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 뚫고온 400여명 “우리를 삼성 식구로 인정하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창립총회 현장
“일 시킬때만 ‘또 하나의 가족’
복리후생도 똑같이 해줘야
수입 절반이 비용으로 빠져”
노조, 조합원 처우개선 힘쓰기로
다른 유사업종에도 영향줄 듯
사쪽 고액특근 유도 방해 정황
[한겨레] 손준현 기자 | 등록 : 2013.07.14 20:28 | 수정 : 2013.07.15 08:41
“금속노조 단결투쟁, 위장도급 철폐하자!”
14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 모인 노동자 400여명의 함성이 노조 창립 대회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는 이름으로,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는 삼성에 대규모 노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총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세찬 빗줄기도 무용지물이었다. 강원도 춘천지역 일부 조합원들은 물난리에 승용차를 움직이지 못하자 전철로 대회장까지 왔다. 경북 포항지역 조합원들은 제2중부고속도로가 산사태로 막히자 국도를 돌아 왔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소속된 노동자임을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이다. 이날 총회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117개 협력업체 가운데 40곳 이상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총회장에서 만난 23년차 출장수리 직원 이아무개씨는 손님들에게서 “삼성에 다녀 참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다친다고 말했다. 속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리도 떳떳하게 삼성 직원이라 밝히고 회사 홍보도 하고 싶어요. 삼성이 우리를 같은 식구로 인정하고 연월차 휴가 등을 포함해 복리후생도 공통적으로 줘야죠.” 이씨와 같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은 삼성이 일을 시킬 때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 치켜세우지만, 법적 책임을 지는 일에는 ‘너희 회사에다 요청하라’며 가족임을 부인하는 현실에 분노했다.
노조는 결성됐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삼성이 이들을 자신의 노동자로 인정해야 단체교섭에 나설 텐데 지금 그럴 기미는 없다. 이를 위해 11일 486명의 노동자가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으나, 이 소송이 몇 년을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등포센터에서 온 2년차 출장수리 직원 이아무개씨의 바람은 그래서 현실적이다. 이씨는 “지금 당장 삼성 직원으로 고용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보다 앞서 협력사 직원으로서 당하는 불이익만이라도 먼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닻을 올린 삼성의 첫 대규모 노조는 무엇보다 ‘당당한 노동자로서의 삶’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날 지회장으로 뽑힌 위영일씨는 “고작 100여만원의 월급을 아내에게 갖다줄 때는 마치 죄인처럼 얼굴을 들지 못했다. 우리는 더이상 삼성전자의 앵벌이가 될 수 없다. 당당한 삼성전자의 노동자이며,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기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지회 쪽은 앞으로 조합원들의 근로시간 초과, 점심시간 근무, 주말 강제근무 등과 관련한 처우개선에 힘쓰면서 삼성 노동자임을 밝히는 투쟁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이 다른 서비스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근무 형태가 유사한 엘지전자는 물론이고, 가정에 인터넷·정수기·비데 등 전자제품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기사 수십만명의 노조 조직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그 폭발력을 오늘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삼성 쪽이 이번 노조 창립 행사의 참여율을 떨어뜨리려고 휴일근무를 권장하며 유례없이 높은 수당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은 13일 삼성전자서비스 영서지점의 조아무개 차장이 12일 협력업체 팀장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토요일(13일)과 일요일(14일)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면 건수에 따라 최소 5만원부터 최고 11만원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인센티브까지 합하면 많이 받는 사람은 20만~3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위 위원장은 “보통 토·일요일 근무를 하면 시간외 수당 형식으로 최저임금의 1.5배인 시간당 7300원 정도를 지급해왔다. 아주 바쁜 성수기 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한번씩 있었지만 이번처럼 큰 금액을 건 적은 없다. 노조 설립을 방해하려는 정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수기(6~9월)여서 수리 처리가 안 된 미결 건들이 많아 주말근무 때 인센티브 지급을 안내했다. 영서지점은 그 전주에도 인센티브 지급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출처 : 빗줄기 뚫고온 400여명 “우리를 삼성 식구로 인정하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창립총회 현장
“일 시킬때만 ‘또 하나의 가족’
복리후생도 똑같이 해줘야
수입 절반이 비용으로 빠져”
노조, 조합원 처우개선 힘쓰기로
다른 유사업종에도 영향줄 듯
사쪽 고액특근 유도 방해 정황
[한겨레] 손준현 기자 | 등록 : 2013.07.14 20:28 | 수정 : 2013.07.15 08:41
▲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위영일 지회장(왼쪽 다섯째)이 지회 공식 출범을 선언하며 노조 깃발을 흔드는 가운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
“금속노조 단결투쟁, 위장도급 철폐하자!”
14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 모인 노동자 400여명의 함성이 노조 창립 대회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는 이름으로,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는 삼성에 대규모 노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총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세찬 빗줄기도 무용지물이었다. 강원도 춘천지역 일부 조합원들은 물난리에 승용차를 움직이지 못하자 전철로 대회장까지 왔다. 경북 포항지역 조합원들은 제2중부고속도로가 산사태로 막히자 국도를 돌아 왔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소속된 노동자임을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이다. 이날 총회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117개 협력업체 가운데 40곳 이상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총회장에서 만난 23년차 출장수리 직원 이아무개씨는 손님들에게서 “삼성에 다녀 참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다친다고 말했다. 속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리도 떳떳하게 삼성 직원이라 밝히고 회사 홍보도 하고 싶어요. 삼성이 우리를 같은 식구로 인정하고 연월차 휴가 등을 포함해 복리후생도 공통적으로 줘야죠.” 이씨와 같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은 삼성이 일을 시킬 때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 치켜세우지만, 법적 책임을 지는 일에는 ‘너희 회사에다 요청하라’며 가족임을 부인하는 현실에 분노했다.
노조는 결성됐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삼성이 이들을 자신의 노동자로 인정해야 단체교섭에 나설 텐데 지금 그럴 기미는 없다. 이를 위해 11일 486명의 노동자가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으나, 이 소송이 몇 년을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등포센터에서 온 2년차 출장수리 직원 이아무개씨의 바람은 그래서 현실적이다. 이씨는 “지금 당장 삼성 직원으로 고용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보다 앞서 협력사 직원으로서 당하는 불이익만이라도 먼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닻을 올린 삼성의 첫 대규모 노조는 무엇보다 ‘당당한 노동자로서의 삶’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날 지회장으로 뽑힌 위영일씨는 “고작 100여만원의 월급을 아내에게 갖다줄 때는 마치 죄인처럼 얼굴을 들지 못했다. 우리는 더이상 삼성전자의 앵벌이가 될 수 없다. 당당한 삼성전자의 노동자이며,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기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지회 쪽은 앞으로 조합원들의 근로시간 초과, 점심시간 근무, 주말 강제근무 등과 관련한 처우개선에 힘쓰면서 삼성 노동자임을 밝히는 투쟁에 집중할 계획이다.
▲ 삼성전자서비스 쪽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14일 노조 창립총회 참석을 막기 위해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전자우편. 노조 쪽은 “성수기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한번씩 있었지만 이번처럼 큰 금액을 건 적은 없다”며 회사의 노조설립 방해 움직임으로 이해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이 다른 서비스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근무 형태가 유사한 엘지전자는 물론이고, 가정에 인터넷·정수기·비데 등 전자제품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기사 수십만명의 노조 조직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그 폭발력을 오늘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삼성 쪽이 이번 노조 창립 행사의 참여율을 떨어뜨리려고 휴일근무를 권장하며 유례없이 높은 수당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은 13일 삼성전자서비스 영서지점의 조아무개 차장이 12일 협력업체 팀장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토요일(13일)과 일요일(14일)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면 건수에 따라 최소 5만원부터 최고 11만원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인센티브까지 합하면 많이 받는 사람은 20만~3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위 위원장은 “보통 토·일요일 근무를 하면 시간외 수당 형식으로 최저임금의 1.5배인 시간당 7300원 정도를 지급해왔다. 아주 바쁜 성수기 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한번씩 있었지만 이번처럼 큰 금액을 건 적은 없다. 노조 설립을 방해하려는 정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수기(6~9월)여서 수리 처리가 안 된 미결 건들이 많아 주말근무 때 인센티브 지급을 안내했다. 영서지점은 그 전주에도 인센티브 지급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출처 : 빗줄기 뚫고온 400여명 “우리를 삼성 식구로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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