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박근혜 정권 몰락 부메랑 된다
청와대 국정농단 사건 물타기 전략
유신 악령의 부활, 이념을 체제수호 방패막이로
[미디어오늘] 이완기 민언련 공동대표 | 입력 : 2014-12-21 09:49:11 | 노출 : 2014.12.21 09:49:11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헌법재판관 9명중 강일원, 김창종, 박한철, 서기석, 안창호, 이정미, 이진성, 조용호 등 8명의 재판관이 ‘해산 찬성’ 의견을 내 통합진보당은 해산하게 됐다. 김이수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헌재 판결은 영남 5명, 충청 2명, 서울 1명, 호남 1명이라는 재판관들의 편향된 출신 지역도를 볼 때 정치적으로는 예견된 결과이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권위를 가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판단이 아닌 헌법적 판단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하급 법원의 법적 판단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절망적이다.
헌재는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폭력에 의한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과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를 위해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갖고,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을 일으켰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문에 나와 있는 이러한 논리는 국민 일반의 정서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투성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당사에 폭력이 난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민주의 전당 국회에서도 폭력은 종종 있었다. 그러한 폭력을 정당해산의 근거로 삼는다면 대한민국 정당들은 모두 해산되어야 마땅하다. 헌재는 또한 진보당의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에 대한 어떠한 근거나 입증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따라서 이는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상상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상상력만으로 헌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전체주의 체제에서나 있을 수 있는 파시즘 독재에 다름 아니다.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은 이미 이석기 의원의 일심 공판에서 ‘내란음모’가 무혐의로 판결났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주장이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도 일반 정당에서 숱하게 저질러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를 정당해산의 근거로 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헌재의 판결 속에 내재되어 있는 법적 의미와 그 위협적 결과를 곱씹어 볼 때 무심코 표출된 개인의 생각이 엄청난 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노동자들이 한잔 술에 취해서 “이 세상 확 뒤집어엎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고단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제 그로 인해 국가전복이나 내란 등 엄청난 국가사범으로 엮일 수 있으며 그것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시절에 있었던 실제상황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법 전반에 대한 존엄성이 사라지고 법이 조롱의 대상이 되어 시도 때도 없이 법을 위반하는 흉흉한 세상이 될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래저래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를 극도로 경직되게 만들 것이며 그 악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떤 형태로든 사상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회는 불행을 잉태해 왔음을 역사가 증명해 왔다. 그래서 냉전시대는 갔고, 세상은 더 많이 진보하였으며, 미국이 북한과 함께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공산주의 적성국가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을 풀고 국교를 정상화한 시대까지 온 것이다. 이제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인민이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해서 그를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어 탄압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시절의 옛이야기가 되었다. 같은 논리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 자본주의의 약점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공산주의적 방식을 채용하자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폭력적이지 않다면 그를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이 아니던가.
그런 차원에서 볼 때,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은 냉전시대 우리 사회를 질식시켰던 유신의 악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부활한 것과 같은 암울한 느낌을 준다. 박근혜 정권이 ‘종북’을 앞세워 비판적 정적들을 억합하는 것은 이념을 체제수호의 방패막이로 악용하고 있는 북한 정권과 다르지 않은 가장 저열한 통치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권이 통진당 해산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판단은 그야말로 커다란 오산이다. 일시적으로 ‘국정농단’에 의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돌려놓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코 문제의 해결이 아니며 문제를 더욱 곪아 터지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이번 헌재 판단은 박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출처 통합진보당 해산, 박근혜 정권 몰락 부메랑 된다
청와대 국정농단 사건 물타기 전략
유신 악령의 부활, 이념을 체제수호 방패막이로
[미디어오늘] 이완기 민언련 공동대표 | 입력 : 2014-12-21 09:49:11 | 노출 : 2014.12.21 09:49:11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헌법재판관 9명중 강일원, 김창종, 박한철, 서기석, 안창호, 이정미, 이진성, 조용호 등 8명의 재판관이 ‘해산 찬성’ 의견을 내 통합진보당은 해산하게 됐다. 김이수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헌재 판결은 영남 5명, 충청 2명, 서울 1명, 호남 1명이라는 재판관들의 편향된 출신 지역도를 볼 때 정치적으로는 예견된 결과이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권위를 가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판단이 아닌 헌법적 판단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하급 법원의 법적 판단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절망적이다.
헌재는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폭력에 의한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과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를 위해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갖고,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을 일으켰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문에 나와 있는 이러한 논리는 국민 일반의 정서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투성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당사에 폭력이 난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민주의 전당 국회에서도 폭력은 종종 있었다. 그러한 폭력을 정당해산의 근거로 삼는다면 대한민국 정당들은 모두 해산되어야 마땅하다. 헌재는 또한 진보당의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에 대한 어떠한 근거나 입증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따라서 이는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상상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상상력만으로 헌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전체주의 체제에서나 있을 수 있는 파시즘 독재에 다름 아니다.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은 이미 이석기 의원의 일심 공판에서 ‘내란음모’가 무혐의로 판결났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주장이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도 일반 정당에서 숱하게 저질러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를 정당해산의 근거로 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헌재의 논리와 주장대로, 민주적 기본질서 위반이 정당 해산의 사유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행정부, 국회, 사법부도 모두 해산의 길을 걸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심의권을 무시한 불법적 법안 날치기, 군부독재 시절에 있었던 숱한 사법살인, 대통령 기록물 유출, 청와대 비선들의 권력암투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구나 2012년 국정원과 군사이버 사령부의 부정선거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수혜자인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사퇴해야 마땅하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헌재의 판결 속에 내재되어 있는 법적 의미와 그 위협적 결과를 곱씹어 볼 때 무심코 표출된 개인의 생각이 엄청난 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노동자들이 한잔 술에 취해서 “이 세상 확 뒤집어엎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고단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제 그로 인해 국가전복이나 내란 등 엄청난 국가사범으로 엮일 수 있으며 그것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시절에 있었던 실제상황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법 전반에 대한 존엄성이 사라지고 법이 조롱의 대상이 되어 시도 때도 없이 법을 위반하는 흉흉한 세상이 될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래저래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를 극도로 경직되게 만들 것이며 그 악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 통합진보당 당원 등 시민 2,000여명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 국민대회’ 집회에 참가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
어떤 형태로든 사상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회는 불행을 잉태해 왔음을 역사가 증명해 왔다. 그래서 냉전시대는 갔고, 세상은 더 많이 진보하였으며, 미국이 북한과 함께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공산주의 적성국가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을 풀고 국교를 정상화한 시대까지 온 것이다. 이제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인민이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해서 그를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어 탄압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시절의 옛이야기가 되었다. 같은 논리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 자본주의의 약점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공산주의적 방식을 채용하자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폭력적이지 않다면 그를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이 아니던가.
그런 차원에서 볼 때,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은 냉전시대 우리 사회를 질식시켰던 유신의 악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부활한 것과 같은 암울한 느낌을 준다. 박근혜 정권이 ‘종북’을 앞세워 비판적 정적들을 억합하는 것은 이념을 체제수호의 방패막이로 악용하고 있는 북한 정권과 다르지 않은 가장 저열한 통치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권이 통진당 해산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판단은 그야말로 커다란 오산이다. 일시적으로 ‘국정농단’에 의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돌려놓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코 문제의 해결이 아니며 문제를 더욱 곪아 터지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이번 헌재 판단은 박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출처 통합진보당 해산, 박근혜 정권 몰락 부메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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