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왜곡하면서까지 서장 폭행 부각한 조중동... 왜?
정혜규 기자 | 입력 2011-11-29 11:49:05 | 수정 2011-11-29 12:46:09
종로경찰서장 폭행논란, 현장 사진 왜곡하는 보수언론
박건찬 종로경찰서장 폭행사건과 관련 보수언론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부풀리기 위해 현장 사진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언론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은 한미FTA폐기 촛불집회에서 정동영, 이정희 등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겠다며 참가자 사이로 들어가다 계급장이 뜯기는 등 시위대와 마찰을 빚었다. 박 서장은 사건 직후 집회가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을 모아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도 곧바로 ‘서울종로서장 폭행 장면 사진 및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몇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해당 사진에는 한 남성이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의 머리를 짓누르거나 때리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있었다. 서울 경찰청은 이 부분을 빨간색 동그라미를 쳐 부각시켰다.
일부 보수언론은 지난 28일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사진을 시위대의 폭행사진으로 보도했다. 타 매체의 사진을 인용한 보수언론의 경우에도 서울경찰청이 동그라미를 쳐 부각시킨 남성을 ‘불법이 합법을 집단폭행’이라는 헤드라인 밑에 모자이크 처리로 배치하는 등 집회참가자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데 활용했다.
서장 보호 일선 경찰, 폭력 시위대로 둔갑
하지만 확인 결과 사진 속 남성은 시위대가 아니라 종로서장을 보호하려고 했던 종로경찰서 강력계 형사였다. 이 남성은 시종일관 박 서장의 머리 부분을 보호하는 등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은 폭력적인 시위대의 모습으로 둔갑됐다.
언론의 보도 행태에 종로경찰서 관계자들마저 황당해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진 속 인물은 종로 강력팀 소속 직원인데, 왜 폭행 사진으로 설명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수언론들은 경찰이 배포한 사진에 대한 사실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이를 시위대의 폭력 행사 사진으로 보도했다.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마저 저버리게 되면서 왜곡 보도가 되어버린 셈.
그렇다면 왜 이같은 왜곡이 발생했을까?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정해놓고 기사를 쓰고 사진을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킨다’는 목적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사진을 선택한 것이지 사진 자체의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28일 보도에서 폭행논란 전 과정을 균형있게 분석하는 대신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과 공권력의 무기력만 강조했다.
<불법이 합법을 집단폭행>(조선, 1면)
<대한민국 한복판, 집단폭행 당하는 경찰서장>(조선, 1면, 사진기사)
<경찰서장이 매 맞는 나라, 누가 집권한들 이끌 수 있겠나>(조선, 사설)
<반대 의견엔 무조건 폭력…집회장의 오싹한 해프닝>(조선, 3면)
<경찰서장이 얻어맞는 나라>(중앙, 1면)
<26일 박건찬 종로경찰서장 피습사건 재구성>(중앙, 1면, 동영상캡쳐와 그림)
<나라의 도(道)가 무너지고 있다>(중앙, 칼럼 ‘김진의 시시각각’)
<이강덕 “물대포 자제하니 직접 충돌…이런 일 생겨”>(중앙, 3면)
<경찰서장이 불법시위대에 맞는 나라>(동아, 1면)
<모자‧안경까지 벗겨진 채>(동아, 1면, 사진기사)
<폭행당한 서장 피신하자 파출소까지 쫓아가 “매국노” 욕설>(동아, 3면)
<박건찬 종로서장 “시위대 일부러 자극했다니 터무니없다”>(동아, 3면)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사복을 입던 박 서장이 정복으로 갈아입고 군중 속으로 들어간 사실이라든지 야당 의원들과 사전 약속 없이 물대포 등 공권력에 분노한 참가자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폭행을 유도했다는 의혹 등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왜 보수언론은 사실을 왜곡했을까
이 때문에 언론시민단체들은 한나라당의 한미FTA 날치기 처리 이후 정권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이를 뒤집으려고 의도적으로 기사를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을 바꾸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왜곡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대표는 종로경찰서장 폭행 논란과 관련 “촛불세력을 폭력집단으로 몰아 여론을 통해 촛불을 꺼버리려는 꼼수”라며 “현장에 수많은 눈과 카메라기 있기 때문에 이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촛불을 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미FTA 폐기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조중동은 지금 끼워 맞추는 행태의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동안 야당 인사들에 대한 극우단체들의 폭행이 있을 때마다 사건 자체를 외면했던 신문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박 서장 폭행 사건에만 이토록 흥분하며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453072.html
정혜규 기자 | 입력 2011-11-29 11:49:05 | 수정 2011-11-29 12:46:09
▲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26일 한미FTA 폐기 집회 대열 중간으로 들어가 물의를 일으킨 상황. 조선일보는 28일자 1면에 박 서장의 얼굴을 갈색점퍼를 입은 남성의 손이 감싸쥐는 장면의 사진을 게재하며 '머리를 때렸다'고 보도했으나, 해당 남성은 종로서 형사로 밝혀졌다. 민중의소리가 연속촬영한 당시 장면을 보면, 해당 남성의 손은 지속적으로 박 서장의 얼굴을 감싸며 박 서장을 보호하고 있었다. 경찰관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보수언론의 보도로 일순간 서장을 폭행한 것으로 둔갑했다. ⓒ조선일보1면 촬영,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종로경찰서장 폭행논란, 현장 사진 왜곡하는 보수언론
박건찬 종로경찰서장 폭행사건과 관련 보수언론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부풀리기 위해 현장 사진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언론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은 한미FTA폐기 촛불집회에서 정동영, 이정희 등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겠다며 참가자 사이로 들어가다 계급장이 뜯기는 등 시위대와 마찰을 빚었다. 박 서장은 사건 직후 집회가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을 모아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도 곧바로 ‘서울종로서장 폭행 장면 사진 및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몇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해당 사진에는 한 남성이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의 머리를 짓누르거나 때리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있었다. 서울 경찰청은 이 부분을 빨간색 동그라미를 쳐 부각시켰다.
일부 보수언론은 지난 28일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사진을 시위대의 폭행사진으로 보도했다. 타 매체의 사진을 인용한 보수언론의 경우에도 서울경찰청이 동그라미를 쳐 부각시킨 남성을 ‘불법이 합법을 집단폭행’이라는 헤드라인 밑에 모자이크 처리로 배치하는 등 집회참가자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데 활용했다.
서장 보호 일선 경찰, 폭력 시위대로 둔갑
하지만 확인 결과 사진 속 남성은 시위대가 아니라 종로서장을 보호하려고 했던 종로경찰서 강력계 형사였다. 이 남성은 시종일관 박 서장의 머리 부분을 보호하는 등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은 폭력적인 시위대의 모습으로 둔갑됐다.
언론의 보도 행태에 종로경찰서 관계자들마저 황당해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진 속 인물은 종로 강력팀 소속 직원인데, 왜 폭행 사진으로 설명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수언론들은 경찰이 배포한 사진에 대한 사실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이를 시위대의 폭력 행사 사진으로 보도했다.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마저 저버리게 되면서 왜곡 보도가 되어버린 셈.
그렇다면 왜 이같은 왜곡이 발생했을까?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정해놓고 기사를 쓰고 사진을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킨다’는 목적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사진을 선택한 것이지 사진 자체의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28일 보도에서 폭행논란 전 과정을 균형있게 분석하는 대신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과 공권력의 무기력만 강조했다.
<불법이 합법을 집단폭행>(조선, 1면)
<대한민국 한복판, 집단폭행 당하는 경찰서장>(조선, 1면, 사진기사)
<경찰서장이 매 맞는 나라, 누가 집권한들 이끌 수 있겠나>(조선, 사설)
<반대 의견엔 무조건 폭력…집회장의 오싹한 해프닝>(조선, 3면)
<경찰서장이 얻어맞는 나라>(중앙, 1면)
<26일 박건찬 종로경찰서장 피습사건 재구성>(중앙, 1면, 동영상캡쳐와 그림)
<나라의 도(道)가 무너지고 있다>(중앙, 칼럼 ‘김진의 시시각각’)
<이강덕 “물대포 자제하니 직접 충돌…이런 일 생겨”>(중앙, 3면)
<경찰서장이 불법시위대에 맞는 나라>(동아, 1면)
<모자‧안경까지 벗겨진 채>(동아, 1면, 사진기사)
<폭행당한 서장 피신하자 파출소까지 쫓아가 “매국노” 욕설>(동아, 3면)
<박건찬 종로서장 “시위대 일부러 자극했다니 터무니없다”>(동아, 3면)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사복을 입던 박 서장이 정복으로 갈아입고 군중 속으로 들어간 사실이라든지 야당 의원들과 사전 약속 없이 물대포 등 공권력에 분노한 참가자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폭행을 유도했다는 의혹 등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왜 보수언론은 사실을 왜곡했을까
이 때문에 언론시민단체들은 한나라당의 한미FTA 날치기 처리 이후 정권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이를 뒤집으려고 의도적으로 기사를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을 바꾸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왜곡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대표는 종로경찰서장 폭행 논란과 관련 “촛불세력을 폭력집단으로 몰아 여론을 통해 촛불을 꺼버리려는 꼼수”라며 “현장에 수많은 눈과 카메라기 있기 때문에 이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촛불을 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미FTA 폐기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조중동은 지금 끼워 맞추는 행태의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동안 야당 인사들에 대한 극우단체들의 폭행이 있을 때마다 사건 자체를 외면했던 신문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박 서장 폭행 사건에만 이토록 흥분하며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4530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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