것이다. 그 내용은 ①어떤 국가도 국내입법에만 근거를 둔 제한을 부과할 수 없다 ②예외적 조치로서 그 행사에는 극도의 자제가 요청되며, 민주적 헌법질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 폭력의 사용 또는 사용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 ③정당 구성원의 개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정당 전체에 대해 물을 수 없다 ④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보다 덜 과격한 조치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경우 정당해산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⑤현실적 위협이 존재한다는 충분한 증거에 근거를 두고 사법적 판단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 등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②번 기준처럼 통합진보당이 헌법질서 전복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거나 그것을 주장했는지의 여부다. 헌재는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한 아르오(RO) 모임에서 총기 탈취와 국가주요시설 타격 등의 모의가 이뤄진 만큼 ‘폭력 사용 주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쪽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주요 근거가 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 등을 들어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주장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당해산 결정은 헌법적 판단만으로는 할 수 없어 사실 판단과 법률 판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법원의 내란음모 사건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헌재가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 사법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오 모임 논의 내용이 ‘폭력 사용 주장’에 해당하더라도, 당원수 10만명이 넘는 대중정당을 일부 구성원의 행위를 이유로 해산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두고도 양쪽 주장이 충돌하는데, 이 문제는 ③번 기준인 ‘구성원의 개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정당에 물을 수 없다’는 규정과 관련된다. 헌재는 아르오 모임 주최자와 참석자가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란 점을 들어 해산 결정의 핵심 논거로 삼은 반면, 통합진보당 쪽은 ‘주도세력’이란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법리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④번 기준인 ‘비례성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도 다툼 여지가 있다. 결정문에 열거된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재 판단처럼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된다 하더라도, 그 위협의 정도가 정당해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이 동원되어야 할 만큼 실제적이며 구체적이냐는 것이다. 김종서 배재대 교수(법학과)는 “아르오 모임 가담자들의 행위가 폭동 음모와 선동에 해당한다고 가정해도, 이들의 행동이 통합진보당의 조직적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개별 당원을 형사처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내 ‘종북세력’의 목적과 활동이 체제에 현실적 위협이 되는지가 ‘충분한 증거’에 바탕해 판단됐는지도 주요 논쟁점이다. 김선택 교수는 “정당이 집권해서 민주적 질서를 파괴할 현실적 위험성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통합진보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내각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헌재 결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협의 현실성을 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 유럽평의회 산하에 설치된 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는 민주주의, 인권 및 법의 지배를 옹호하기 위해 각국에 헌법적 지원을 하고 선거와 국민투표를 감시하며 국제적인 연구보고 등의 활동을 한다. 지금까지 50개국에 500회 이상의 헌법 자문을 했으며 회원국이 59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6년 베니스위원회에 가입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베니스위원회의 평가는 구속력을 갖진 않지만, 국제적으로 정평 있는 헌법자문기구라는 점에서 베니스위원회가 이번 결정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한국 헌재의 위상과 지위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출처 헌재 해산 결정, 베니스위원회 기준에 어긋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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