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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싸운 날이 국군의 날? 광복군 창립일로 바꿔야”

“남북이 싸운 날이 국군의 날? 광복군 창립일로 바꿔야”
[현장]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설 79주년 기념식 열려
[오마이뉴스] 김종훈 | 19.09.17 18:11 | 최종 업데이트 : 19.09.17 18:11


▲ 1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김구 주석을 비롯해 지청천 장군과 이범석 장군, 조성환 지사 등 광복군 창설의 주역들. ⓒ 김종훈

“대한민국 국군의 날은 안타깝다. 남북이 싸운 날을 국군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광복군 창군 제79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축사 중 일부다.

김 회장은 강한 목소리로 “외세와 싸운 광복군이 우리 국군의 뿌리 아니냐. 광복군 창립일인 9월 17일이 국군의 날이 돼야하는 건 역사적으로나 정당성 면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했던 정치 세력과 언론, 군인들 때문에 제대로 된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민족정통성의 궤도에서 이탈한 국군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첫걸음은 10월 1일인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광복군동지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기념식은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해 김원웅 광복회장, 이준식 독립기념관 관장 등 각계인사와 생존 광복군 지사들, 독립유공자 유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참여해 김구 주석의 한국광복군 선언문을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광복군이 우리 국군의 뿌리”

▲ 1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박삼득 보훈처장. ⓒ 김종훈

기념식에 참석한 박삼득 국가보훈처 처장은 “임시정부의 군대였던 광복군은 대한민국 국군의 토대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광복군의 멈춤 없는 항일독립투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조국광복의 가슴 뜨거운 역사를 맞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보훈처장 스스로 ‘광복군이 우리군의 뿌리’임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이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라는 현충일 기념사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박 처장에 앞서 기념사를 한 김영관 한국광복군동지회 회장도 ‘한국광복군이 우리 국군의 뿌리’임을 강조했다.

“광복군은 일본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해 항일전에 돌입하면서 중국, 미국, 영국 등 연합국과 함께 협동작전을 수행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광복군은 대한제국군, 의병, 독립군, 오늘의 대한민국 국군으로 이어지는 군맥을 이어받아 단절 없는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 한국광복군 성립전례식 한중 대표 기념촬영. 중앙에 김구 주석 왼편의 군복 입은 이가 총사령 지청천 장군이다.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조직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 국군이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겸 한국광복군창설위원회 위원장 백범 김구는 광복군 선언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원년(1919년)에 정부가 공포한 군사조직법에 의거해 광복군을 조직하고 대한민국 22년(1940년) 9월 17일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를 창설한다”라고 선언했다.

김구 주석은 이어 “두 나라(한국과 중국)의 독립을 회복하고자 공동의 적인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타도하기 위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항전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우리 광복군은 한중 연합전선에서 부단한 투쟁을 감행해 극동 및 아시아 인민의 자유 평등을 쟁취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국군의 날은 3사단이 38선 돌파한 날”

▲ 1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 김종훈

현재의 국군의 날은 1956년에 정해진 날로, 1950년 10월 1일, 한국 전쟁 당시 동부전선에서 있던 육군 제3사단이 38선을 돌파한 날이기도 하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국군의 날 지정 배경에 대해 ‘육해공 3군의 창설기념일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육군은 해방 이후인 1946년 조선국방경비대가 창설된 1월 15일을, 해군은 해군이 창설된 1945년 11월 11일을, 공군은 공군창설일인 1949년 10월 1일을 기념해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독립유공단체를 중심으로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만들자’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2003년과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여권을 중심으로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변경하자’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못하고 두 번 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 광복군 인면전구 공작대원들. 이들은 9명에 불과했지만 영국군의 요청으로 인도 미얀마전선에 투입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2년 뒤 광복군으로 원대복귀했다.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8월 국무회의에서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에서 다시 한 번 ‘국군의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토착왜구당은 국군의 날 변경 시도가 ‘독립세력과 건국세력을 편가르기 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광복군은 30여 년에 걸친 대한제국군과 독립군의 항일투쟁 정신을 계승한 역전의 용사들이었다”라면서 “숭고한 그 정신이 우리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광복군의 유산을 토대로 국군의 기틀을 바로 세우고, 전 부대와 사관학교 교육과정에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교육을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남북이 싸운 날이 국군의 날? 광복군 창립일로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