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죽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정규직보다 많은 비정규직 위험에 노출...솜방망이 처벌도 한 몫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20 19:30:05
최근 일주일 사이에 현대중공업에서 사망 산재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4월 11일, 18일, 19일.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1건씩 발생한 사망 사고까지 더하면 올해만 벌써 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협착 사고 등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조선 부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은 '죽음의 공장'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2014년에는 9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2015년에도 3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
왜 현대중공업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는 걸까? 현대중공업의 고용구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60%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하청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전체 직원 중 정규직은 1만6천여 명이고, 하청노동자들은 3만여 명에 이른다.
업무의 상당 부분을 외주화하고 있는데, 무분별하고 과다한 하청노동자 사용이 중대재해로 연결되고 있다. 한때 현대중공업에서는 '물량팀'(단기공사팀)까지 등장했다. 10여 명이 팀을 이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소를 다니면서 단기간에 물량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팀이었다.
안전보다는 '빨리빨리'의 생산 분위기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관리는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정규직의 경우 법이 정한 안전교육 시간 외에 단체협약을 통해 1년 8시간(상반기 4시간, 하반기 4시간)의 안전 교육을 확보해 실시하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경우 취업 시에 형식적인 안전교육만 할 뿐, 별도의 안전 교육이 없다. 원청의 물량 계획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들고 나는 일도 잦다. 이런 가운데 원청이 빠른 일 처리를 요구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요새는 (조선업)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원청이) 기성 후려치기를 하고, 폐업한다고 하고 하면 하청업체로서는 빨리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작업에 대한 공유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것이 사고로 연결된다." 현대중공업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20일 "안전관리 책임경영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담화문을 내놨다. 중대재해 발생 시 성과 평가 1등급 하향, 현장 안전활동 확대, 협력사별 안전관리 전담자 배치 및 안전인증 획득 의무화, 중대재해 발생 하청업체와 계약 해지 등이다.
2014년에 내놓은 계획과 다를 바 없다. 당시 잇따른 사망 산재 사고가 발생하자 현대중공업은 안전경영에 3천억 원 투입, 협력사 안전요원 2배 확대 등의 계획을 내놨었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이재성 회장 등 임직원 4천 명이 모여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안전결의대회'를 열었었다.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에도 사망 사고는 멈추지 않았고, 올해는 벌써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만 담겨 있을 뿐, 정작 현장에서는 실천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안전 구호를 외치지만,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업장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도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시설물 관리 변경 등의 권한이 하청업체에 없는데, 산재 발생 시 하청에 책임을 묻겠다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 하청이 생산 대부분을 담당하는 인적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외주화로 인한 품질 손실 비용이 한 해 6천억 원쯤 되는데, 이 돈이면 2만 명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과도한 외주화 속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안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는 게 잇따른 산재의 주요 요인인데,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원청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도 안전 불감증을 부르는 주 요인이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2014년 3건의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발했는데, 노동자들이 여럿,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현대중공업은 벌금 1,500만 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위험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가운데(위험의 외주화), 원청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산재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래서 노동계와 진보정당 등에서는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해왔다.
'안전 경영 확립', '전 사적 안전 결의' 등을 외치는데도 노동자가 일하다 계속 죽어 나가는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출처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죽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정규직보다 많은 비정규직 위험에 노출...솜방망이 처벌도 한 몫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20 19:30:05
최근 일주일 사이에 현대중공업에서 사망 산재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4월 11일, 18일, 19일.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1건씩 발생한 사망 사고까지 더하면 올해만 벌써 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협착 사고 등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정규직 보다 많은 비정규직
조선 부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은 '죽음의 공장'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2014년에는 9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2015년에도 3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
왜 현대중공업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는 걸까? 현대중공업의 고용구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60%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하청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전체 직원 중 정규직은 1만6천여 명이고, 하청노동자들은 3만여 명에 이른다.
▲ 현대중공업 노동자 사망 ⓒ제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업무의 상당 부분을 외주화하고 있는데, 무분별하고 과다한 하청노동자 사용이 중대재해로 연결되고 있다. 한때 현대중공업에서는 '물량팀'(단기공사팀)까지 등장했다. 10여 명이 팀을 이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소를 다니면서 단기간에 물량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팀이었다.
안전보다는 '빨리빨리'의 생산 분위기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관리는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정규직의 경우 법이 정한 안전교육 시간 외에 단체협약을 통해 1년 8시간(상반기 4시간, 하반기 4시간)의 안전 교육을 확보해 실시하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경우 취업 시에 형식적인 안전교육만 할 뿐, 별도의 안전 교육이 없다. 원청의 물량 계획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들고 나는 일도 잦다. 이런 가운데 원청이 빠른 일 처리를 요구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요새는 (조선업)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원청이) 기성 후려치기를 하고, 폐업한다고 하고 하면 하청업체로서는 빨리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작업에 대한 공유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것이 사고로 연결된다." 현대중공업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4년 대책과 다를 바 없는 대책
현대중공업은 20일 "안전관리 책임경영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담화문을 내놨다. 중대재해 발생 시 성과 평가 1등급 하향, 현장 안전활동 확대, 협력사별 안전관리 전담자 배치 및 안전인증 획득 의무화, 중대재해 발생 하청업체와 계약 해지 등이다.
2014년에 내놓은 계획과 다를 바 없다. 당시 잇따른 사망 산재 사고가 발생하자 현대중공업은 안전경영에 3천억 원 투입, 협력사 안전요원 2배 확대 등의 계획을 내놨었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이재성 회장 등 임직원 4천 명이 모여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안전결의대회'를 열었었다.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에도 사망 사고는 멈추지 않았고, 올해는 벌써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만 담겨 있을 뿐, 정작 현장에서는 실천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안전 구호를 외치지만,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업장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도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시설물 관리 변경 등의 권한이 하청업체에 없는데, 산재 발생 시 하청에 책임을 묻겠다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 하청이 생산 대부분을 담당하는 인적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외주화로 인한 품질 손실 비용이 한 해 6천억 원쯤 되는데, 이 돈이면 2만 명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현대중공업 ⓒ뉴시스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필요성 증명
결국, 과도한 외주화 속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안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는 게 잇따른 산재의 주요 요인인데,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원청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도 안전 불감증을 부르는 주 요인이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2014년 3건의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발했는데, 노동자들이 여럿,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현대중공업은 벌금 1,500만 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위험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가운데(위험의 외주화), 원청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산재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래서 노동계와 진보정당 등에서는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해왔다.
'안전 경영 확립', '전 사적 안전 결의' 등을 외치는데도 노동자가 일하다 계속 죽어 나가는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출처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죽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세상에 이럴수가 > 노동과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저임금 1만원’ 꼭 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 (0) | 2016.05.01 |
---|---|
비정규직 평균임금 137만원…정규직의 43% (0) | 2016.04.27 |
하이텍알씨디 공장 앞 충돌, 노동자 1명 경찰 연행 (0) | 2016.04.19 |
한상균 위원장 재판, 문제는 수사기관의 공안탄압이다 (0) | 2016.04.19 |
고공농성 중인 하이텍알씨디 공장, 용역 100여 명 진입 대치중 (0) | 2016.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