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파괴 사건, 이재용 빠진 ‘반쪽 기소’에 ‘꼬리자르기 판결’
[민중의소리] 강석영 기자 | 발행 : 2019-12-17 19:25:29 | 수정 : 2019-12-17 19:28:33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으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17일 법정 구속되면서 80년 ‘무노조 경영’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저지른 부당 노동 행위들이 공식 확인됐다.
그러나 법원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 범죄’가 인정됐음에도 일부 경영진에 대한 처벌로 그쳤다. 처음부터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사법 처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이날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및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 사장과 강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이밖에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와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7명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의장 등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노조가 설립된 하청 업체를 폐업시키고, 노조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빼돌려 표적 감사를 벌이는 등 방식으로 노조를 파괴했다. 또 탄압에 시달리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넨 혐의 등도 있다. 이 과정에 경총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가 공모해 이 사건 노조파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로부터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과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모의 훈련 등 노조를 와해하고 고사화하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기재한 문건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존재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스스로 실행행위에 가담한 점이 검찰 단계 또는 법원에서까지 인정된 것이 상당하다”라며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와해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는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불법파견’한 사실이 처음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사실상 원청에 해당해 협력업체 등에 대한 노조파괴를 일삼았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13년 파견근로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정현옥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 등 노동부 고위 관료들은 삼성과 유착해 불법파견 조사결과를 삼성 측에 유리하게 뒤집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해 상당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며 도급 계약이 아닌 파견 근로가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그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협력업체 및 수리 기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위를 행사했고 사실상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부조직처럼 운영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수리기사들 역시 노동자 파견 관계라고 보는 것이 맞다”라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세력의 약화를 위해 지배개입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은 벌금 7천 4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삼성전자 법인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지 않은 결과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상훈 의장이 대표자라며 삼성전자도 기소했지만, 이상훈 의장은 CFO이지 법적인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라며 “법률상 대표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상훈이 사실상 대표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행위자뿐 아니라 업무의 주체인 법인까지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른다면, 삼성전자의 실질적 대표자인 이 부회장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야지 법인도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
이 사건 재판은 검찰의 ‘부실 기소’라는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 최종 책임자로 ‘삼성 1인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상훈 의장을 지목해 ‘재벌 봐주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총수 일가가 빠진 반쪽짜리 기소로 수십 년간 조직적으로 행해진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완전한 실체 규명은 실패로 돌아갔다.
선고 직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등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너무 늦은 판결”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다혜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 사건 고소 이후 6년 반 만에 1심 선고가 났다며 “그동안 많은 동료를 떠나보냈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삶이 무너지고 그 자고들은 피해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동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무엇을 했는지 안타깝다”라고 비판했다.
삼성의 노조파괴 과정에서 2013년 표적 감사 대상이었던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서비스센터 노조원 최종범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듬해 염호석 양산지회 분회장도 탄압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 재판에서 삼성과 유착해 염 씨의 시신을 탈취하는 데 관여한 정보 경찰 김 모 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삼성 측이 김 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도 인정됐다.
삼성은 아직도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중선 삼성전자서비스 비상대책위원회 의장은 “삼성은 여전히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노조 할 권리를 외치며 24년 전 해고된 김용희 씨가 여전히 강남역 사거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경훈 부사장 등 삼성 임직원들은 지난 13일 ‘삼성에버랜드 노조파괴’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 선고는 사측이 노동자에 대한 징계권을 이용해 노조를 파괴한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출처 이재용 빠진 ‘반쪽 기소’에 ‘꼬리자르기 판결’로 이어진 삼성 노조파괴 사건
[민중의소리] 강석영 기자 | 발행 : 2019-12-17 19:25:29 | 수정 : 2019-12-17 19:28:33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으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17일 법정 구속되면서 80년 ‘무노조 경영’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저지른 부당 노동 행위들이 공식 확인됐다.
그러나 법원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 범죄’가 인정됐음에도 일부 경영진에 대한 처벌로 그쳤다. 처음부터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사법 처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이날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및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 사장과 강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이밖에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와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7명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의장 등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노조가 설립된 하청 업체를 폐업시키고, 노조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빼돌려 표적 감사를 벌이는 등 방식으로 노조를 파괴했다. 또 탄압에 시달리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넨 혐의 등도 있다. 이 과정에 경총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 그룹 차원 ‘노조파괴’ 유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첫 인정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첫 인정도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가 공모해 이 사건 노조파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로부터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과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모의 훈련 등 노조를 와해하고 고사화하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기재한 문건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존재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스스로 실행행위에 가담한 점이 검찰 단계 또는 법원에서까지 인정된 것이 상당하다”라며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와해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는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최종범열사추모위원회와 금속노조가 연 ‘최종범 열사 추모-살인자본 삼성 규탄 열사정신계승 결의대회’에서 삼성 깃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양지웅 기자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불법파견’한 사실이 처음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사실상 원청에 해당해 협력업체 등에 대한 노조파괴를 일삼았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13년 파견근로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정현옥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 등 노동부 고위 관료들은 삼성과 유착해 불법파견 조사결과를 삼성 측에 유리하게 뒤집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해 상당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며 도급 계약이 아닌 파견 근로가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그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협력업체 및 수리 기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위를 행사했고 사실상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부조직처럼 운영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수리기사들 역시 노동자 파견 관계라고 보는 것이 맞다”라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세력의 약화를 위해 지배개입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검찰 ‘재벌 봐주기’로 시작된 재판
“많은 동료 잃었다…너무 늦은 판결”
“많은 동료 잃었다…너무 늦은 판결”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은 벌금 7천 4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삼성전자 법인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지 않은 결과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상훈 의장이 대표자라며 삼성전자도 기소했지만, 이상훈 의장은 CFO이지 법적인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라며 “법률상 대표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상훈이 사실상 대표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행위자뿐 아니라 업무의 주체인 법인까지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른다면, 삼성전자의 실질적 대표자인 이 부회장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야지 법인도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
이 사건 재판은 검찰의 ‘부실 기소’라는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 최종 책임자로 ‘삼성 1인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상훈 의장을 지목해 ‘재벌 봐주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총수 일가가 빠진 반쪽짜리 기소로 수십 년간 조직적으로 행해진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완전한 실체 규명은 실패로 돌아갔다.
▲ ‘노조가 승리하는 날 나를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故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의 영결식이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앞에서 열려 참석한 조합원이 헌화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선고 직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등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너무 늦은 판결”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다혜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 사건 고소 이후 6년 반 만에 1심 선고가 났다며 “그동안 많은 동료를 떠나보냈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삶이 무너지고 그 자고들은 피해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동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무엇을 했는지 안타깝다”라고 비판했다.
삼성의 노조파괴 과정에서 2013년 표적 감사 대상이었던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서비스센터 노조원 최종범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듬해 염호석 양산지회 분회장도 탄압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 재판에서 삼성과 유착해 염 씨의 시신을 탈취하는 데 관여한 정보 경찰 김 모 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삼성 측이 김 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도 인정됐다.
삼성은 아직도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중선 삼성전자서비스 비상대책위원회 의장은 “삼성은 여전히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노조 할 권리를 외치며 24년 전 해고된 김용희 씨가 여전히 강남역 사거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경훈 부사장 등 삼성 임직원들은 지난 13일 ‘삼성에버랜드 노조파괴’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 선고는 사측이 노동자에 대한 징계권을 이용해 노조를 파괴한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출처 이재용 빠진 ‘반쪽 기소’에 ‘꼬리자르기 판결’로 이어진 삼성 노조파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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