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 ‘노조파괴’ 유성기업 변호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 ‘노조파괴’ 유성기업 변호했다
[민중의소리] 강석영 기자 | 발행 : 2020-01-07 12:08:47 | 수정 : 2020-01-07 12:08:47

▲ 3대세습 그룹 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삼성그룹이 최근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당부에 따라 만든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이 ‘노조파괴’ 혐의를 받는 유성기업 측을 변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김지형은 ‘진보성향’으로 평가돼 삼성의 준법경영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국 이재용 형량 낮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달 17일 외부 인사 6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하고, 위원장으로 김지형을 영입했다.

이번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 과정에서 비롯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첫 재판이 열리던 지난해 10월 이재용에게 과감한 혁신, 횡령 및 뇌물 범죄를 차단할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한다”라면서도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기업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달 6일 3차 공판에서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을 방법을 다음 공판 기일(오는 17일) 전까지 제시해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지형을 영입해 일각에선 재판부의 당부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지형은 2005~2011년 대법관을 역임하던 시절 사회적 약자 편에 선 판결을 많이 해 박시환 전 대법관 등과 함께 ‘독수리 오형제’로 불렸다. 퇴임 후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014~2018년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피해보상 합의를 만들어냈다. 2016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2018년 김용균 씨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김철수 기자

그러나 김지형이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사건을 변호했다는 경력 때문에 진보적 법률가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측은 지난 6일 입장문을 발표해 “김지형 변호사는 절대 진보적인 변호사가 아니다”라며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서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 사건의 자본 측 변호를 맡은 법률가”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김지형은 유성기업 사건 중 어용노조 설립 무효소송, 직장폐쇄 기간 임금청구소송, 해고 무효소송 등에서 사측을 대리했다. 현재 어용노조 설립 관련 상고심 등이 진행 중이고, 대부분 노조 측 승소로 결론났다.

노조 측은 “삼성이 유성사건에서 어용노조설립이 유효하고, 직장폐쇄가 정당하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던 김지형 변호사를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해 이재용의 양형상 유리함을 얻으려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지형 변호사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은 국민들이 볼 때 삼성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며 “교묘하게 노조파괴 자본을 변호하며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긴 시간의 고통을 안겨준 김지형 변호사를 내정한 것은 또 다른 삼성의 노조파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은 이재용 살리기 위한 꼼수를 중단하고 그동안 불법적으로 삼성을 경영하고 노조를 파괴하려 했던 죄를 엄중한 법의 처벌로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형은 오는 9일 법무법인 지평에서 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출처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 ‘노조파괴’ 유성기업 변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